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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 “꾸밀 줄 모르는 ‘찌질함’이 나를 만든 힘”

강백수라는 사내를 우리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시인? 뮤지션? 작가? 방송인? 등단해 꾸준히 문예지에 시를 발표 중이니 시인도 맞고, 앨범을 발표하고 전국 투어를 돌 정도이니 뮤지션도 맞다. 에세이를 출간해 사회적으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으니 작가도 맞고, 방송에도 출연 중이니 방송인도 맞다. 최근 외부에 보이는 활동은 뮤지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으니, 일단 이 자리에선 강백수를 뮤지션으로 소개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그런데 들려주는 음악이 무언가 ‘인디’스러워서(?) 인디 뮤지션인줄 알았더니 걸그룹 어썸베이비와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한마디로 골 때리는 사내이다.

가둬둘 수 없는 것을 가둬두려고 애쓰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런 것들은 그저 어디까지 튀어나가나 지켜보는 것이 즐겁고 속 편하다. 지난 9일 서울 후암동의 한 고기집에서 이 골 때리는 사내를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들었다. 주지육림에 빠져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이메일로 대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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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뿐만 아니라 시, 산문 등 당신의 모든 글들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찌질함’과 ’솔직함’이다. 이런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그렇게 글을 써야겠다고 의도하진 않았다. 처음에는 나도 ‘아름다운 것’을 써 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써서 읽어보니 아무런 메리트도 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냥 내가 태생적으로 찌질하고 말을 꾸밀 줄 모르는 인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

‘타임머신’은 곳곳에서 언급되는 당신의 대표곡이다. 뮤지션에게 대표곡 하나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닌가?

대표곡은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고 소위 잘 팔리는 곡이 대표곡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OST로 사용된 ‘보고 싶었어’가 대표곡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스스로 꼽는다면 언제나 ‘타임머신’일 것이다. 매번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그 곡이 새로운 대표곡으로 등극하길 바라지만, 내게 ‘타임머신’만큼 특별한 곡은 앞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나중에 장가라도 가고 아이라도 낳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평소 곡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듣고 싶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술을 자주 마시다 보면 술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내 요즘의 ‘화두’를 발견하고, 휴대폰의 녹음기능으로 대강의 스케치를 한다. 그러다 누군가가 신곡을 내야할 때가 됐다고 닦달하기 시작하면 부랴부랴 정리하고 디테일을 잡는다.

당신은 지난 2008년 계간 ‘시와 세계’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시인이 이렇게 음악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

대학원 교수님들도 문인 선배님들도 처음에는 많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셨지만, 이제는 “저게 저 녀석의 팔자려니” 하시는 것 같다. 둘 다 잘하라고 응원도 해 주시고, 두 가지 경력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해주시기도 한다.

뮤지션으로서 글쓰기와 시인으로서 글쓰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노래를 만들 때에는 언어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을 음악적 요소로 보완할 수 있지만, 시를 쓸 때에는 어쨌거나 글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창작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에 비해 음악이 더 잘 팔리기 때문에 노랫말을 쓸 때에는 조금 더 까다로운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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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한양대)까지 밟고 있는 뮤지션은 정말 드물지 않나? 학업과 연구에도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데뷔 전부터 ‘글’에 대한 애착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었다. 음악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석사를 땄는데도 별로 아는 게 없어서 박사까지 해 보기로 했다. 막연하지만 박사공부까지 마친 뒤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최근 에세이 ‘사축일기’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 에세이는 온라인상에서 ‘사축’이란 말을 화두로 만들며 누리꾼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축일기’를 출간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업과 학교 같은 곳에서 강연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뮤지션이 앨범을 내고 ‘행사’를 다니는 것처럼, 강연은 출판시장이 위축된 지금 작가에게 주어진 새로운 활로라고 생각한다. 나름 색다른 재미가 있어 즐기고 있다. 방송에도 고정출연 하게 됐다. 현재 한국직업방송의 ‘취업을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어차피 취업 안 할 백수 형이 너희가 궁금해 했지만 행여나 기업에 미운 털 박힐까봐 못 물어봤던 것들을 대신 물어봐줄게”가 나의 역할이다.

방송출연을 비롯해 여기저기 노출되는 일이 많아졌다. 음악 외적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는 기분은 어떤가?

감사한 일이고 재미도 있지만, 의도치 않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축일기’ 출간 후 직장인들의 대변인 같은 포지션에서 인터뷰를 해 주기를 바라는 매체들이 꽤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이미지는 지속적이기 어렵고, 유지하고 싶은 생각도 없기 때문에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있다.

시인인데 아직 시집 단행본이 없다. 시집 출간 계획은 있는가?

목표나 소망은 있지만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다. 내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출판사들은 이미 출간 계획을 향후 몇 년 이후까지 잡아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집 출간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DSC_0382얼마 전에 첫 전국투어 ‘강백수의 난’을 마쳤다. 아이돌 그룹들도 시도하기 어려운 전국 투어를(비록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지만) 성황리에 마쳤는데, 전국의 관객들을 만나보니 어땠나?

엄청나게 많은 팬들이 공연장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내가 살고 있지 않은 지역에도 내 음악을 알고 있는 분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서 기뻤다. 아직 투어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에는 감상 정리가 덜 됐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어떤 느낌으로 기억될지 나도 궁금하다.

첫 정규 앨범 [서툰 말]을 발표한 지 3년이 넘어간다. 정규 2집은 언제 내놓을 계획인가?

정규앨범에 대한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건이 되는 때를 기다리고 있고, 그 전까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싱글이나 EP를 선보일 생각이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당신은 청춘을 대변하는 아이콘(?) 중 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같은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일의 모든 과정들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싱글 발표 계획과 공연 계획을 듣고 싶다.

당장 원고를 마무리해야 하는 새 책이 있어서 싱글 발표와 공연은 그 이후로 미룰 생각이다. 새 책은 ‘사축일기’와 마찬가지로 짤막한 에세이 묶음이고, ‘몸’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아보려 한다.

타임머신이 없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가정은 의미 없어 생략하겠다. 현재 가장 이루고 싶은 미래는 무엇인가?

매 작품이 이전의 작품을 한 단계씩 넘어서는 뮤지션, 작가, 그리고 시인.

About 정진영 (19 Articles)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소설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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