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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희망?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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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는 처음으로 드리는 거네요” 공교롭게도 2집 CD가 나오는 날이었다. 요새 봄날답지 않게 변덕스러웠던 탓에, 뮤지션은 잔뜩 감기에 걸려 있었고, 뭔가를 지속적으로 물어보기가 미안한 상태였다. 이번 음반을 열심히 들은 사람은 알겠지만, [Arrival]과 [Moonbow]의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또 미세한 연결고리가 있다. 그 ‘고리’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썩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충실히 답변해 준 프롬에게 감사를 전한다. 바로, 오늘 홍대 모처에서 있었던 인터뷰다.

본인이 보기에 이번 음반은 어떤 음반인가?
10번 트랙까지 어떤 ‘콘셉트’를 바탕에 두고 작업했다. 흔히 ‘질감적’으로 1집을 “이게 프롬의 색채였지”라고 많이들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그런데 ‘언어적’으로 보면 2집이 오히려 내 정체성에 근접해 있는 작품이다.

그 ‘스토리텔링’에 대해 디테일하게 설명해주면 좋을 듯하다.
먼저 [Arrival]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1집을 냈을 때 나는 20대 후반이었고, 지금보단 어린 나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Arrival]에는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의 복잡한 심경, 아득한 미래, 허무, 그런 것들이 더 광범위한 범주로 담겨 있다. [Moonbow]엔 더 한정적인 테마를 넣었다고 봐야지. 아무래도 나이를 더 먹었으니까. 작품 안에 있는 나의 삶도 1집 때의 그것보다는 조금 더 유기적으로 얽혀 있을 것이다.

[Arrival]이 대중들과 평단 내에서 호평을 얻었는데, 그것이 혹시 [Moonbow]를 제작하는데 일말의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았나?

맞다. 나름대로 큰 부담이었지. 예상보다 1집이 괜찮은 반응이 나와서,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야 할지, 아니면 뭔가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밝은 곡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1집 [Arrival]보다 어두워졌다는 말이 많다.
맞다. 그렇다고 이번 음반을 “이런 식으로 가야겠다”고 미리 설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건 시기적인 문제인 것 같다. 1집의 노래들은 오랜 시간 동안 모아 온 곡들이다. 반면 이번 음반의 곡들은 새롭게 쓴 곡들이지. 우연찮게 그것들을 취합해보니 이런 자조적인 색깔을 갖게 되더라.

저번 음반은 하반기에 나왔는데, 이번엔 봄에 음반을 발매했다. 만남의 계절 봄에 ‘상실감’을 내세운 역발상이 신선했다.
타이틀 곡 ‘후유증’은 100퍼센트 가을에 릴리즈해야 하는 곡이라고 봤지만, 릴리즈 타임은 “봄에 음반을 내야겠다”는 레이블의 견해를 따라간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곡들이 2~3년 묵어가기 시작하니까 굳이 오래 잡아두는 것보다, “이제 풀어주는 것도 좋겠다, 그래야 노래들이 혼자 돌아다닐 수 있겠지”라고 판단했던 거지. 솔직히 인디음악이 타이밍을 저울질한다고 해서 “빵”터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때문에 시점은 크게 상관없다고 봤다. 모든 걸 다 봄이랑 맞출 수 있다면 그것도 관계없겠다 싶기도 했고.

외적으로 볼 때는 ‘헬로루키’도 되었고, 1집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는데, 왜 하필 ‘상실’이 테마인지 의아할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정말 그런가? 이번 음반에 실린 ‘달밤댄싱’만 봐도 진짜 “달밤에 체조하는구나”라는 심정으로 쓴 거다. 매일매일 상실감을 느꼈다. “해 놓은 결과에 비해 피드백이 적다”는 한탄을 달고 사는 거다. 숱한 밴드가 저렇게 다양한 음악을 하고 있는데, 떴다가도 너무 쉽게 잊히는 것 같기도 했고. 나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고, TV에 나왔고, 여기저기 음악이 쓰였지만, 그래도 홍대 음악 좋아하는 몇몇 사람이나, 평론가들만 내 음악을 듣는다. 여전히 사람들은 ‘프롬’이라는 두 글자를 잘 모른다. 어떨 때는 “좀 나를 알아주는구나”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때는 “그게 아니”라는 회의가 몰려올 때가 있다. 원래 그런 성향이기도 하고. 이걸 자신감 결여라고 해야 하나.

아티스트라면 자존감이란 도시락처럼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외다.
나는 그게 없다. 물론 이중적인 건 있지. 사람들이 좋다고 해주면 “와, 나 이만하면 잘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방방 뜨다가도, 이내 그렇지 않게 된다. 아마 학문적으로 음악 깊이가 얕아서 그런 걸 거다.

1년 반이라는 소위 ‘정석적인 인터벌’에 맞춰 음반을 발매한 셈이다. 더 손보고 싶진 않았나?
왜 아니었겠나. 많았지. 그러나 무엇보다 일정이 급했다. 진행과정은 타이트하게 돌아갔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이 말만 머릿속으로 곱씹었던 것 같다. 음악을 더 파고들어야 할 시간에 편집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 그 점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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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Moonbow’는 월광무지개, 혹은 달무지개라고 해석될 법하다. 전작의 타이틀 ‘Arrival’이 20대의 마지막을 향한 인사였다면, 이건 어떤 희망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본다. 상실감, 공허, 자학 속에서도 결국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담아내고 싶었던 건가.
말 그대로다. 자학뿐인 인생이지만, 내 옆에 있는 가족이나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작은 행복들을 (남과 비교하면서) 자꾸만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서 그렇게 붙인 거지. 그 안에는 “내가 가진 장점,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로부터 오는 행복을 찾자”라는 함의도 있을 거다.

이번 앨범에서 내가 주목하는 점은 전작의 ‘마음셔틀금지’나 ‘Merry Go Round’처럼 락킹한 곡의 비중이 줄었다는 것이다.
밴드 사운드에서 벗어나보고 싶었다. 사실은 훨씬 미니멀한 걸 노렸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패드 하나에 리듬 하나만 가져가고 싶었던 곡도 있었고 한데, 편곡하는 과정에서 그 의도대로만 가기에는 곡도 멜로디를 거기에 맞춰 쓴 것 같진 않아서 절충한 지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어느 정도 밴드 색채를 빼보려고 노력은 했다. 그래서 그런 인상이 남았을 것이다. 뭐… 그래도 종국에는 밴드 사운드로 남게 된 것 같다. 질문한 것처럼, 락킹한 사운드는 줄었지만 말이다. 1집 때는 지나치게 많은 악기를 사용했었다. 심지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지경으로 과욕을 부렸지. 로파이(lo-fi)하고 아날로그적인 텍스처를 살리고 싶었고, 그 일환으로 소리를 깨뜨려도 보고 그랬는데, 그게 공연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더라고. 앨범과 라이브의 격차에서 오는 괴리도 있었고. 여러모로 무대 구현과 동일시할 수 있는 선상에서 음반을 작업해 보겠다는 욕심이 더 강했다.

김광석의 노래는 컴필레이션 음반 [김광석 오마쥬 ‘나의 노래’]에도 실었고, 본인 스스로도 공연 때도 부르고 했는데, 이번에 독집에 넣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건지.
그렇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은 이미 앨범에 그 순서까지 어디에 넣을지 정하고 간 트랙이다. 편곡도 재미있었고, 내 아이덴티티도 충분히 들어간 것 같아서 넣은 것이다. 들어봐서 알겠지만, 1곡을 편곡하긴 했어도 싱글 발매한 3곡을 이번 음반에 모두 수록했다. 그에 대해서 혹자들이 ‘프롬, 성의 없네’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한건 맹세코 내 본의다. 싱글은 앨범을 위한 거라고 보니까.

CD에 담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거군.
맞다. 내게 물체에 담기지 않은 건, 그러니까 웹상에 놓여 있는 건(디지털 싱글 같은) 가볍다. 싱글을 내놓는다는 건 마땅히 피지컬 음반에 실리는 걸 전제로 하는 거고, 미진한 부분들은 편곡을 하면 되는 거니까. ‘봄맞이 가출’이나 ‘낮달’ 같은 경우는 그대로 실어야겠다고 마음먹었건 경우다. 강박일 수도 있지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그런 피지컬 음반이 나온다는 건 판매고를 차치하고라도 어떤 특별한 의미를 주는 거다. 늙어서 보게 되면, 물건 하나에 발자취를 남기는 거지.

‘후유증’ 뮤직비디오 잘 봤다. 촬영지는 어딘가? 그리고 처음부터 피처링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가?
장소는 제주도다. 그리고 두 번째 물음에 답부터 하자면 그렇다. 애초부터 남자 피처링 보컬을 고려하고 쓴 곡이다. 회사 쪽에서 “인디도 시장이 폐쇄적이니, 혹 아이돌은 어때?”라고 제의했는데, (민현의 보컬이) 괜찮아서 넣게 되었다.

가장 와 닿았던 곡은 ‘찡’이다. 아버지에 대한 곡이지 않나?
송라이팅을 할 때, 멜로디를 쓰면서 다가오는 잔상을 꺼내 놓았다가, 가사를 쓸 때 그것들을 가져다 붙이는 편이다. 피아노로 선율을 만드는 중이었는데, 겨울 이미지가 물씬한 곡이었을 거다. 그 순간 아빠가 떠올랐다.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빠지만, 그보다 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올라왔다. 아빠와 거리를 걸으면서, 스틸컷처럼 남아있던 것. 그 잔상이 작업 내내 이어졌다. 항상 몸이 안 좋으셨던 아빠지만, 내겐 “괜찮을 거야, 나을 거야“라고 안심시키고 그랬는데. 그 약속이 어긋나버린 거지. 피천득의 수필 ‘인연’을 좋아하는데, 그 안에서 화자가 느꼈던 감정과 나의 감정을 살짝 섞어 본 거다.

그와도 연관된 건데, 역시 이번에도 가사가 흥미롭다. 예전에 녹음된 카세트테이프, 어머니와의 장보러 가잔 약속… 이런 일상의 조각들이 프롬 음악의 한 축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 나는 일기를 써도 멋지게 쓰질 못한다. 후에 들춰보면 나열식으로 ‘~했고, ~했다’고 쓴 때가 많았다. 더구나 거의 자학의 내용이었다. 그냥 그런 걸 참고한다. ‘이만한게 다행’의 노랫말이 좋은 예시일 것 같다. 언젠가 TV를 보고 있는데, 굉장히 어린 친구들이 해외에 진출해 크게 된 장면이 나오더라. 그런데 매스미디어는 그걸 자극적으로 포장해서 보여주질 않나. “남다르고, 떡잎부터 될성부른 아이들”이라는 식으로. 그 프로를 보니 “난 뭘하고 있는 걸까.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네”, 자괴감이 들더라고. 그때 어머니가 “야, 마트에서 장이나 보자”고 하셨는데, “해외에서 저 친구들은 성공하는데 나는?”이라고 적었던 메모를 흘깃 보게 되었지. 그런 게 가사를 쓸 땐 다 기억이 나더라. 파편이 그렇게 음악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지.

곡의 배치는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지 궁금하다.
피아노곡 ‘그해 봄’을 기점으로 보면 된다. 그 곡까지는 ‘그리움 혹은 상실’을 다룬 거고, 그 기점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약간 정신을 차린다. 매번 결핍 속에 헤집어지는 삶을 살지만 ‘이만한게 다행’ 아닌가.

원하지 않는 무대에 서야 한다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이 걸릴 수도 있을 법하다.

있긴 있지만 그건 큰 애로사항이진 않다. 안하면 되니까. 하기 싫으면 안하는 게 옳다고 본다. 나도 신뢰가 없으면, 그쪽도 그렇게 된다. 그렇게 애매한 상황이 오면 말이지.

현재 플레이리스트에 담긴 곡은?

내 노래만 듣는다. 이번엔 다른 아티스트의 곡은 하나도 듣지 않았다. 내 2집만 모니터하고 있다.

공연은 언제로 잡혀 있나?
5월에 ‘그린플러그드’가 있고, 6월 27~28일에 단독공연이 잡혀 있다.

막바지에 왔다. 이르긴 하지만 묻고 싶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곡을 해보고자 하나.
사람들이 홍대 여성 보컬하면 연상하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기타 하나 든 여리여리하게 노래하는 보컬이랄까? 만약 1집 때 내가 그렇게 나왔으면, 이만큼도 되지 않았겠지? 어떤 전형성이라고 할까? 그걸 깨보고 싶었던 것 같다. 음… 앞으로는, 더 단순해지고 싶다. 그 속에 정답이 있다는 확신이 든다. 작게 EP라도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다. 기획력에 기초한 ‘기-승-전-결 도식’에 박힌 곡 말고, 심플한 곡.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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