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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음파: 이명(耳鳴)에게 이명(異鳴)이 묻다

 

‘이명’ 멤버들이 모였던 그날, 웹진의 이름을 정하는 자리에서 최종 낙찰된 이름은 모 밴드의 보컬리스트가 제안한 ‘이명diffsound’였다. ‘different’와 ‘sound’의 결합을 통해 ‘다른 음악’을 소개하는 지면임을 밝힐 수 있겠다는 ‘우리만의’ 생각을 했고, 동시에 발음상 ‘deepsound’로 들리면서, ‘깊은 음악’이라는 중의적인 효과(이 망상!)를 낼 수 있겠다는 게 그의 의도였다. 어쨌든 그의 뜻대로 웹진은 또르르 굴러가고 있으니, 조만간 그에게 술 한 잔 사는 게 예의일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이명]을 이력으로 소유하고 있는 밴드 한음파를 만났다. 시기적으론 한참 지났지만, 아래 인터뷰를 읽어본다면 우리가 이들과 왜 인터뷰를 강행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아, 뮤지션이 인터뷰를 제안한건 인터뷰를 하고 다닌 이래 최초였다. 인터뷰엔 이정훈(보컬/마두금), 장혁조(베이스), 김윤태(드럼), 윤수영(기타)이 참여했다. 굿 인터뷰였다. 멤버들의 멘트에 동의할 수 없는 지점도 있지만, 그런 논쟁거리를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이 인터뷰는 그 소임을 다한 것이다. 인터뷰는 박근홍과 이경준이 진행했다.

 

공교롭게 ‘이명’을 ‘이명’이 인터뷰하게 되었다. 발매 8개월이 다 되어가는 인터뷰의 어떤 명분을 만들어보자. 뭘로 하면 좋을까. 이 인터뷰는 베이시스트 장혁조의 요청으로 진행되는 것 아닌가?

장: 아니 갑자기 ‘이명’이라는 사이트가 생기니까. 아니 이럴 거면 우리부터 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웃음).

이: 이거 커미션 받아야 되는데, 이렇게 지어도 되나 싶은 거지(웃음).

장: 그런데 왜 ‘이명’으로 지었나?

 

네이밍 하는 날, 필진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다가 박근홍의 섬광 같은 브레인스토밍으로 그렇게 하게 되었다. 마침 한음파의 [이명]도 있으니, 우린 한자를 다르게 가자고 해서.

이: 헐. 원래 우리 음반도 한자를 그렇게 쓰려고 했었다. 그러다 나중에 귀 이(耳)로 바꾸었지만.

 

한음파의 팬들 중 상당수는 1집 [독감] 때부터 밴드를 좋아했으리라 생각된다. 밴드를 출범할 때 이런 음악을 하는 팀은 거의 없었다. 어떤 사운드를 구현해보고 싶었는가?

장: 1999년 한음파가 등장했을 때, 클럽 씬에서 득세하고 있던 음악은 뉴메탈 류였다. 그걸 보면서 그냥 그런 사운드랑은 차별화되는 음악을 완성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이 그런 과가 아니어서 말이지. 주로 들었던 건 [스폰] OST, [매트릭스] OST, 그리고 Pink Floyd와 Depeche Mode였는데, 그걸 밴드 사운드로 들여오고 싶다 보니 그때 인기 많았던 힙한 메탈 음악과는 별개로 접근하게 된 것이지. 본격적으로 1집의 사운드스케이프를 구상하게 된 것은 2007~8년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다. 그 사이 우리가 죽 들어 왔던 포크와 해외 로컬 음악이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우리가 듣기에도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해 보자. 그게 캐치프레이즈가 된 거지. 그래서 [독감]엔 1999~2000년의 한음파와 2007~2008년의 한음파가 공존하게 된 거다. 음반에 실렸던 곡 중 4곡 정도는 이미 1999년에 나왔던 곡이니까.

 

2집 [Kiss From the Mystic]에 대한 대화도 해보자. 주지하다시피 이 음반의 프로듀서는 로다운 30의 윤병주다. 1집보다 살짝 라이트해졌다. 몇몇 사람들은 이 음반 별로라고 하더라. 그건 음악이 어렵다는 평가를 반영한 건지.

장: 그 음반을 듣고 떠오르는 키워드, ‘라이트함’이라는 건 우리가 음반을 만들기 전에 고려했던 것이었다. 좀 더 라이트 하게, 좀 더 흥겹게 가자. 1집은 사운드에 레이어를 너무 줬다. 이걸 언제 녹음했었지 싶을 정도로. 그래서 2집에선 레이어를 확 줄여보자고 한 거였지. 병주 형 만나기 전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고, 병주 형을 만나고 그게 구체화된 거다. 사람들의 말들이 귓전에 맴돌긴 했는데, 그 말에 휘둘렸다기보단 그저 우리가 그런 사운드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1집의 노래들은 우리 4명으론 연주가 안 된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 4명으로 할 수 있는 사운드를 그대로 담아보는 건 어떨까? 몇몇 사람들은 “공연보다 음반이 후지다”고 하더라. “그래? 그럼 공연하듯이 음반 사운드가 나오게 해 보자”, 그랬던 거다.

 

누군가는 1집을 듣지 않고, 2집으로 한음파를 접했다면 좋아했을 거라고 댓글을 달았더라. 읽어봤나?

이: 그 말은 곧 1집이 좋았다는 말 아닌가. 1집에 비해 2집이 좀 떨어진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그건 좋은 말이니까.

장: 밴드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웃기다. 만약 어떤 밴드에게 애정을 주었다 치면, 그 팀은 자기한테는 고착화된 이미지로 남아있어야 되거든. 그러나 뮤지션들은 그때마다 하고 싶은 음악들이 바뀌지 않나. 그런데 그런 기준에 의하면 우리는 계속 1집 같은 음악을 해야 하니까. 그로부터 갈등은 출발하는 것 같다. 누가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 그저께, Killswitch Engage를 꺼내 듣는데, 그 팀 보컬이 중간에 교체되지 않았나. 나는 그 보컬 교체 전후 음악이 그다지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 바뀐 보컬에 대해 팬들의 반응이 양극으로 갈리는 걸 봤다. 그런 걸 보면서, 리스너들 중에서도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지.

 

그 점에서 3집 [이명耳鳴]은 회심작으로 보인다. 마두금이 다시 전면에 나선다는 클리셰가 아니다. 곡의 밀도나 배치, 작곡과 편곡에 있어 대단한 걸 보여주겠다는 의중이 읽힌다고 해야 하나. 어떤가.

장: 1집에선 송라이팅 과정에 멤버들이 다 참여했다. 그러다가 2집에선 개인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건 밴드가 발전했다는 신호다. 3집 때는, 정훈이와 내가 가져온 테마들을 가지고 “자, 이제 곡을 만들어 보자”고 했었지. 그렇게 조금씩 진화해 나간 거다.

 

2집에 이어 전체적인 톤이나 색채가 또 바뀐 것 같다. 여전히 전위적이고 사이키하지만 2집이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을 그리려 했다면 3집은 인간의 실존/불안/공포를 다룬 것처럼 보인다. 사운드 디렉터(장혁조/이정훈)의 변을 듣고 싶다.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꾸몄나?

이: 어떤 장면을 연상하며 썼다. 이를테면 ‘유령선’은 The Tiger Lillies이 내한해서 ‘늙은 선원의 노래(The Rime of the Ancient Mariner)’라는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공연을 보고 얻은 감정을 가사로 표현해본 곡이다. 사막에 배가 떠가고 그 뒤에서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는 광경이었는데, 그 모습이 ‘불안’의 형태로 다가왔던 것 같다. 불안하다, 우리의 미래가 불안하다… 그게 ‘유령선’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지. ‘까마귀’는 인도에 갔을 때 얻은 영감을 계기로 쓰게 된 곡이다. 까마귀가 정말 많더라. 새들을 보니 그 모습이 마치 우리 밴드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랬는지 가사가 술술 나왔던 곡이다. 그런 장면이 곡들의 탄생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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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음반의 틀을 잡는 데에도 지대한 임팩트를 행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 맞다. 나는 음악극을 하는데, 그쪽으로 연출을 하다 보니 그런 관심사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유령선’을 듣고 어떤 분이 뮤지컬 같다는 말을 했는데,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흔히 록 밴드는 전형적인 도식에 따라 곡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한음파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렇지 않고도 얼마든지 양질의 곡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장: 그렇다. 플로우(flow)라는 것에 대해 실제로도 무지 고민하는데, 그 플로우를 꽉 잡힌 ‘기-승-전-결’로 구성하고 싶지 않은 건 맞다. 그렇지만 4분짜리 곡이라 하면, 이 부분은 꽉 조여져 긴장감 있게 가고, 그 다음 순간엔 확 열어줘서 숨 쉴 공간을 주고. 그런 식으로 짠다. 그에 대해 멤버들이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만일 우리 음악을 듣고 기-승-전-결이 없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그분들은 획일화된 기-승-전-결에 길들여져 있지 않나 싶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 음악을 잘 들어 보면 그 안에 많은 게 들어있을 것이다. 곡을 만들면서도 늘 이 부분은 저렇게 하고 싶고, 이 부분은 또 이렇게 가고 싶고 그런 게 있다. 심지어 레코딩까지 다 된 곡인데도, 다음 공연 땐 변칙을 주고 싶은 게 항상 생기는 거다.

이: 페스티벌 무대에 서도 우리 음악을 듣고 관객들이 들썩거리진 않는다. 그게 타 밴드와 한음파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관객을 들썩이게 하는 요소들은 상투적인 기-승-전-결이나 팬들과의 교감일 텐데 우리는 일방적일 때가 많다. 우선 연주를 하는 우리가 흥미로워야 되거든. 여타 팀들은 기타리스트가 앞에 나와서 격정적으로 솔로 연주하고 보컬리스트가 점핑하는데, 우리는 1곡을 해도 모든 파트가 다 재미있게 해보자는 게 모토이기 때문에 이런 사운드가 나오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밴드의 음악이 ‘아티스트 위주’라는 건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점에서 물어볼 게 있다. 한음파 음악에 대한 감상을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면, “어렵다”는 피드백이 다수를 이룬다.

이: ‘기-승-전-결’이나 훅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 듣기엔 확실히 그럴 것이다. 글쎄, 그런데 나는 ‘어렵다’는 말이 뭔지 잘 모르겠다. 듣는 분 입맛이 아니라 그런 것이지 않을까.

 

그런데 두 분이 노래를 만들 때, 멜로디 훅에 신경을 쓰고 작업하지 않나?

장: 곡을 쓸 때 그런 건 다 염두에 두고 쓴다.

이: 내가 말한 ‘훅’이라는 건, 한음파의 훅이다. 그러나 그 훅이 도식에 친숙한 사람들의 감성까지 커버하지는 못하는 거지. 그에 대해서는 불만 없다.

 

복잡하기보다는 난해한 곡이 많다. 포스트락도 아닌데 말이지. 내가 바라보는 포스트락은 훅이 없거나 훅만 존재하는 음악이다. 그런데 한음파는 또 그쪽도 아니다. 도리어 컨벤션이 명확하다. 다만 터지는 게 타이밍이 좀 안 맞게 터지는 게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난해하게 느끼는 게 아닐까 한다.

장: 우리의 1집과 2집을 비교했던 분들과 유사한 것 같다. 페스티벌에 가보면, 관객들은 기대치를 품고 있다. 예를 들어, 노래를 살랑살랑 부르다가 “원-투” 하면서 확 터지는 것. 만일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면, 사람들은 그걸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데 뭔가 그것과 어긋나 움직인다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타이밍은 이게 아닌데”라고 받아들인다. 나는 그게 ‘관객 주도의 공연인가/아티스트가 주도하는 공연인가’의 관점 차이에서 오는 결과라고 본다. 한음파는 사람들이 어렵다는 곡을 쉽게 연주한다. 무엇이 더 우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걸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인 거지. 우리가 연주하기 힘든 곡은 오히려 일반적인 포맷을 갖춘 곡들이다. 정훈이도 그렇고, 윤태 형도 그렇고, 수영이도 그렇고, 나도 그러하다.

김: 우리 음악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관객들인가? 아니면 평론가들인가? 사람들이 그런 말들을 하고 다니는 건지, 아니면 평단이 “이건 사람들이 듣고 좀 난해한 게 아닐까요?”라고 툭툭 던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전자가 굳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대개 한음파 음악을 알지 못할 테고, 한음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보기엔 한음파의 음악은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모종의 연극적인 기-승-전-결이라 보는데. 그게 한음파의 정체성이지.

 

그 점에 대해선 내(박근홍)가 말해 보겠다. 우리 공연 보러 온 사람들에게 “나, 한음파 음악 굉장히 좋아한다. 한번 들어보라”고 말하면, “한음파 곡이 어려워서”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장: 그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을 “어렵다”고 말한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게이트플라워즈의 팬들은 게플과 연계가 있을 법한 밴드들, 로다운 30/언체인드의 공연을 보러 자주 간다. 헌데 내가 보기에도 그 분들이 한음파 공연으로는 유입이 되지 않는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나?

장: 아까 말했지만, 페스티벌에 가는 사람들의 취향도 존중해줘야 한다. 그런데, 그것에만 포커스를 맞춘 음악만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또 우리의 지론이다.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가 하고픈 게 1순위라는 거지. ‘시각’의 차이다. 우리에겐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얻는 행복감이 더 크다.

이: 앞으로도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더 파고들어갈 계획이다. 음… 말 나온 김에 한번 짚어보자. 한음파 음악보다 Radiohead 음악이 더 어렵지 않나? 사실이잖나. 그러면서 Radiohead는 즐겨 듣는다. Radiohead를 흉내 내거나, 그 필을 따라가는 국내 밴드, 많다. 그런데 그 팀들에 대해선 어렵다는 말을 안 한다. 그건 그 팀의 음악에 길들여져서 그런 것이지. 그건, 한음파 음악이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몸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Pink Floyd 음악도 있는데, 우리 음악이 난해하다고 하면 어폐가 있는 거지.

 

2집은 페스티벌이 원하는 바대로 약간은 맞춰준 거 아닌가? ‘매미’ 같은 노래만 해도 포인트가 있고.

장: 우리도 그런 욕심이 있었으니까.

이: 락스타를 꿈꿨던 거지(웃음).

 

3집은 간과된 한국 인디의 수작이라고 본다. 그런데 보다시피 그에 대한 호응은 미미했다. 실망감 아닌 실망감이 컸을 것 같다.

장: 그 실망감을 갖는 걸 두려워했다. 이런 작품을 공개했는데, 이조차도 안 되면 어떻게 하지? 나는 음반을 릴리즈하면, 마스터만 딱 듣고 그 다음엔 듣지 않는다. 그랬는데 이번엔 마스터 끝난 후에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음반이었으면 좋겠다고 멤버들한테 말하고 다녔다. 그게 전제가 되면 세간의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 그게 첫 번째 목표였다. 우리가 들었을 때도 멋진 음반을 발표하자.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애티튜드에 대한 거였지. 그리고 진짜로 그런 음반이 나왔고. 앨범이 나온 이후로도 [이명]을 주야장천 들었으니까.

이: 나는 솔직히 실망스럽긴 하다. 대박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지만. 시기 문제도 사소했던 게, 우리가 2월/7월에도 음반을 내 봤거든. 그런데 똑같다. 다만 좋은 음반에 대해 붐이 일어나는 무드가 없어져서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해 보긴 했다.

장: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않은 것에선 충격을 받았다.

김: 2집과도 연관된 건데, 나는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음악평론가들에 대해 회의감이 생겼다. 외국에선 실제로 습작을 해본 사람들이 평론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 쪽도 그렇고. 음악도 연주를 해본 사람들이 평단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런데 한국은 이상하게 그런 채널이 보이지 않더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글을 쓰는 게 문제라고 본다. 미술 쪽에 몸담고 있으니, 그림에 비유해 보겠다. 그림은 몸으로 그리는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직접 몸으로 음악을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평가를 내리는 건, 의문부호가 든다. 예를 들어 “2집이 1집보다 편안해지고, 라이트해졌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게 ‘V.L.S(Vampire Love Song)’ 같은 곡은 연주하는 사람 입장에서 엄청 힘들었던 노래다. 흥겹게 가도 이상하고, 그렇게 안 가도 어색한 곡이다. 그래서 정훈이랑 혁조한테도 이거 어떤 감으로 가야 되는 건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지. 각설하고, 3집으로 넘어가보자. 그 음반을 모니터한 다음, 멤버들한테 “상 하나는 타겠지”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노미네이트는 당연한 거고. 준비하자. 그랬는데, 노미네이트조차 안 된 걸 보았을 때는 하아. 그럼 이런 결론이 나오는 거지. 국내 평론가들은 표피적인 것만 보는구나.

 

한음파는 결성 20년에 이른 노련한 팀이다. 청자에게 듣기 편한 음악이라기보다는 청자에게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을 해볼 생각을 안 해봤는가?

이: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라는 게 있다. 그걸 보면 어떤 사람이 사업을 할 때, “이렇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라는 게 착각이고 과대망상이라고 나온다. 반대로 “내 발상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것도 착각이고 과대망상이고. 왜냐하면 우리가 외계인이 아닌 이상, 우리도 이 사회의 물을 먹고 자랐고 그곳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거다. “우린 달라”라는 사고방식이 편견이라는 거지. “우린 이상한 음악을 할 거야”라든가 “우린 청자친화적으로 갈 거야”라고 단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거다.

장: 우리가 재미있는 음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 그런 것까지 고려사항에 넣기엔 벅차다. 트렌드/관객/판매고. 하하, 어렵다. 그 많은 생각들을 하다 보면, 실제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고 본다.

이: 다른 옷을 입으면 우리를 좋아해줄 것이라는 것부터 틀렸다. ‘라디오스타’라는 TV프로를 보면 출중한 재능을 갖추고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장기 몇 개 보여주고, 확 뜨는 걸 목격한다.  그 사람도 그 프로그램 나가기 전에는 분명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하나의 출구로 인해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걸 보면, 이건 노출의 문제지 콘텐츠의 문제는 아닌 거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회사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서 될 사안이 아닌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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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방향을 틀어 보자. 밴드 한음파로 음악을 하는 게 만족스러운가?

장: 음반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아니다. 만족한다면 거짓말이고. 밴드 유지비용도 충당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가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

 

한음파의 디렉터는 이정훈/장혁조다. 나머지 두 분은 혹시 내 곡을 연주해보고 싶진 않나?

김: 딱히 없다. 내가 쓴 곡을 하다보면 아예 다른 장소로 가게 될 것 같아서 말이지. 한음파에 들어온 지 오래되긴 했으나,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이 팀에 맞을지는 모르겠다. 현재 한음파의 기조를 깨고 싶지는 않은 거라고 정리하자.

윤: 나도 현재가 좋다.

 

윤수영 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홍의 말마따나 음반의 소리는 동글동글하면서도 전위적인 그 무언가를 담고 있다. [이명]으로 첫 선을 보이는 한음파의 신무기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연주하려고 했는가?

윤: 최대한 내추럴한 앰프 소리를 담으려고 했다. 그래서 이펙터를 거의 쓰지 않았고, 앰프에 바로 마이크를 꽂아서 녹음을 했다. 따뜻하고 내추럴한, 하지만 필요할 때는 날을 세울 수 있는 사운드를 원했다. 밴드의 곡 구성이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 있지만, 기타 톤은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들려지길 바랐다.

 

‘백야’에 대해 묻고 싶다. 이거 작정하고 만든 팝송 아닌가?

장: 팝 맞다.

이: 자연스럽게 나온 거다. New Order, U2 등 우리 어린 시절을 관통했던 사운드가 한음파의 손을 빌려 흘러나온 거라 볼 수 있지. 이런 거 하나 넣어야지 그런 건 아니다.

장: 그런데 이 노래를 듣고도 어렵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 이걸 듣고도 포스트락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렇게 보는 거지?

 

‘Ego’는 프로그레시브의 한 유형인 것 같다. 완전히 구분되는 두 곡을 믹스를 잘 한 것처럼 들린다.

장: 한음파 식의 ‘Layla’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 곡을 머릿속에 넣고 썼다. 둘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지. 시발점에서는 둘을 붙이는 게 답일지 의심도 해봤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거의 모범 답안은 ‘Layla’인 것 같더라고. 그래, 이런 식으로 해 보자. 잘 안 들리지만, 슬라이드 기타에 대한 오마주처럼 리버스 기타들이 들어가 있다. 같은 식으로 하면 재미없으니까.

 

‘일식’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이질적인 곡이다. 이펙터 걸린 보컬/반복을 통한 몽환적인 효과가 인상적이었는데, 이거 다음 음반에 대한 힌트 아닌가?

장: 그걸 봐 준 것만 해도 고맙다. 우리의 마지막 곡은 그 다음 음반에 대한 ‘프리뷰’다. [독감]도 그랬고, [Kiss From the Mystic]도 그랬다. 파이널 트랙은 ‘넥스트 앨범’의 성격을 미리 알려 준다.

이: 나는 그걸 1번으로 가자고 했었다.

 

이 곡을 새롭게 포장할 플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 [빵 컴필레이션] 음반에 ‘일식’의 락 버전을 넣으려고 한다.

 

편의상 밴드의 음악을 장르로 구획화해 보자. 본인들은 한음파의 음악을 무엇이라 규정하고 있는가?

장: 팝. 어렸을 때 누군가를 좋아했으면 그 뮤지션에 대한 DB는 자신 안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은 당시 유행했던 팝 음악이었다. New Kids on the Block, MC Hammer, Milli Vanilli, Vanilla Ice 등등. 그러니 내 속에 뿌리 깊이 팝 음악에 대한 DNA가 깔릴 수밖에 없는 거지. 그걸 우리의 스타일로 뽑아내고 있는 것뿐이다. 그로부터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게 좋게 들리는 음악을 끌어내는 거지.

 

요즘 사람들이 기존 팝에 친숙하지 않아서 한음파 음악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장: Elton John 음악을 그를 모르거나 처음 들어본 사람에게 들려주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멜로디야 명확하겠지만. 편곡의 느낌에 있어서는 난해할 거다. 그 점에서, 잘은 모르지만 옛날 아티스트들도 머리 아팠을 거다. 과연 내가 저 놈과 다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흡족한 음악을 할 수 있지?

 

인디 1세대, 거의 최고참 밴드다. 씬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고, 여러 일들을 목격해 왔을 것이다. 월세 문제/밴드의 홍대 집중 등으로 말이 많다. 현재의 씬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나?

장: 그런 질문 꽤 받는다. 그때마다 했던 말이 “1999~2000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다. 그때 씬을 주도하고 있던 팀들이 있었다, 숱한 뉴메탈 팀들. 그런데 그런 팀들 대부분 사라졌고, 이제는 나오기도 힘들다. 씬을 견인하던 스타일은 언제나 있었고, 그건 어느 순간이 지나면 세월의 풍화작용으로 인해 잊힌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보면 쉬지 않고 배태되는 저 아래 ‘비주류의 비주류인 밴드들’이 있다. 그들이 씬을 움직이는 동력인 거지.

이: 우리가 데뷔한 건 1999년이지만, 실제로 한음파로 발걸음을 뗀 건 1996년부터다. 그땐 클럽 몇 개 없을 때였다. 서로서로 다 알고. 그런데 지금은 알다시피 그렇지 못하다.

장: 트렌드를 잽싸게 뒤따르는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또 그런 류의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걸 부지런히 쫓아가느냐, 내가 잘하는 걸 하느냐의 스탠스 차이인 거지. 둘을 저울질할 마음은 없다. 선택한 자에게 권리도 책임도 따르는 거니까.

이: 난 혁오가 좋다. 씬에 대해서 희망을 거는 건 그렇게 음악성 있는 팀이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장: 꾸준히 음악하고 싶다. 낯간지럽지만.

이: 아, 간지러워. 그만 해(웃음).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3 Comments on 한음파: 이명(耳鳴)에게 이명(異鳴)이 묻다

  1. 인상적인 말들이 많네요. 인터뷰 잘 봤습니다! 한음파 3집은 정말 짱짱… 지금까지중에서도 최고입니다 ㅠㅠb

  2.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곡예사는 인생의 명곡중 한 곡이 되었슴.

  3. 음… 한음파가 노미네이트도 안되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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