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파라솔: 신나는 노래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KakaoTalk_20150730_144331655

 

7월 27일 월요일 저녁 파라솔의 데뷔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있었다. 공간은 넓지 않았고 사람도 많지는 않았으며 노래도 많이 안 했다. 노래 몇 곡을 소화하고 말문을 열기 시작한 보컬 지윤해는 하품을 하는 관객을 나무랐고, 객석으로부터 “너 형한테 왜 그래?” 하는 반응이 돌아와 모두가 웃었다. 짧은 공연을 마친 뒤에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타를 연주하는 김나은에 따르면 멤버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해서 틀어놨다고 했다. 간단한 다과와 술이 있었다. 당일의 행사는 공연을 겸한 작은 파티에 가까웠다.

 

파라솔의 멤버 지윤해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서 베이스를 연주한다. 김나은은 줄리아 하트와 트램폴린에서 활동하고, 드러머 정원진은 얄개들의 멤버였다. 일정에 맞춰 각각의 창작과 공연 활동을 하고, 한편으로는 셋이 아주 자주 만나서 자전거를 타고 게임을 하고 밥을 같이 먹으며 사소한 농담부터 요새 듣고 있는 음악까지 이런저런 화두로 긴 이야기를 나눈다. 그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에는, 굳이 심각해질 필요까진 없지만, 밴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까지 습관적으로 밟아야 하는 과정이 과연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나 하는 토론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앨범이 나왔지만 향후 어떻게 활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지 그들은 답을 찾지 못했다. 그건 지금 당장 내려야 할 결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의 성향이 그렇다. 서두름이 없다. 일례로 김나은과 지윤해는 정원진한테 앨범 소개글을 쓰라고 시켰더니 일주일이나 걸렸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도화지를 한 번도 채운 적이 없을 만큼 생각이 많기 때문이며,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두 멤버가 들려주는 작업에 대한 입장에 그럭저럭 동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수가 적은 만큼 실언이 없는 친구라고도 덧붙였다.

 

결성 후 긴 생각 끝에 그들은 결성 후 여느 밴드보다 공연을 덜 했고, 앨범에 집중했다. 그리고 1년 전 발표한 EP에 비해 느긋한 호흡의 앨범을 완성했다. 자문을 구하며 연구한 끝에 스스로 믹싱 작업을 마쳤다. 초기에 만들었던 노래들을 직접 마무리하면서 그들은 전에 없던 만족과 확신을 얻은 것 같았다. 좋은 노래를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작업, 그리고 가장 본질적인 작업이 무엇인지를 그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았다.

 

파라솔 포털 프로필

 

 

EP에 이어 앨범이 나오기까지 1년이 걸렸는데 그간 공연을 많이 안 했다. 이유가 있었나.

김나은 공연을 많이 하면 당연히 좋다. 일단 실력이 는다. 만나는 사람도 많아진다. 근데 할수록 콘텐츠가 소모되는 것도 사실이다. 공연을 계속 하다 보면 편곡을 조금씩 바꾸기 마련인데, 앨범부터 내놓고 나서 그런 걸 하고 싶었다. 우리한텐 앨범이 더 중요했다.

 

활동에 있어서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나은 밴드는 우리가 생각한 대로 되는 게 아니다. 야망이라는 것도 어릴 적에는 있었을 테지만 하다 보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그러다보면 밴드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 된다. 뭔가 계속 진출하고 성과를 이루겠다는 목표에 앞서서 그냥 밴드를 오래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조바심이 사라지는 것 같다. 앞서나가고 싶다고 생각해봐야 그렇게 안 된다.

 

각각 밴드 생활 오래 해오면서 터득한 지혜라고 볼 수 있을까.

김나은 지혜랄 수도 있을 것 같고 약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도 뭔가 저돌적으로 추진을 잘 못 한다.

지윤해 난 아직 야망 있어(웃음). 6일짜리 일본 투어 같은 거 해 보고 싶다. 근데 막연한 생각이다.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하지만 아무 것도 구체적인 것은 없다. 그냥 앨범 나왔으니까 클럽에서 공연하고 며칠 있다가 또 하고 하는 그런 과정에 이제는 큰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김나은 EP에 이어서 앨범이 나왔으니 어느 클럽이든 가리지 않고 공연하는 게 맞다. 근데 그간 쌓은 경험이 결정을 망설이게 만든다. 이 클럽에는 어떤 성향의 관객이 오고, 저 클럽에선 몇 명이 오고 이런 것이 다 그려지니까 전만큼 흥분이 없고, 그래서 뭔가 새로운 방향을 찾고 싶어지는 것이다. 머리로는 신인처럼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막상 일정을 잡는 일에 좀 소극적이다. 생각이 너무 많나? 얘기하다 보니까 지혜가 아니라 단점인 것 같다.

지윤해 다행히도 셋이서 느끼는 게 비슷해서 합의가 쉽다. 의욕을 느끼는 시점과 스트레스가 찾아오는 시점이 비슷하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우리의 체력과 컨디션과 시간에 맞춰 하고 싶은 걸 한다. 각각 다른 밴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앨범 이야기로 넘어와야 할 것 같다. 수록곡 배열이 꽤 유연하게 느껴진다.

김나은 정훈(지윤해)이가 알아서 했는데 다 동의했다.

지윤해 큰 고민 없이 그냥 휴대폰으로 보면서 조합하다보니까 이렇게 됐다. 첫 곡 ‘법원에서’는 파라솔이라는 이름보다 먼저 나온 노래다. 결성의 의미가 담긴 노래이니 첫 곡으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법원에서’는 이혼을 다룬다. 마지막 곡 ‘언젠가 그날이 오면’의 소재는 결혼이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이혼으로 시작해서 결혼으로 끝나는 삶의 순환이.

 

마지막곡 ‘언젠가 그날이 오면’은 파라솔의 감수성에서 약간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청혼으로 시작한다. 달콤하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그렇게 결혼해서 먹고 싶은 거 다 만들어줄 테니까 나보다 일찍 죽어달라는 한 남자의 바람을 다룬다. 속물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인데 어쩐지 진심일 것 같지는 않고, 배경이 궁금하다.

지윤해 화자가 남자일까? 내가 노래를 부르니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지만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의도하고 썼다. 반전 있는 가사에 빠져 있었던 시기가 있긴 했다. 톰 웨이츠의 가사, 특히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의 가사를 보면서 그런 표현방식에 매료됐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단순히 달콤한 러브송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구질구질한 얘길 써보고 싶었다.

김나은 가까이서 오래 봐서 그런가, 별로 속물 같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그냥 부부가 결혼해서 먹고 싶은 거 다 해주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유산 물려받는 건 괜찮은 결말 아닌가 싶었고, 다만 얘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그렇게밖에 못하나 싶었을 뿐이다(웃음).

 

파라솔의 1집은 믹싱을 스스로 해결한 앨범이다. 배경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지윤해 곡 작업은 이미 처음에 다 끝나 있었다. EP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재미에 취해 있었다면, 앨범은 이미 합주하면서 완성했던 노래들을 기술적으로 변형하는 과정을 즐겼다. 앨범 녹음에 돌입했을 때 보컬은 일주일, 악기는 이틀 걸렸다. 그런데 믹싱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간 시스템을 잘 갖춘 스튜디오에서 값비싼 장비를 써야 꼭 좋은 결과가 나오나 하는 의문이 늘 있어왔다. 노래가 좋으면 마이크 하나만으로 끝난다고 생각했고, 우린 노래가 좋으니까 막 해도 돼, 이랬다(웃음).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서 같이 활동하는 나잠수를 보면서 생각을 구체화하게 됐다. 그는 파라솔 EP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해결해준 동료이고, 자신이 만든 노래를 직접 마무리하는 사람이다. 나도 그처럼 스스로 하는 게 맞다고 느꼈고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도 그렇게 했다. 나은누나 집에서 후반작업을 마쳤다.

 

후반작업 전문가들이 이미 많다. 그들과 소통하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내린 결론인가.

지윤해 소리라는 게 참 애매하다.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가 옆에 있어도 내가 원하는 걸 설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 거의 뉘앙스로만 소통할 뿐이다. 드럼을 예로 들자면, 장비에 따라 또 다루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소리를 내는데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순간 다 엇비슷해진다. 좀 다른 소리를 내려고 모험을 시도하면 스튜디오의 베테랑 대부분이 왜 그걸 굳이 그렇게 하느냐 한다. 근데 전문가의 경험을 따라가면 내가 원하는 게 안 나온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하고 자유롭게 실행하면서 후회를 줄이고 싶었다. 하고 나니까 전에 없던 확신이 생겼다. 이제는 곡 작업 끝나면 합주하고 곧장 녹음하고, 그리고 앨범을 바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전업 뮤지션으로 살고 싶어진다.

 

EP에 비하자면 앨범에는 호흡이 길고 느긋한 노래들이 많다. 구석구석 힘이 살아 있는 ‘빌리’ 정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에너지를 억누르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유가 있었나.

김나은 ‘빌리’도 실은 엄청 조용한 노래로 시작했는데 편곡을 거듭하면서 초기 의도랑 다른 결과가 나왔다. 1집을 돌리고 EP를 돌려보면 신나는 노래가 거기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처음 파라솔이 만들어졌을 때 정훈이가 비교적 한가해 곡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시기였고, 그때 만든 힘의 노래들 대부분을 EP에 몰아서 넣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노래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신나는 노래가 왜 어려운가.

김나은 세상에는 슬픈 노래가 훨씬 많다. 신나면서 완성도까지 갖춘 노래는 많지 않다. 만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인간 자체가 신나는 존재가 아니니까. 공연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떤 곡을 좋아하는지 우리도 몸으로 안다. 당장 ‘무한도전’만 봐도 발라드는 없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무엇이 팔리는지 다 아니까. 그런데 그런 노래가 나오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한다.

About 이민희 (6 Articles)
음악을 들을 땐 언제나 고민이 없다. 음악을 쓸 땐 언제나 고민이 많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