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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그리고 봄

정승환에겐 아직 주목이 더 필요하다.

기대주인 만큼 화려한 작곡 명단을 거느린다. 이미 ‘그 겨울’로 호흡을 맞춘 ‘1601’부터 노리플라이의 ‘권순관’, ‘이 바보야’로 음원 차트 1위를 안겨준 ‘박새별’, ‘존박’, ‘루시드폴’, ‘이규호’ 그리고 편곡에 ‘디어 클라우드’까지. 비록 소속사의 규모는 작지만, 정승환의 첫 정규 앨범을 위한 지원은 YG와 JYP가 부럽지 않을 만큼 초특급이다.

작곡가가 많아 우려되는 ‘방향성’은 프로듀서 유희열이 확실히 매듭짓는다. 편곡자가 10명임에도 앨범의 통일성이 느껴지는 건 분명 곡을 만드는 단계부터 프로듀서의 확실한 주문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근래 나온 앨범 중, 이토록 스텝이 많아도 일관성을 유지한 앨범을 만나기도 오랜만이다.

그야말로 안테나의 정성이자, 집중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바보야’로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확보했기에 가능한 판단이자 실행이다. 그러나 이 정성만큼 앨범의 결과가 나왔다고 보긴 힘들다. 정돈된 감성과 차분한 분위기가 앨범의 듣는 맛을 유지해주나, 도무지 기억에 남을만한 뚜렷한 곡을 만나긴 어렵기 때문이다.

호화 군단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가 주문한 ‘정제된 감성’에 몰두한 나머지 자극을 회피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모두 인상적인 음표를 써내야 하는 지점에선 한 발짝 물러났고, ‘타임라인’ 정도만을 제외하곤 공격적인 곡을 찾기 어렵다.

반응은 즉각적이다. 주요 음원 차트에서 이미 선공개했던 ‘눈사람’이 타이틀곡 ‘비가 온다’ 보다 더 높은 순위에 안착한 건 별다른 이유가 없다. ‘눈사람’ 만큼 뚜렷한 멜로디의 곡이 없으니까. 루키 ‘정승환’의 대중성을 끌어올리기보단,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프로듀서의 욕심이 반영된 결과다.

더욱 아쉬운 건 시점이다. 지금 솔로 발라드 가수의 존재가 딱히 뚜렷하지 않은 시기에서 정승환의 등장은 이 자리를 메꿔줄 가능성이 높았다. 더불어 ‘이 바보야’ 이후 인지도를 조금 더 확보해도 어색하지 않을 타이밍. 충분히 쉽게 가도 되고, 쉽게 가야 할 부분에서 유희열은 신인 가수의 첫 정규 앨범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 놨다.

(3 / 5)

 

About 이종민 (62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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