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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거 아닌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걸까.

어쩌면 Tag 집착남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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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석 장의 시디가 어제 도착했다. 출근길, 차 시동을 켠 뒤 석 장의 시디 중 하나인 룸306(Room306)의 정규 데뷔작 [At Doors]를 넣었다. 그리고 액셀을 밟고, 음악을 들으며 목적지로 출발한다.

이미 스트리밍으로 한 번 들었지만, 룸306의 노래는 이른 아침보단 저녁에 더 어울리는 음악이다. 그러나 아침에 들어도 부담 없는 건, 이들의 음향은 듣는 이의 정서를 차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달리는 것보단, 차분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으니까. 운전석 밖은 지각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차들로 정신없지만, 적어도 운전석 안은 여유를 찾는 기운이 맴돈다.

그러면서 차량 가운데 설치된 인포메이션 창에 화면을 바라보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룸306의 앨범은 곡마다 모두 Tag가 달려서, 지금 듣는 곡이 어떤 노래인지 제목을 알려준다. 참 친절하기도 하지.

아마도 이런 센스가 음반에 적용된 건, 평소 전자 기술 동향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하는 레이블 대표 하박국 님의 노력 덕분에 이뤄졌을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레이블 영기획에서 출시한 앨범은 늘 이렇게 Tag가 있어서 친절하다.

음반에 Tag 있는 게 뭔 대수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국내 음반에 Tag는 늘 뽑기 운이 걸리듯,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고 그랬다. 물론 국외 음반도 모두 Tag가 달린 것은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국내 음반보다는 많다. 그러니까, 국내 음반은 확실히 Tag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조금 부족했다.

사실 Tag는 필요하면서도 필요 없는 존재였다. 시디플레이어에 음반을 넣고 재생할 때, 액정에 제목을 보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 트랙을 기억하여 앨범 속지에 제목을 살폈고, 그게 익숙하니 Tag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진 못 했을 것이다. 더욱이 시디플레이어에 제목을 안내하는 커다란 액정이 달린 기계도 많지 않았고.

요즘은 어떨까. 만약 PC나 Laptop으로 음반을 들으면 Tag를 입력하지 않아도 인터넷 DB가 해당 시디를 매칭하여 알아서 곡 정보와 앨범 커버까지 보여준다. 그게 아니라면 보통 집에 놔둔 시디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을 터이니, Tag가 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딱 이 두 상황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

그런데 요즘 시디를 가장 많이 듣는 장소를 뽑으라면, 분명 차도 포함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아직도 시디를 팔고 있고, 운전에 집중하는 운전자가 무엇을 보는 것보단, 듣는 것이 더 안전하고 편하니까.

십오 년 전쯤엔, 앨범에 붙어진 Tag가 시간이 지나면서 보편화될 줄 알았다. 이게 대세고, 이게 필수라고 생각했으니까. 한 오 년만 지나도 Tag 안 달린 시디는 없을 것이란 착각도 했다.

물론 착각이다. 오 년 후 시디는 그 자리가 위태로워졌고, 이제 오프라인에서 음반 가게를 방문하는 건 추억의 명소를 방문하는 일과 같은 취급이 됐으니까. 이런 상황에 Tag가 무슨 소리인가.

그런데 반대로, 이제 시디를 사는 사람도 정말 몇 없고, 시디를 재생하는 장소도 몇 없으니, Tag가 꼭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디를 지키려는 그 소수 정예를 위해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 소수 정예는 더 굳건히 시디란 존재에 지지를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별문제도 아니다. 그냥 이건 작은 서비스니까. 그런데도 Tag 없는 시디가 야속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마 장기 고객인 나에게 제공하는 작은 서비스 중 하나가 없어서 느끼는 서운함일 것이다. 아주 작은 것인데, 없으면 아쉬운 그런 거 말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룸306이 보내준 매너에 반가우면서도 남은 두 장의 시디엔 그 예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고마우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정말 별거 아닌데, 그렇게 별게 아닌데, 왜 자꾸 생각나는 걸까.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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