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케이윌: RE:

달라진 태도로 얻은 최상의 선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앨범은 아니다. 일단 예상 가능한, 케이윌 하면 떠오르는 느낌의 곡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인 ‘꽃이 핀다’가 라디오에 자주 나오겠지만 개인적 취향만을 놓고 본고다면 에피톤 프로젝트의 ‘우린 너무 멀리 있다’ 빼고는 자주 들을 것 같지는 않다. 또한 ‘그리움’이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왼손을 잡고’는 흐름을 방해한다. 아까웠어도 다음 앨범으로 넘겼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리뷰를 쓰고 싶게 만든 건, 이 앨범은 자신이 곡을 만들지 않고 다른 음악인들에게 곡을 받아 노래를 하는 보컬리스트의 미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 것 따위는 이미 믹싱에서, 마스터링에서 그리고 좋은 스피커를 통해 왜곡된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노래가 공감을 할 수 있게 하는, 다시 말해 인간끼리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노래에 감정이 실렸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걸 진정성이라고 불러도 좋겠지만 이 말은 너무 많은 의미를 함의하고 있고 다양한 시각이 침투할 위험이 있어 여기서는 ‘가수가 노래에 얼마나 빠져 들었는가’ 정도로만 정의를 내리도록 하겠다.

이 음반에 그런 게 있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의심스럽다면 케이윌의 모든 앨범을 찾아서 템포가 빠른 곡들은 제쳐놓고 발라드 곡들을 들어보라. 취향의 문제를 떠나면 아마 ‘왼쪽 가슴‘이나 ’그립고 그립고 그리다‘가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될 것 이지만, 이 두 곡 역시 이번 앨범의 곡들에 비하면 그 진득함은 낮은 수치를 그릴 것이다. 이건 음이 얼마나 올라가고, 성량이 어떻고, 발음이 어떤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만을 놓고 따진다면 지난 앨범의 특정한 어떤 곡이, 혹은 어떤 공연에서의 한 무대가 더 맘에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목소리에 장착한 케이윌의 한숨 같은 공기는 아직은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절대로 기술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예술가의 고유영역 같은 것을 건드리고 있다. 매끄럽게 한 귀에서 한 귀로 흘러가지 않고 가슴 속에 남아, 절대 체로 걸러지지 않을 것 같은 먹먹함 말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감정 이입‘에서 있어서만큼 “케이윌의 이전 어떤 앨범도 이 앨범을 따라오지 못 한다”에 한 표를 건다. 그렇다면 이전과 달라진 건 뭘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노래를 대하는 태도의 재고일 것이다. 가사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로만 듣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그 절실함을 갖는 것으로 말이다. 사실 이 하나면, 보컬리스트는 어떤 기교와 옥타브를 가진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수는 싱어송라이터가 비교적 손쉽게 오르는 아티스트의 호칭을 받기 어렵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 자신의 진짜 경험을 이야기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떤 이론보다 더 효과적임을. 어찌되었건 이런 변화의 이유를 꼽자면, 표면상으로는 엠넷에서 방영했던 스타쉽 엔터의 서바이벌 ’노 머시‘에서 심사를 맡은 이후가 아닐까 조심스럽지 않게 추측해 본다. 그게 이 앨범의 제목인 이유이고 케이윌 자신도 바로 이 변화의 지점을 포착하고 있는 증거라고.

다시 한 번 노파심에 말하지만 음악은 ‘감정이입’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우린 리듬과 멜로디에 중독되고 편곡에 흥겨워하고 악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연주에 감탄한다. 그러므로 완전하게 한 부분만 남겨놓고 그 영역들을 버리긴 불가능하다.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그때 만약’의 전주 같이 말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감정이입’같은 건 미학의 숭고미처럼 몇 번 들으면 처음의 그 느낌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앨범에서 위에 열거한 것들의 지분은 아주 소소한 위치로 전락해 버린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이 모든 것들을 따진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특히 ‘꽃이 핀다’와 ‘우린 너무 멀리 있다’에서는 아예 무화되는 느낌이다. 그저 멍하니 그의 목소리가 전하는 이야기에 빠질 뿐이다.

3 Stars (3 / 5)

 

About 현지운 (5 Articles)
프루스트, 카프카, 하루키 등의 말을 섞어서 표현하자면 어떤 한 길을 미련 없이 쭉 가지 못하고 항상 뒤돌아보고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하며 힘껏 앞으로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달려 나가다가도 마치 새총처럼 다시 한계점을 이기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시간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무려 철학도이니 재밌는 걸, 행복한 걸 참지 않고 싶다.
Contact: Website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