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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너 먹구름 비)

랩과 노래 중 헤이즈가 잘하는 건 무엇일까.

헤이즈(HEIZE)의 음원 차트 1위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음악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하게 반영되는 음원 차트 순위에서 그녀의 팬덤은 막강하니까. 하락세이긴 하지만 여러 차례 음원 1위를 차지한 래퍼 산이가 52만 명의 SNS 팔로우를 가진 것에 반해, 헤이즈는 58만 명에 육박한 상황이다. [언프리티 랩스타 2](2015) 이후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꾸준한 음원 발표와 공연, 그리고 털털한 성격과 외모가 얻어낸 성과다.

싱글 ‘저 별’(2016)로 공중파 음악 방송 1위까지 차지한 그녀는 노래에 자신이 붙은 듯, 신보 [/// (너 먹구름 비)]에선 보컬에 집중한다. 래퍼로서 실력을 확실히 증명해내지 못한 상황에서 도전하게 된 것인데, 가창력과 랩 모두 평이한 결과를 도출하며 가수로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만든다.

덕분에 직접 작사, 작곡한 수록 곡들도 보컬 수준에 맞춰 간결하고 평이하게 짜였다. 105BPM의 속도로 달리는 댄스곡 ‘널 너무 모르고’나, 신용재와 입을 맞춘 ‘비도 오고 그래서’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고민의 흔적 같은 건 찾기 어려운, 기존 K-POP에서 펼쳐낸 보편적인 편곡들을 그대로 흡수하여 기계처럼 찍어낸다. 특히 ‘비도 오고 그래서’의 전개는 피처링의 도움을 받아내면서까지 발라드의 전형화된 신파극을 펼치니, 오래된 불량식품을 다시 접하는 느낌까지 든다.

그런데도 앨범은 ‘마마무’, ‘블랙핑크’, ‘에이핑크’ 등의 신보 공격에서도 굳건히 음원 차트 정상을 지킨다. 이런 현상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저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성공 방정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일 뿐이다.

물론 앨범의 결과와는 별개로 헤이즈의 성실함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간 세 번의 시즌을 진행한 [언프리티 랩스타]의 출연자 중 그녀만큼 꾸준히 음악을 발표한 이는 없으니까. 정규 앨범 한 장 없이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치타’와 비교한다면, 오히려 정직하게 다가올 정도다.

그러나 가수가 음악을 내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 일을 해낸 것만으로도 대견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음원을 꾸준히 내는 것에 손뼉 칠 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들고 나왔을 때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 (너 먹구름 비)]의 흥행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좋은 음악’에 대한 결핍과 함께 인기만 쫓고 있으니까. 58만 명이 감사하다면, 작품엔 더 나은 방향이 제시됐어야 했다.

2.5 Stars (2.5 / 5)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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