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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극장: 항상 전구를 켤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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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쫑긋 귀를 기울여야 할 음반이 대거 나오고 있다는 것은 평론가에게 축복이라 할 만한 일이다. 일련의 흐름 가운데는 제8극장의 세 번째 음반 [언제나 나는 너를 생각해]도 한 자리 차지한다. 생각해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트리퍼 사운드라는 레이블에 발을 들여놓았고, 처음으로 원테이크 녹음을 했으며, 옛날 락큰롤 밴드들이 했던 그대로 빈티지한 레코딩을 시도했다. 더욱이 심혈을 기울여 선별된 곡들은 음반의 신뢰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 배후엔 이번 음반 작업을 진두지휘한 프로듀서이자 레이블 대표 김은석이 있다. 이 인터뷰를 통해 가장 많이 거론될 이름이다. 전문 프로듀서가 몇 없는 인디 씬에서, 음악에 대한 탁월한 이해에 바탕한 그의 존재는 꽤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글을 통해 왜 김은석이 뛰어난 프로듀서이고, 왜 밴드가 메트로놈을 버렸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연남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엔 서상욱(보컬, 기타, 베이스), 임슬기찬(기타, 코러스), 함민휘(키보드, 기타, 베이스, 클라리넷, 코러스), 김태현(드럼, 코러스)이 참여했다.

 

3집의 구상은 언제부터 이뤄졌는가?

서: 싱글 ‘너랑 뽀뽀할래’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다. 그때쯤, 곡들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특별히 어떤 형태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뮤지션들에겐 곡들이 ‘쏟아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가 마침 그런 시기였던 거다. 그전까지 우리는 “The Beatles를 흉내 내는 음악”을 했었다. 그때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조금 더 한국적인 분위기를 첨가해보자”는 데 동의했고, 그에 맞는 곡을 쓰기 시작했다. 헌데 정작 그때 만들었던 곡 중 이번 음반에 살아남은 곡은 ‘서울’뿐이다.

임: 초기에 구상했던 형태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서: 소속사인 트리퍼 사운드 김은석 대표님도 계속 곡이 쏟아지니까, “일단은 곡을 좀 모아 두자”고 하셨다. 그러고 있다가 발매 한 2달 정도 앞두고서야 서서히 윤곽이 그려졌다. 모아둔 곡이 20곡이 넘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어떤 곡은 레코딩까지 다 되었다가 리스트에서 빠지기도 했다. 베스트 12곡만 두고 다 빼버렸다.

 

곡은 본인들이 직접 선택했나?

서: 아니다. 대표님과 같이 선택했다. 이번엔 은석 대표님이 그린 그림대로 한번 따라가 보고 싶었다.

 

세 번째 음반은 음악가들에게 항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부진으로 빠지게 되는 기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각오가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서: 그렇게 심각하게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임: 태현이가 작년 초에 들어온 후 밴드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서: 뭔가 데뷔 음반을 내는 느낌이었다.

 

트리퍼 사운드와 계약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풀렝스 음반이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녹음 방식의 변화’였다는 생각인데, 어떤가?

서: 원테이크로 녹음한 게 재미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게 합주실 시스템을 바꾸면서부터였다. 아, 설명이 좀 길어도 되나? 오케이. 원래 쓰던 합주실이 있었는데(일반적인 합주실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그걸 구해준 부동산이 바로 월드부동산이었다. 좋은 공간이었지만 밤 10시 이후엔 소음을 내선 안 된다는 게 단점이었다. 뮤지션 입장으로서 밤에 작업이 더 잘될 수도 있는데 그런 제약이 있다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시스템을 바꿨다. 네 명이 다 헤드폰을 쓰곤, 기타 앰프 대신 앰프 시뮬레이터를 사용했다. 외장 랙 같이 생긴 앰프 시뮬레이터 말이다. 드럼도 전자드럼을 썼다. 외부로는 소리가 나갈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거다. 모니터는 헤드폰으로 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도 합주된 곡들을 멋지게 녹음할 수 있더라. 그게 더 느낌이 좋더라고.

그러고 나선, 메트로놈 없이 녹음한 결과가 훨씬 더 좋다는 이야기를 대표님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 말을 들으시더니 처음엔 “어려울 거다”라고 하셨지만, 기꺼이 “한번 해보자”고 의견을 모아 주시더라. 그렇게 탄생한 곡이 ‘너랑 뽀뽀할래’다. 메트로놈이 없으니 작업이 더 편해진 것도 있었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곡 중 5곡의 반주를 하루만에 끝냈으니 말이다.

함: 메트로놈 없이 원테이크 녹음을 해보고 싶었다.

서: 아무래도 메트로놈이 있으면, 메트로놈의 견해가 음악에 들어가게 된다. 그게 싫었다. 우리 넷만의 연주로 해결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녹음할 때 “빠르게 해/느리게 해” 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곡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만 사전에 공유했다.

임: 태현이랑 같이 합을 맞추며 3집 작업을 들어가기 바로 직전이 밴드 생활 중 가장 재미있었던 시기였다. 그때의 무드를 음반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녹음의 의도를 잘 모르고 레코딩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네티즌들도 있었다. 봤나.

서: 봤다. 그래서 댓글을 달면서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지 말씀해 달라고 메일을 보내 드렸다. 그분이 답메일을 보내 주셨는데, 아직 답장을 못 드렸다(웃음). 아, 메일을 드린 이유는 그분이 음악을 들었던 환경에서 내가 한번 들어본 후, 정확한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였다.

 

모든 곡을 원테이크로 처리했다. 음반 작업에선 처음 시도한 거 아닌가?

서: 맞다. 싱글에선 그렇게 한 적이 있었지만, 음반에선 처음 해보는 거다. 1집 [나는 앵무새 파리넬리다!]와  2집 [양화대교]를 작업하면서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문제의 원흉이 메트로놈이었다. 우리와 같은 락큰롤 음악엔 그게 안 맞는 것 같다. 그걸 쓰는 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멤버간의 케미스트리만 있어도 충분히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스튜디오 라이브 같은 맛도 있다.

서: 그렇다. 실제로 스튜디오 라이브의 느낌으로 구현된 음반이다.

 

막상 해보니 어땠나?

서: 너무 좋다. 평생 이렇게 작업하고 싶다(웃음).

 

언제나 그랬듯, 굉장히 평범한 소재를 다룬다. 뭔가 작품을 만들려고 하려는 욕심보다는 하루하루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소재를 구하려고 하려는 시도가 느껴지는 밴드다. 가사를 쓸 때 중요시하는 건 뭔가?

서: 주로 내가 가사를 담당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사의 내용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집중하는 건 ‘발음’이다. 멜로디와 발음이 얼마나 잘 붙는지에 대한 고민. 힙합의 ‘플로우’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한국말로 서양음악을 하게 되면, 뭔지 모를 뽕끼가 생긴다. 다들 그런 경험을 하면서 음악을 배운다.

돌이켜보면 ‘락’이라는 게 원래 우리 음악이 아니라 그런 거다. 뭔가 가사랑 음이랑 안 맞는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뮤지션은 더 좋은 발음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평소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구상을 하는데, 외계어처럼 뭔가를 막 내뱉다가 거짓말처럼 음악의 감성과 단어가 결합되면서 시너지가 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노리는 거다.

 

음반의 세 번째 키워드는 위트와 유머다. ‘상도덕같은 노래가 대표적이라고 생각된다. 가끔씩 터지는 자학개그도 재밌고 말이지.

서: 그런 계열의 노래가 정말 많다. 평소 곡을 많이 써 두는 편인데, 고민 별로 안 하고 죽죽 끄적거리는 스타일이라 그런 곡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작곡을 열심히 공들여서 하진 않는다. 대충 만들었다가 살을 붙이는데, 개중에는 멤버들에게만 들려준 ‘개그송’도 상당수 있다. 너무 수위가 높은 나머지 절대 발표할 수 없는 곡들도 있고.

임: 이분은 사람들이 자기 말 들어주는 거 좋아하고, 늘 좌중을 재밌게 해주고 싶어한다. 그런 인간적인 매력이 곡에 그대로 담기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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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가 들어 있다. The Beatles 풍의 락도 있고, 프로그레시브한 느낌도 있고, 팝도 있. 품이 정말 넓어졌다. 거기엔 확실히 은석 대표의 공이 크지 않았나?

서: 물론이다. 딱 The Beatles와 George Martin 관계를 떠올리면 된다. 원래 이렇게 넷이서만 작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거기에 끼어드는 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처음 트리퍼 들어와서도 걱정이 좀 있었다. 그런데 이 형(사석에선 형이라고 하니까)과 음악 이야기 좀 섞어 보니까, (우리도 우리 또래에선 음악 덕후지만)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그때부터 깨갱할 준비를 했다(웃음).

임: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서: 세상에 이렇게 심각한 환자가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자신의 힘을 남에게 강제하는 분이 아니었다. 형도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시더라. 실은 우리가 형을 더 몰아붙인 지점도 있다. “이런 곡을 쓰고 싶은데, 그런 느낌 나는 곡 어디 없나요?”,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3집 작업은 굉장히 ‘interactive’한 작업이었다.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일어나서 형한테 메일 보내고, 답장 받고 그렇게 했으니까.

 

아까 말이 잠깐 나왔지만, 서로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자칫하면 그런 태도를 꼰대기질로 오해했을 만도 한데.

서: 그렇다. 처음엔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음악을 잘 알고 많이 아는 사람에게 배운 게 나쁜 게 아니더라. 2집 할 때 트리퍼에 왔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것 같은데, 그때보다 우리가 음악이 좀 늘었다. 그렇게 되면서 음악 잘 아는 사람에게 영향 받고 싶은 마음도 더 커진 것 같다. 예전에는 작곡과 프로듀싱을 겸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3집 준비하면서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함: 너무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서: 형이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좀 있는데, 은석 형이 정신연령이 아주 젊다. 그냥 ‘젊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몸만 나이를 먹었지 사고방식은 20대다. 편하다.

함: 어떤 일의 성패엔 구성원들의 유대감이나 인간미가 꽤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본다. 레이블의 오너라면 자신이 가진 실력과 권위를 앞세워 고압적으로 나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고, 우릴 굉장히 이성적으로 대해 주셨다. 만약 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되었다. 그런 게 너무 좋았다.

서: 다섯 명이 “좋은 음반을 만들어 보자”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목표의식이 같았던 거다. 2집 때도 계약만 하지 않았지 (대표님으로부터) 이런저런 조언도 들으면서 가깝게 잘 지냈던 사이다. 홍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형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작가가 같이 만든 음반인 셈이군.

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도 하고 음반을 녹음하면서 형과 많이 친해져서 좋다. 쉬는 날, 다섯이 옛날 홍콩영화 블루레이 보면서 즐겁게 놀았다(웃음).

 

자칫하면 이런 시도는 “백화점식 구성”으로 변질되기 쉽다. 그렇지만 흐름이 있고, 일관된 정서의 배열이 있어 안정감을 준다. 구성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서: 100% 은석 형이 노리고 한 배치다.

임: 형이 배열과 배치에 고민했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었다.

서: 우리도 생각했던 순서가 있었기에, 나름의 배치를 들고 와서 은석 형의 배치와 배틀을 붙었는데… 졌다(웃음). 은석 형 걸 보자마자 바로 수긍이 가더라. 우리가 원래 생각했던 흐름은 1번이 ‘언제나 나는 너를 생각해’였고 2번이 ‘인생을 고쳐줘야 해요’였다. 그런데 은석 형이 그걸 보시더니 “야, 나는 당연히 ‘언제나 나는 너를 생각해’가 마지막인 걸로 생각했어.”, 하시는 게 아닌가. 들어보니 정말 그게 더 좋더라. 1초 만에 수긍했다.

함: 이상하게 생각하셨을 거다. 나름 논쟁할 준비를 하고 오셨을 텐데, 이 친구들이 그냥 수긍해 버렸으니까.

서: 은석 형이 확실히 음반 단위로 작업을 많이 해보신 분이라 그런지, 작품의 배치와 흐름에 강하시더라. 우리 세대는 보통 ‘좋은 곡’ 위주로 듣지, ‘음반 단위’로 듣지는 않는다. 결국 그 차이였던 것 같다.

 

배울 게 많았다는 걸 감안해도, 상당히 빨리 수긍하게 된 것 같다.

서: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목표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럴 수 있었다. 반대로 우리 견해가 좋을 경우엔 그 자리에서 우리 생각을 인정해 주신다. 이게 프로듀서와 뮤지션의 이상적인 결합인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벌써부터 4집을 작업하고 싶다. 아까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탈락된 노래가 많았다고 했는데, 그게 노래가 별로라서 빠진 게 아니었다. 은석 형 말에 의하면, “더 좋아질 여지가 있어서 지금 실으면 아까워질 노래들” 위주로 뺀 거다. 그래서 콘셉트만 잘 나온다면 다음 음반도 곧 나올 수 있을 거다.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무대 위에서 그런 느낌을 구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 그런 곡들을 만들어내기까지 어떤 자체검증과정을 거치는가?

서: 우리 노래 자체에 그런 힘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임: 합주하다가 스케치가 나오면 그걸 판단하는 기준이 딱 하나다. “됐냐 안 됐냐?” 그 기준에 의해 곡을 평가하고 살을 붙이거나 버리거나 한다. 그 선에 닿지 못하면 아직 덜 완성된 노래다.

서: 우리끼린 그걸 “전구가 켜졌는지 안 켜졌는지”에 비유한다. 다 떠나서 불이 들어오는 것에만 신경 쓴다. 잡생각 없이 무념무상으로 연주하다 어느 순간 넷이 다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가 바로 “전구가 켜지는 순간”이다. 언제나 그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 처음에는 1년 동안 거의 매일 합주를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시점부터는 라이브에서도 그걸 할 수 있게 되더라.

임: 내가 싫어하는 건 무대 위에 선 뮤지션이 다른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빼앗기는 거다. 더 잘해야겠다는 강박을 갖는 것, 방금 전 실수한 것에  집착하는 것도 다 포함된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저 사람이 긴장한 게” 확연하게 보인다. 다 티가 나게 되어 있다. 음악에 몰입하는 상태로만 남는 것.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만 신경 쓴다. 레코딩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녹음이나 라이브 둘 다 마찬가지다.

서: 우리는 라이브가 더 좋은 밴드다. 음원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라이브와 결이 확연히 다르다. 그냥 다른 밴드 같다. 팬들도 라이브를 더 좋아하고 말이지. 예전엔우리도 우리 음원을 들으면 가끔 어색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라이브랑 똑같은 환경에서 녹음해 봤다. 퀄리티를 높이려는 취지였다. 무엇보다,  음반에서 라이브 그 이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과거보다는 팬층이 더 단단해졌다. 공연을 해 보면 반응이 달라진 걸 느끼는가?

서: 달라진 것 같다. 트리퍼 사운드 들어오고 난 다음에 확실히 인기가 많아졌다(웃음).

임: 라이브를 하면 울먹이는 팬들이 많다.

서: 2집까지는 눈에서 하트가 보였다면, 3집부터는 그보다 눈물이 많이 보인다. 저번 단독공연 때 첫 곡이 ‘언제나 나는 너를 생각해’를 첫 곡으로 불렀는데, 맨 앞줄에 있는 남자분이 팔짱을 끼고 뚱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아, 저분은 100퍼센트 여자 친구한테 끌려온 거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웃음). 그런데 반전. 그 곡 마지막 부분에 보컬이 클라이막스처럼 올라가는 지점이 있는데, 그분이 그 지점에서 마구 흐느끼는 게 아닌가. 그날 거의 4분의 1 정도는 울었던 것 같다. 심지어 ‘서울’처럼 신나게 떼창 나오는 노래에서도 많은 분들이 울더라.

 

1, 2집과 비교해 봤을 때, 3집은 음반 전체를 감상했을 때 위력이 배가되는 앨범이다.

서: 이번 음반 들어가기 전부터 은석 형이 “처음부터 들었을 때 하나의 작품이 되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또 옛날 분 같다(웃음). 하지만, 그런 건 꽤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과거 음악가들이 남긴 유산 중 가장 소중한 가치다. 언젠간, 풀렝스를 포함한 그런 것들도 다 하나씩 사라져 가겠지. 하지만 우리 때만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

 

잘 들었다. 요즘 괜찮다고 생각하는 동료 아티스트는 없나?

서: 하이힐스, 호랑이아들들. 루스터스도 좋아했는데 군대 갔다. 주로 로큰롤 밴드들인데, 우리 딴에 ‘현대음률’을 하는 밴드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트렌디한 음악 하는 밴드 말이다. 한 곡을 들으면 좋은데 서너 곡 이상 들으면 힘들더라. 원래 락큰롤이 최고다(웃음). The Beatles가 이미 1등 찜해 놓지 않았나.

임: 1950년대 이후 수많은 장르들이 경주를 벌였지만 결국 우승은 락큰롤이 한 거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1 Comment on 제 8극장: 항상 전구를 켤 준비를 한다

  1. 우아 감사합니다! 재밌게 두고두고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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