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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파크: 더 많은 상상력과 조우하고 싶고, 더 많은 해석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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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의 요건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훌륭한 선율을 가진 음악, 틀을 깨뜨리고 부수는 음악,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음악… 내가 보기에 티어파크의 음악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가졌다고 본다. 그리고 그 점에서 좋은 음악을 하고 있는 팀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조용히 이들의 두 번째 음반 [두 세계가 만나는 순간]이 발표되었다. 여전히 아름다우며, 첫 번째 음반보다 더 파퓰러한 멜로디를 담은 작품이다. 필히 체크해보길 바란다. 인터뷰는 홍대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되었고, Jonathan Jacobson(기타), 김세희(보컬과 기타), Nathan Greenberg(베이스)가 질문에 답해주었다. 고맙다.

 

먼저 얼마 전 있었던 잔다리이야기로 시작해보자. 그날의 공연은 본인들에게 어떤 경험이었나?

김세희: 이번이 세 번째 ‘잔다리’였는데, 지금까지 섰던 ‘잔다리’ 무대 중 최고였다. 일요일 저녁이기에, 공연장소가 약간 외진 곳(공중캠프)이어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Jonathan: 우리가 프로모션을 워낙 안 해서 그렇다. 그리고 공연 바로 전 나와 세희의 결혼식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준비할 게 상상 외로 많더라.

 

, 축하한다.

김세희: 고맙다. 정말 준비할 게 많더라. 그래도 ‘잔다리’엔 너무 서고 싶어서 공연을 강행했다. 요즘엔 공연 도중에 사진 촬영도 많이들 하고 그러는데, 그날 우리 팀은 아무도 찍지 않더라(웃음). 그런데 오히려 그게 너무 고마워서 “카메라가 없으니 정말 좋다”고 말하고 그랬다. 어쨌든 그날의 공연은 ‘베스트’였는데, 정작 기록은 없다. 동영상도 없고.

 

공연이 잘 되었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날의 공연이 가장 인상적으로 각인된 데는 모종의 이유가 있을 법하다.

김세희: ‘잔다리’때는 늘 잘했다. 기획 공연하면 보통 30분 셋인데 잔다리는 1시간 셋을 준다. 아무래도 공연 타임이 더 생기게 되는데, 우리 곡이 마침 호흡도 길고 고 해서 그에 딱 맞는 것 같다.

Nathan: 처음 ‘잔다리’에 섰을 때는 굉장히 힘들었었다.

김세희: 그때는 가진 곡을 다 해도 1시간이 나올까 했는데, 이제는 2집도 나오고 곡도 쌓이고 해서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티어파크의 장르는 포스트락/노이즈락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억지 같고, 굉장히 다채로운 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들은 스스로의 음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Jonathan: 친구 Mark가 우리 음악을 듣더니 “드림게이즈(dreamgaze)”라는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다. ‘슈게이징(shoegazing)’ 음악의 형식을 따르지만, 그것보다 “더 몽환적”이라는 의도에서 그런 명칭을 붙였을 것이다. 난 그 이름이 마음에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티어파크는 슈게이징 밴드도 아니고, 포스트락 밴드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밴드다. 그게 ‘드림게이즈’라는 말과 유사할 것 같다. 실은 멤버들이 전부 다른 음악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모두의 음악적 아이디어도 다를 수밖에 없다. 락, 재즈, 포크, 클래식 등 모든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

 

각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소개 좀 부탁한다.

김세희: Jonathan은 클래식(오보에)을 전공했다. 나는 포크 성향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었고, Nathan은 재즈를 연주했었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드러머 Laurent도 재즈를 가장 많이 연주한 친구다. 그래서 이런 혼종 음악이 나오는 건데 아까 말한 ‘드림게이즈’라는 장르가 원래는 없는 장르지 않나. 그 친구가 우리 음악을 듣더니, “너희가 너희 나름대로 이런 장르를 만들어버려라”고 조언을 해줘서, 그 이후부터 그 이름 하에서 곡을 쓰고 연주하고 있다.

Nathan: ‘드림게이즈’에는 ‘새로운 장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름을 보고 듣는다면 더 티어파크의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 스스로의 바람과 기대 또한 들어 있다.

 

그 말을 들으니, ‘상상력이라는 단어가 중요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그 상상력이 티어파크 음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지?

Jonathan: 오, 물론이다. 음악적으로 우리 음악을 이루는 모든 것은 절대적으로 상상력에 기인한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건 상상력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것에 주목해본다면, 그 음악은 ‘꿈’처럼 들리기도 할 것이고,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할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초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김세희: 우리는 한 사람이 곡을 주도해서 쓰는 법이 없고, 모두가 생각을 공유해서 곡을 만든다. 굳이 그 경로를 말하자면 주로 Jonathan이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내가 가사를 마지막에 붙인다. 가사는 한국어로 쓰는데, 한국어를 모르는 리스너들도 뭔가 느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우리 곡 ‘명왕성’을 들을 때, Jonathan의 기타 루프가 있고 내 루프가 있는데 그 마디가 다르다(우리가 매쓰락(math rock)을 워낙 좋아해서). 두 기타 루프가 서로 어긋났다가 만났다가 하는 식으로 교차한다. 그게 행성의 궤도 같기도 하고, 사람의 인연 같기도 하다. 가사는 그런 내용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림자림그’를 들어보면 기타와 내 멜로디가 서로 숨바꼭질 하는 게임처럼 잡고 잡히는 진행이 있다. 음을 먼저 들은 후 내가 노랫말을 입힌 거다. 이렇듯 곡을 먼저 따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에 대한 가사를 쓴다.

 

세희 씨 보컬을 들을 때마다 가사가 꽉 맞물리는 게 아니라, 적절한 긴장관계를 형성한다(혹은 거리를 두거나)는 인상을 받는데, 혹시 일부러 그렇게 부르는 건가?

김세희: 의도한 건 아니다. 그런데 혼자 노래를 작업하고 곡을 쓰다가 팀을 하게 되면서, 작곡을 ‘같이’ 하다 보니 노래를 예전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건 있다. 솔로 작업할 때와는 달라진 게 있는 거다. ‘모두’가 만족해서 곡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다 보니, 무의식중에 내가 그렇게 불렀을 수 있다.

 

상상력 못지않게, 리스너들로 하여금 어떤 사유를 하게 해주는 음악인 것 같다.

Nathan: 나는 우리가 명징한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던진다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그 점에서 우리 음악은 ‘추상적(abstract)’이라고 본다.

김세희: 가사도 모호하게 쓰는 편이다.

 

새 음반 이야기를 좀 해보자. 2년 만에 공개한 정규작이다. 예전 1집에서 ‘Sylvester’를 굉장히 인상 깊게 들었던 생각이 난다. 멤버들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녹음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Nathan: 나는 괜찮았는데, Jonathan은 힘들었을 거다. 프로듀싱/믹싱이 시간이 꽤 걸렸는데, 일도 하면서 그 작업을 다 했으니 말이다. 아기도 낳았고.

김세희: 그렇다. 시간적인 게 가장 힘들었다.

 

얼마나 걸렸나?

김세희: 처음부터 따지자면 약 1년 반을 투자했다. Nathan 말처럼 내가 갑자기 아이를 갖게 되는 바람에 더 길어진 것도 있다. 그때 심지어 녹음하고 있던 중이었다. 예정대로였다면 작년에 발표했어야 할 작품이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시간을 1년 정도 미룬 거다. 보정작업만 1년 정도 걸렸다.

Jonathan: 꽤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마치 ‘데드라인’ 없이 작업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만약 무한한 시간이 있었다면, 그 기간은 무한히 연장되었을 것이다. 만약 1달 후가 ‘데드라인’이었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열심히 작업해 그 안에 일을 마무리 지었을 거다.

Nathan: 작업엔 항상 ‘최종’이 없다. 늘 더 하고 싶은 게 생긴다. 완벽한 건 만들기 힘들다.

 

마스터링은 어디에서 했나?

김세희: 유니온 스튜디오라고 친구가 하는 작업실에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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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두 세계가 만나는 순간이다.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는지 설명 부탁한다.

김세희: 타이틀은 이세준 작가님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데, 우리 음반 커버는 그분 작품의 전체가 아닌 일부다. 마지막까지 음반 아트워크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림을 전공한 멤버도 없고, 그에 해박한 멤버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사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림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쩌다가 이세준 작가님이 야마가타 트윅스터랑 같이 작업한 게 있어서 그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그림이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려서 허락을 받고 그렇게 가게 된 거다. 타이틀을 여쭤 봤더니 ‘두 세계가 만나는 순간’이라고 하시더라. 그 순간 고민도 하지 않고 그대로 결정하기로 했다. 우리 음악이 ‘관계’에 대한 게 많아서, 음악과 잘 매치될 것 같았다.

Nathan: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곡마다 명확한 콘셉트를 부여하려 한 것 같다. 방점을 강하게 찍은 대표적인 몇 곡만 소개해 달라.

김세희: 처음엔 ‘보호색’을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었다. 가장 최근에 썼던 곡이고, 콘셉트도 명확한 곡이었는데 나중에 바뀌게 되었다. 솔직히 이 곡을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장조와 단조가 엇갈리는데, 이건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껴지는 기억이나 느낌에 대한 거다. 왜 삶 속에서 불현 듯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기억들 있지 않나. ‘보호색’은 그런 것들에 관한 곡이다. 그 색깔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색깔이 사라진다면 또 슬픈 것들. 아, ‘Clocktower’도 언급하고 싶다. 주제는 ‘시간’이다. 노래 속에 나오는 ‘너’가 바로 시간을 가리킨다. 4줄의 짧은 가사이지만, 그에 대한 꽤 명확한 사유를 담았다. ‘파티는 끝나고’는 새벽 파티가 끝나고 집에 가다가 한강에서 쓴 곡이다. 취한 상태로.

 

개인적으로 포스트락을 좋아하는데, 요즘 밴드 중 상당수는 정형화된 사운드에 함몰된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음의 파고로만 리스너들을 몰아가려는 뻔한 도식에 갇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티어파크는 색달랐다. 멜로디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고. 어떤 측면에서 잘 들리는 곡을 쓴다는 건 중요한 것 같다.

Jonathan: 나는 포스트락이 ‘광의’의 장르라고 본다. 다양한 사운드를 가진 밴드들이 그 용광로 속에 있다. 헤비하고 강한 사운드의 팀들도 있고, 광대한 딜레이와 오버드라이브 걸린 기타 사운드로 승부를 거는 팀들도 있다. 개중엔 멜로딕하고 어쿠스틱 사운드를 부각하는 팀들도 존재한다. Broken Social Scene 같은 팀들이 그러하다. Mogwai는 그런 팀들과는 완전 사운드의 결이 다르다. 나는 그 둘 모두를 좋아한다. 하지만, 지적했다시피 많은 포스트락 밴드들이 ‘공식’에 갇힌 사운드를 연주한다. 사운드를 키우고 높이 상승해서는, ‘에픽’ 사운드를 만들어냈다가, ‘펑’하고 분출하는 식이다. 우리는 그들과는 다르게 ‘유연한 접근’을 하고 싶다.

김세희: 1집 때 우리 사운드는 지금보다 더 ‘포스트락’적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더 그런 쪽으로 송라이팅을 생각하고, 더 어두운 사운드를 내려고 고심했던 거다. 그런데 새 음반 작업을 하면서는 그 ‘루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처음 정해둔 길을 따라 가는 팀이 있고, 음반마다 스타일이 바뀌는 팀들이 있다. 우리는 후자다. 변덕이 좀 있는 팀인 것 같다. 계속 다른 걸 하고 싶고, 너무 ‘에픽’하고 감정이 격한 음악은 배제하고 싶다. 그 탓에 멜로디도 더 ‘팝적’으로 접근하게 된 거다. 엄밀히 말해 [두 세계가 만나는 순간]이 팝 음반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포스트락’과는 달리 포스트락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뭔가 느낄 수 있는 앨범을 제작하고 싶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락 팀들을 많이 좋아했을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Jonathan: 절대적으로 Mogwai다. ‘공식’을 따르지만, 그 중 최고다.

김세희: 티어파크하기 전까지 깊게 듣지 않았지만, 한국 밴드 비둘기우유를 참 좋아한다.

Nathan: 평상시 즐겨 듣진 않는다. 그게 우리 팀 음악이 뭔가 차별화되는 이유다.

 

1집에선 푸른 사막비디오 클립이 있었는데, 나름 흥미롭게 봤다. 2집에선 왜 영상을 찍지 않았나?

김세희: 제작비…(웃음). 지금 ‘명왕성’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는 중이다. 작업은 친구들이 해주기로 했는데, 다들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약간 지체되고 있다. 콘셉트와 배우도 다 있고, 찍기만 하면 된다. 곧 나올 것이다.

 

요새 공연은 주로 어디에서 하고 있나?

김세희: 공연 못하고 있다(웃음). 11월에 이태원 김치싸운즈에서 할 것 같다. 날짜를 조정중이다. 1집 때는 정말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이 문제도 있고 해서, 연습이 부족하다.

Jonathan: 1달에 1번 정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김세희: 정말 그렇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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