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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스: 청춘의 복잡함을 아날로그 사운드로 풀어낸다

klaps - cover

 

클랩스는 요새 홍대 인디팬과 뮤지션 사이에서 “저 팀 괜찮다”고 회자되는 팀 중 하나다. EP를 들어보니 1990년대 얼터너티브에 개러지, 팝락을 섞은 다음, 사이키델릭적인 요소를 추가한 음악을 추구하는데 뭔가 느낌이 있었다. 참신하고 새로운 장르를 탐구하는 건 아니지만 기존의 소스들을 독창적으로 버무리고 있었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잔다리’의 열기로 뜨거울 즈음, 산울림소극장 인근의 카페에서 나는 이들을 만났다. 김태훈(보컬과 기타), 장지용(기타), 이동현(베이스), 김태한(드럼)이 질문에 답변해주었다.

 

클랩스는 독일어로 ‘미친’이라는 형용사다. 어떻게 이 이름을 짓게 되었고, 결성되었는지 소개 부탁한다.

김태훈: 무엇으로 밴드명을 지을지 고민을 하다, 개인적으로 독일어를 좋아해서 네이버 사전에서 적절한 이름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다 우물라우트 찍힌 단어들만 나와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던 찰나, ‘klaps’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발음상 ‘박수(claps)’라는 뜻도 되고 원래 의미로는 ‘비정상의, 살짝 미친’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단어였는데, 그 어감과 의미가 괜찮아서 택하게 되었다. 나름 중의적인 걸 노린 거다. 그리고 클랩스는 같은 학교 동기 친구들이 만든 밴드(드러머만 선배)인데, 밴드 음악에 관심 있는 친구들끼리 술 마시고 놀다가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김태한: 학교에서만 하는 음악은 정작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과 거리가 멀어서 같이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보자고 뭉치게 된 거다.

김태훈: 학교 다니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아니었다.

 

결성은 정확히 언제 했나?

김태훈: 2013년 11월에 결성되었고, 첫 공연은 2014년 3월이었다. 햇수로 2년 된 거다.

 

난 [Konfusion]을 들으며 1990년대 얼터너티브락에 개러지락, 팝락을 적절히 믹스해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클랩스의 장르는 뭔가?

김태훈: 브리티시락과 얼터너티브락에 애정이 깊었고, 그런지와 개러지락도 좋아했다. 그런 게 다 반영이 되어 있을 것이고, 거기에 항상 들어왔던 한국 락 음악도 섞여 있다. 딱히 어느 장르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김태한: 클랩스적인 느낌의 음악이다.

이동현: 결과적으로 그걸 노리고 하는 거다.

김태한: 다 똑같은 음악을 좋아하던 게 아니었고, 각자 즐겨 들었던 스타일이 있는데 밴드를 하면서 그 취향들이 다 섞여 들어간 것 같다. 타협 내지는 조율을 한 거다.

 

결성 당시에 그런 방향을 정해두고 한 건가. 아니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건가?

김태훈: 처음에는 개러지락 밴드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같이 생활하다 보니 서로 더 알게 된 게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다.

이동현: 하나의 목표를 세워둔 다음, 각자 “나는 이걸 더 잘하니까 이런 지점에서 팀에 더 기여할 수 있어”라고 판단했던 거다. 첫 합주 할 때는 완전 개러지락이었는데, 합주를 하다보니 점점 다른 느낌이 되면서 그와는 다른 색깔의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 굳이 한 범주에 국한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게 된 거다.

김태훈: 우리가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

장지용: 그래서 들어보면 곡 하나하나마다 멤버들의 특성이 묻어있다.

 

보컬 김태훈의 탁성은 확실히 재능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따로 연습을 한 건가?

김태훈: 그렇다기보다 밴드를 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지점들을 알게 되었고, 그걸 익히는 과정에서 시원시원하게 부를 수 있는 목소리를 갖게 된 거다.

 

이상형이었던 보컬리스트가 있었는지.

김태훈: Eddie Vedder와 Kurt Cobain, Bono, Thom Yorke. 이런 보컬리스트들을 좋아했는데 요새는 나만의 톤을 찾아보려고 노력중이다.

이동현: 태훈이는 “Kurt Cobain이 멋지니 그처럼 노래해보자”는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자신의 컬러를 발견하려는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한다. 이 친구 장점이다.

 

어떤 밴드들을 동경하며 자랐나?

장지용: Led Zeppelin, Jimi Hendrix.

김태한: Maroon 5. 파퓰러한 걸 좋아한다.

이동현: 가슴속에 살고 있는 밴드가 Jamiroquai다. 또 일련의 올드한 흑인음악 밴드들, 이를테면 Earth, Wind & Fire나 The Emotions도 좋다. 근래에는 애시드재즈도 즐겨 듣는다. 아마 이 앨범에서도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플레이가 틀림없이 드러나 있을 것이다.

김태훈: Radiohead와 Blur, U2.

 

실용음악과 동기들로 각자 자신의 파트를 전공했다. 학교 때는 어떻게 지냈나? 공부가 재미있었나?

장지용: 지금 부딪히며 느끼는 게 더 도움이 되고 있다. 학교는 그냥 졸업만 하자는 생각으로 다녔다.

김태훈: 보컬 전공으로 입학했는데, 바로 기타로 돌았다. 학교 다니면서 2학년 초반부터 클랩스를 하기 시작했는데, 저녁마다 공연이 잡혀 있어서 이러다가 졸업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다행히도 교수님이 밴드 활동을 이해해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김태한: 특혜를 받은 거다.

이동현: 나는 3점대 후반의 학점을 찍으며 모범적으로 다녔다.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이랑 지금 하는 음악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양자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Dope’를 들어보니 사이키델릭이나 프로그레시브도 좋아했을 것 같다.

장지용: 그렇다. 그런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랐다.

김태한: 사운드 실험을 많이 한 곡이다. 인트로도 계속 바꿔 나가면서 공연을 하다가 최종 픽스된 버전을 지금 앨범에 싣게 된 거다. 다들 장비에 관심이 많아서 최대한 가상악기의 디지털 사운드를 배제하고 아날로그 질감이 나는 곡을 해보고 싶었다.

장지용: 서양 사이키델릭을 동양 입맛에 맞춰보려고 했다. 본토 사이키델릭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양자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고 싶었던 거다.

김태한: 곡 제목이 ‘Dope’지 않나. 말 그대로 약빤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다.

김태훈: 홍은동에 거주할 때 반지하에 살았다. 남자 둘이 있다 보니 할 일이 뭐가 있겠나. 매일 취해 있었는데, 창밖으로 사람들 발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밖에 보이지 않았다(웃음). 그 불빛이 ‘훅’ 왔다 ‘확’ 사라지는데 취한 상태로 그걸 보고 있으면, 서럽기도 하고 왜 여기 앉아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Dope’가 약이라는 뜻도 있지만 외국인들이 속어로 “굉장하다. 아주 좋다”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그런 중의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다.

 

멜로디가 명징하게 들어오는데, 관습적인 코드를 따라가지는 않는다. ‘이상기후를 들으면 그런 게 느껴진다. 곡을 쓸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뭔가?

김태훈: 멜로디라인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락 밴드를 한다고 이미 다 문법이 정해진 음악을 하는 것보다는 분위기를 살리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음악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잘 들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서정적인 걸 좋아하는 멤버들이 많아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김태한: 태훈이 창법도 흔한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음악도 코드와 멜로디메이킹할 때 뻔한 코드로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게 있다.

 

음악에 코러스를 많이 활용한다.

장지용: 그걸 우리 이미지로 굳히고 싶은 이유도 있고, 그게 노래랑 잘 붙어서 쓰는 이유도 있다. 우리 셋이 노래를 아주 잘 하는 게 아닌데, 노래하다 보니 우리 음감도 늘고 있다.

김태훈: 코러스가 들어가니 화려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가사뿐만 아니라 ‘음’까지 기억해주는 경우도 있다.

장지용: 셋 목소리가 다 달라서, 그게 재미있게 섞인다.

김태한: 하이(high).

이동현: 미들(middle)

장지용: 로우(low)다.

 

‘Bad Finish’는 이별담인가? “니가 뱉은 말처럼 난 가벼워졌어, 차가워졌어라는 가사가 마음에 든다.

김태훈: 홍은동 방에 통기타 하드케이스가 있었는데, 거기에 붙은 스티커에 써있던 말이다. 그걸 보고 있는데 그게 순간적으로 예쁘게 다가오더라. 왜, 모던락의 이별노래는 뻔한 게 많은데, 그대로 가긴 싫었고 거칠과 와일드한 느낌을 내보고 싶었다. 헤어졌을 때 가장 원초적으로 내게 왔던 느낌이 뭐였을까. 그걸 내뱉는다는 느낌으로 썼다.

 

곡들을 죽 들어보니 어설픈 밝음이나 거짓 희망,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김태훈: 억지로 밝게 하는 걸 못하겠다. 만들었다고 쳐도 그걸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물론 행복한 일만 생긴다면 또 다른 곡들이 나오게 되겠지.

 

그럼 영감이 떠올랐을 때 그걸 메모해 두는 편인가?

김태훈: 그렇다. 노트랑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정리했다가 밴드 카톡방에 “이거 어떠냐?”고 던져두고, 합주할 때 그걸 꺼내본 다음 살을 붙여 곡을 완성한다. “당장 완성해보자”는 강박으로 출발한다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얻어지는 단편적인 영감들을 찾아보는 편인데 그게 멤버별로 모였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지금은 태훈 씨가 곡을 주도하는데, 다른 분들은 자신의 비중을 더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나?

김태한: 아닌 게 아니라 그런 곡들이 있었는데, 정작 합주를 해 보니까 태훈이 목소리랑 엇나가는 것 같았다.

 

CD는 공연장에서만 파는 건가? 온라인에선 팔지 않는 것 같다.

김태훈: 공연장에서도 팔고, 인터파크에서 판다. 음원은 네이버뮤직을 비롯한 각 사이트에 다 올라와 있다.

 

호랑이아들들의 리더 조성민이 당신들의 음악을 강력 추천했다.

김태훈: 성민 형이 우리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 주신다.

이동현: 길 가다가 자주 본다.

 

그의 추천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면?

김태한: ‘욕망의 눈’으로 지켜보겠다(웃음).

 

혹시 이 EP에 실린 곡 말고 곡이 더 있나?

김태훈: 5곡 더 있다.

 

그럼 이번에 풀렝스를 냈을 수도 있었네.

이동현: EP이후에 작업한 곡이 꽤 된다.

김태훈: 자금 문제도 있어서 그걸 다 하긴 어려웠다.

 

각자 일들은 하고 있나?

장지용: 소시지를 굽고 있다.

김태훈: 피규어를 팔고 있다.

이동현: 나는 레슨을 한다.

 

20대 초반이다. 군대를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더 활동하다 군대를 갈 계획인지.

장지용: 2017년 정도 예정한다. 그때 또 무슨 좋은 일이 생기면 달라지겠지만. 내년 초 우선 싱글을 공개하고, 그 다음 두 번째 EP를 낼지 싱글을 낼지 보려고.

김태한: 조심스럽게는 정규를 준비해보고자 하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곡이 많지만 만족할 수 있는 곡이 나올 때까지 보다가 그걸 모아서 내고 싶다.

김태훈: 삶의 연속을 기록해보고 싶다. 그래서 곡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변화되는 모습을 담아두려고 한다.

 

공연장에 오는 고정 팬들도 많이 생겼나?

김태훈: 영상 찍어 주는 분들이 생겼다.

장지용: 얼굴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공연장에 고정적으로 오는 분들이 있다.

 

공연하다가 생긴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지.

이동현: 매번 있는 일은 기타줄이 끊어지는 건데, 거의 매번 발생하는 이벤트다.

김태한: 태훈이가 감정적으로 노래하다가 보면 그렇게 된다.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이동현: 이 친구 커팅이 굉장히 격하게 들어간다. 그래서 잘 끊어지지 않는 굵은 줄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3번 줄을 많이 끊어먹는 친구는 처음 봤다. 미스테리다.

 

앨범 커버 이야기도 해 볼까? 이게 뭘 말하고 싶은 건가?

김태훈: 멤버들이 팬티와 흰 면티만 입고 들판을 뛰어다니는 장면이다. 자세히 보면, 표정도, 팬티 색깔도 다 다르다.

이동현: 확대해서 보면 다들 힘든 표정을 하고 있다. 여름에 땡볕에서 2시간 동안 뛰어다녔으니 그럴 수밖에.

김태훈: 그것도 가장 더운 날이었다.

 

옆에 이 괴물은 뭔가?

김태훈: 괴물이 아니라 공룡이다. 경기도 화성시 공룡알 화석지에 있는 조형물이다.

이동현: CG가 아닌 실제 조형물이다.

김태훈: 사람들이 멤버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게 왜 들어가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게 재미있다. 우리는 그냥 찍은 건데.

 

클랩스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뭘까.

김태훈: 사람들은 기쁠 때보다 슬플 때나 우울할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 음악을 들으면 뭔가 해소되는 게 있을 것이다.

장지용: 심박수가 빨라지면서 나쁜 피가 빠져나가는 걸 몸으로 직감할 수 있을 거다.

김태한: 가사를 찾아보게 되는 음악이 될 거다. 듣다보면 쏙쏙 박히는 지점이 있다.

이동현: 화려한 옷을 입고 잔뜩 치장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많다. 그에 비해 클랩스의 음악은 ‘벌거벗은 음악’이다. 포장과는 상관없이 솔직하게 뭔가를 뱉어내는 음악.

김태한: 그래서 그런지 가사를 보면 영어가 한 마디도 없다.

김태훈: 내가 현지에서 살다 왔다면 영어를 썼겠지만, 순수 국내인이라 영어가사 막 내뱉는 거엔 잘 공감이 안 되더라. 앞으로 부분부분 영어가사가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게 주를 이루는 곡은 쓰지 않을 거다.

 

본인들이 보기에 괜찮은 팀이 있나? ‘이명의 핵심 질문이다.

김태훈: 더 베거스가 잘하는 것 같다.

이동현: 나는 오히려 891.

김태훈: 891도 좋지.

김태한: 나상현씨밴드. 음악이 귀엽다.

장지용: 체온이라는 밴드도 괜찮다.

이동현: 그 친구들은 생활이 독특하다. 우리보다 더 특이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차후 발표하게 될 곡들은 어떤 색깔을 갖게 될까?

김태훈: 가사 주제가 달라질 거다. 지금까지는 청춘의 복잡함을 그린 노래가 많았는데, 삶을 더 들여다볼 수 있는 노래가 들어가게 될 거다.

장지용: 우리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넣고 싶다. 사운드적으로도 풍성하게 보완되는 게 있을 거고.

김태훈: 하지만 어떻게 되도 지금 색채는 유지될 거다. 뿅뿅거리고 이런 건 체질상 안 맞는다.

이동현: 신스가 들어가도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추가되게 될 거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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