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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웹진 이명 2015 올해의 음반(해외)

한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닌데 매해 이맘때가 되면 고민이 된다. 한해 좋았던 음반을 추리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법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해야 할 건 해야 하는 법. 필자들과 함께 논의를 했고, 그 결과 아주 편협하고 자의적이며 주관에 찌든 리스트를 뽑을 수 있었다. 몇 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으나, 우리는 이 음반들이 음악웹진 ‘이명’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리스트라는 데 동의했다. 그래서 썼다. 해외편 짧은 리뷰는 큐, 이종민, 빅쟈니확, 이경준, 서성덕, 이대희, 이태훈, 현지운, 이민희, 한동윤이 작성했다. 우리의 리스트는 총 25장이고 국내편과 마찬가지로 순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뽑힌 음반들엔 경의를, 아쉽게 탈락한 후보들엔 박수를.

 

Jamie xx [In Col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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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다양한 사운드가 쉴새없이 흘러 나오는데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들린다. 일렉트로니카가 가벼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가볍게 깨부순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많이 들었다.

이종민: 시끄러운 EDM은 여전히 한 해의 중심에 섰지만, 알짜 흥행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탄생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도 청각을 집중시켰던 [In Colour]의 구성처럼, 올해 지구촌 일렉트로닉의 조용한 열풍은 Jamie XX가 담당했다.

이대희: Jamie xx는 이 앨범으로 [The xx]의 지주를 넘어,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확고한 발자취를 남겼다. 우아한 클럽 사운드, 클럽 사운드를 냉소하는 클럽 사운드.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이 천연색 솔로 데뷔작에 부족함이 없다.

 

Laura Marling [Short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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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가끔 Laura Marling은 길을 잘못 찾아 현대로 불시착한 1세기 전 어느 프랑스 문학도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음반은 120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메트로폴리스 L.A.에서 단 10명만을 아는 상태에서 녹음되었다. 뼛속까지 이방인의 정서다. 은유와 함축으로 가득한 저 가사, 또박또박 분절해서 부르는 노래, 포크의 연원을 탐사해 올라가는 듯한 저 고고학자적인 태도. 그 모든 게 현대인의 정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하지만 이 고독한 포키(folkie)의 음악은 잔혹하리만큼 아름답고 숭고하다.

이태훈: 불과 7년 동안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어김없이 수작의 위치에 올려놓은 그녀의 행보가 새삼 놀랍다. 더욱 기대할만한 사실은 이 비범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나이가 이제 고작 25살에 불과하다는 것, 그녀의 다음 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Natalie Prass [Natalie P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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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윤: 저자극성 음악이라 심심할 수 있다. 이렇다 할 강세가 없어서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주목할 만한 작은 사건 없이 한순간에 불쑥 튀어 나온 미국 싱어송라이터 Natalie Prass의 데뷔 앨범은 이런 단점을 보유했다. 하지만 바로크팝, 예스러운 R&B를 골자로 한 차분한 분위기, 어쿠스틱 악기와 오케스트레이션이 형성하는 푸근함은 청취자로 하여금 인지도 낮은 이 신인 가수에게 관심이 가도록 만든다. 목소리까지 유약해 자연스럽게 귀를 더 기울이게 된다. 강하고 세련된 음악이 유행하는 시대에 질박한 스타일로 반대급부를 챙긴 케이스다.

이민희: 일단 맑은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음역대가 꽤 높은 편이라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릴 수도 있을 텐데 괜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이어서 때때로 클래식을 향하는 우아한 편곡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계속해서 들었다. Tori Amos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두근대는 마음으로.

 

Sleater-Kinney [No Cities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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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불혹을 넘긴 라이엇 걸들이 10년만에 복귀해서 ‘Surface Envy’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 어찌 이 분들을 이모님들 취급할 수 있겠나. 개인적으로는 Gang of Four와 Hole의 좋은 점들이 생각이 난다.

이경준: 박수는 끝나지 않았다, 혹은 박수칠 때 돌아오라. ‘A New Wave’만으로도 충분하다. 짜릿하게 하강했다가는, 창공으로 힘있게 솟아오른다. 자, 누가 이들을 쉽게 잊어버렸나. 저 사랑스러운 멜로디 메이킹만 들어도 전혀 녹슬지 않았다. Girlschool과 함께 ‘올해의 누님’이다.

 

Coldplay [A Head Full of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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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일단 첫 곡부터 빵빵 터뜨린다. ‘A Head Full of Dreams’의 이야기로,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즐기게 된다. 아무래도 그들은 ‘Fix You’처럼 완만한 노래보다 ‘A Sky Full of Stars’나 ‘Viva La Vida’ 같은 힘의 노래를 부를 때 더 보기 좋다. 일곱 번째 앨범은 역동에 집중했고, 거부하기 어려울 만큼 화사한 노래들을 한 더미로 엮었다.

 

Carly Rae Jepsen [E•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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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Run Away With Me’, ‘Emotion’, ‘I Really Like You’가 배치된 초반 3개의 트랙은 왜 이 앨범이 2015년 최고의 팝 앨범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 간략하게 안내해주는 길잡이다. 적어도 [E•MO•TION]에서만큼은, Carly Rae Jepsen이 Talyor Swift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한동윤: 2011년 ‘Call Me Maybe’로 전 세계 수많은 남성의 가슴속에 쏙 들어온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Carly Rae Jepsen은 2015년 ‘I Really Like You’로 가지런하게 성공의 호흡을 이었다. ‘I Really Like You’의 차트 성적은 빅히트급은 아니었으나 노래가 수록된 세 번째 정규 앨범 [E•MO•TION]은 이 뮤지션의 안정감 있는 가창력, 편안한 곡을 짓는 센스 등을 알아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Run Away with Me’, ‘All That’ 같은 수록곡들은 부드러운 선율, 복고 문법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깔끔한 반주로 [E•MO•TION]의 완성도에 힘을 보탰다.

 

FKA twigs [M3LL15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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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이왕 미칠 거면 제대로 미쳐라. 여기 전범이 있다. FKA twigs의 이 미니음반 [M3LL155X] 말이다. 몇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하나, 자유자재다. 트립합/PBR&B/인더스트리얼/일렉트로니카를 능수능란하게 헤집는다. 둘, 짜릿할 정도로 극단적이다. 보컬은 통상적인 관행을 완벽히 파괴하고, 영상은 하나의 스타일을 만든다. 어쩌면 여성성에 대한 가장 과감한 성찰일지도 모른다. 공동 프로듀서 Boots의 역랑 또한 빛난다.

 

Grimes [Art Ang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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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운: 한마디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음악이 가지는 대담성을 잘 보여주는 앨범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따라하지 않고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을 따지는 평론가의 기준으로 볼 때 이 앨범은 그 기준에 더할 나위 없다. 게다가 평론가들의 엄숙주의를 한 없이 귀에 녹는 곡들로 가볍게 뛰어넘고 있어서 멜로디를 뽑아내는 솜씨로만 따져도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클리셰가 될 사운드를 미리 경험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성덕: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 평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자본의 힘과 하이-퀄리티 팝 음악을 긍정하는 데에 얼마간의 시간이 걸렸다. Grimes는 ‘정교한 프로페셔널’이라는 가치를 드러내지 않고도 모든 것이 가능함을 증명하고, 어느 정도 자리잡은 21세기의 쿨함을 애매하게 만들어 버린다.

 

Arcturus [Arctu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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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이전의 모습들을 모두 담아내지만 약간은 또 다른 면모로 풀어낸다. 물론 블랙메탈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 솔직히 올해의 국외음반 중 가장 먼저 적었다.

이경준: 일렉트로니카와 블랙메탈의 기이한 교배물. 그 계파가 어느 쪽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고 덧없다. 그냥 2015년 가장 ‘프로그레시브’한 메탈을 듣고 싶다면 이 음반을 사라. 여기서 ‘프로그레시브’하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과는 약간 다른 의미일 것이다. 우려하는 것처럼 과도한 형식미를 노출하려 안달하지도 않는다. 영리한 작가의 영민한 음반이다.

 

Alabama Shakes [Sound &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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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아이패드 광고에 쓰인 ‘Sound & Color’도 많이 듣게 됐지만, 또 다른 수록곡 ‘Future People’은 정말이지 올해 한 백 번쯤 들은 것 같다. 데뷔 시절에도 Brittany의 보컬은 놀라웠지만 여전히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노래에 몰입하는 그녀의 감정 상태를 따라 함께 출렁이는 연주 또한 구석구석 짜릿하다. 그들이 참고했을 록의 고전을 때때로 넘어서는 느낌.

이종민: 장르의 융합은 락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부분에서 Alabama Shakes의 신작은 흐름을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다. [Sound & Color]를 들으며 어떤 한 감정만을 떠올리긴 굉장히 어려우니까. 그런데도 이 앨범이 ‘백화점’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 음반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확실해서다. 철저히 ‘복고’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조합은 과거에 대한 고마움으로 정신을 결집한다.

서성덕: 이들의 가치는 명확하다. 그리고 그 가치는 공격받기 쉬운 종류이고, 기억을 뒤져보면 실제로 만족스러울 확률도 높지 않다. 전작의 성공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앨범은 모든 걸 날려버린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Sufjan Stevens [Carrie & Lo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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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Sufjan Stevens는 여태까지보다 훨씬 내밀한 이야기를 훨씬 담담하게 풀어낸다. 복잡한 시도들은 없지만, 특유의 선율이 담담함을 감정으로 유도한다. Elliot Smith를 지울 수도 없으나 그와도 확실히 다르다.

이대희: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용기 덕분에 메시지는 직접적으로 청자에게 다가간다. 가녀린 멜로디가 개인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행적 행보에서도 힘을 잃지 않은 창작력이 앨범의 가치를 드높였다. Sufjan Stevens 최고의 작품.

이경준: ‘과거’에 대한 마지막 인사이자,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 그리고 용기있는 고백. 작가 자신의 말처럼 태생적으로 “예술가적 기획”이 아닌, “삶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음반. 내가 하는 한 ‘인간의 죽음’을 가장 진지하고 치열하게 다룬 작품이다.

 

Julia Holter [Have You in My Wilder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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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올해도 많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이 나의 귀를 동하게 했는데 Anna von Hausswolff의 [The Miraculous]와 Chelsea Wolfe의 [Abyss], Julia Holter의 본 작을 TOP3로 꼽는다. 아방가르드 팝과 재즈 포크의 이상적인 결합을 시도해왔던 그녀의 음악성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 수작으로, 특히 대중적인 팝의 감성과 전위적인 실험성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훌륭한 변주곡 ‘She Calls Me Home’은 올해의 싱글 후보로도 손색이 없다.

큐: 전작들보다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고 담백해진 모습. 내한 공연을 못 가게 되어 더 많이 찾아 듣지 않았나 싶은 음반이다.

 

Revolution Saints [Revolution Sai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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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AOR 팬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Journey의 Deen Castronovo, Night Ranger의 Jack Blades, Burning Rain의 Doug Aldrich가 함께 모였다. 더구나 그 결과물은 매력적이다. 시원시원한 드라이브감, 적절하게 삽입된 코러스, 타이트한 구성까지 어느 한 구석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2015년을 빛낸 최고의 멜로딕락 앨범이자, 향후 10년 이상 기억될 만한 출중한 AOR 음반이다. Deen의 닭짓만 아니었으면 흠결은 전혀 없었을지도 모른다.

 

Caspian [Dust and Disqu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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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Caspian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다채로운 맛을 뽐내는 작품일 것이다(심지어 Nadja 생각도 난다). 특히나 ‘Echo and Abyss’ 같은 곡은 솔직히 Caspian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무려 보컬도 나옴). 은근 자기복제의 경향이 있던 Caspian에게는 중요한 전기일 것이다. 아주 중요한 성취다.

이태훈: 단언컨대, ‘Arcs Of Command’는 올해 최고의 (포스트락) 연주곡이다. Explosions in the Sky는 너무 진부하고 Godspeed You! Black Emperor는 너무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리스너들에게 본 작을 적극 추천한다.

 

Steve Hackett [Wol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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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프로그레시브에 관해서는 이분은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대가의 톤이 앨범을 관통하지만 프리즘에 비춘 듯 각각의 곡은 개별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가끔은 메탈도 하신다.

이경준: 절대 거장에 대한 예우 같은 게 아니다. 아니, 이건 멋진 아이러니다. 구도자같은 적요(寂寥)와, 락커의 뜨거운 폭풍이 동시에 머물기 때문이다. 9분에 달하는 대하서사시 ‘Love Song to a Vampire’만 들어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영감님, 살아있네. 그것도 아주 정정하게.

 

Courtney Barnett [Sometimes I Sit and Think, and Sometimes I Just 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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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옛 락 음악이 가진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현 시대의 가사와 에너지로 노래한다. 꽉 찬 데뷔작이다. 더 성공하더라도 계속 자기만의 색깔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대희: 이미 EP에서 탁월한 멜로디 감각과 거친 야성미의 조화를 보인 새로운 기타 영웅의 정규 데뷔작이다. Kurt Cobain을 연상케 하는 기타 사운드와 밴드 정체성, 여성성을 한껏 드높이는 정치적 지위, 무엇보다 청춘의 빛나는 에너지를 꽉꽉 눌러 담은 올해의 베스트 중 하나.

서성덕: 이런 비트 저런 효과들을 듣다가 기타 소리를 듣고 왠지 뭉클할 때가 있다. 90년대가 우리 마음 속에 숨겨놓은 스위치는 때때로 대책없이 올라가고, 폭발한다.

 

Corpo-Mente [Corpo-M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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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이 프렌치 듀오의 음악에서는 트립합, 브레이크코어의 면모를 지울 수 없지만 그 골간에는 결국은 포크와 카바레 뮤직이 있다. 21세기풍 살롱 뮤직이라고 하는 것도 맞을 것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이경준: ‘응답하라 1700’쯤 될 것이다. 18세기와 21세기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묘한 시차’다. 본연의 탄생 시점으로부터 수백 년 늦게 발현한 듯한 이 기괴한 궁정풍 음악은 그 독보적인 무드로 리스너를 잠식한다. Myrkur가 ‘올해의 발견’이었다면, Corpo-Mente는 ‘올해의 사건’이다.

 

Kendrick Lamar [To Pimp a Butter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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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이 앨범을 빼고 2015년을 말할 수 있을까.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원숙한 데뷔작을 냈더니, 2집에서는 정점을 찍어버린 듯 충실한 결과물을 담았다. 서부 힙합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른 젊은 거장의 진지한 작품.

한동윤: Kendrick Lamar는 [To Pimp a Butterfly]를 통해서 자신이 힙합의 새로운 제왕임을 확실하게 못 박았다. 흑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사회상을 조명하는 가사로써 그는 여느 래퍼들과는 다른 무게감을 과시했다. 마치 연기를 하듯 곡에 따라 톤과 플로우를 달리하는 섬세하고도 지능적인 래핑 또한 대단해 보였다. 더불어 앨범 전반을 차지한 재즈, 펑크(funk), 네오 소울 반주는 주류 힙합의 트렌드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별함으로 남았다. 래퍼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프로듀싱까지 만족스러운 명작이다.

이종민: 자고로 명반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 완벽한 연기를 펼친 그의 다양한 플로우는 작품을 증명했고, 힙합을 몰라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트랙 ‘i’는 대중을 설득시켰다.

 

High on Fire [Luminifer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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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솔직히 Kurt Ballou가 High on Fire에 적절한 프로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앨범의 분위기는 그만이다. ‘매드 맥스’를 보면서 들을 만한 음악일 것이다. 특히 ‘Slave the Hive’. 슬러지/스토너에 익숙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이경준: 슬러지/스토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음반을 ‘피치포크’가 좋아하는 힙스터 메탈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밴드가 미국 둠/스토너메탈 발전에 간과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한 Sleep의 기타리스트 Matt Pike의 밴드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힙의 결정체지만, 전통의 노선도 살아 있는 것이다. Innovation과 Tradition이 서로를 향해 다리를 놓는다. 왜 슬러지/스토너/둠이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헤비니스인지를 설명해 주는 듯한 음반.

 

Father John Misty [I Love You, Honey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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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독실한 크리스찬 가정에서 성장한 어린 날의 그는 종교인이 될 거라 생각했고, 몇 해 전까지 Fleet Foxes의 드러머로 활동했다. 지금은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중이다. 그의 노래는 믿음직한 시골남자의 일과로 느껴진다. 잠깐 명예와 돈을 찾아 도시로 갔지만, 결국 평온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 것만 같다. 느긋하고 따뜻하다.

 

Maria Schneider Orchestra [The Thompson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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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준: Maria Schneider는 신뢰의 대명사가 되었다. 뛰어난 재즈 작곡자로서, 또 빅밴드의 리더로서의 재능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 어떤 음반보다 편안하고, 목가적이면서, 평화롭다. Maria Schneider는 그 이미지들을 리스너들의 눈앞에 바로 보일 듯, 손에 만져질 것 같은 음표들로 변환시킨다. 당신이 가장 그리워했던 그 시점을 향해 기억은 달리고 우리의 시계는 잠시 멎는다.

 

Anekdoten [Until All the Ghosts are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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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약간은 추억팔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추억이 전부는 아니다. ‘Our Days are Numbered’. 밴드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만한 멜로트론 연주도 금년에는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이태훈: 21세기 프로그레시브락의 명맥을 이어가는 이 유령 같은 밴드는 8년 만의 신보를 통해 여전히 묵묵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표출한다. 이들만큼 훌륭하지만 과소평가받는 밴드가 또 있을까. 앨범 타이틀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Bill Fay [Who Is the Se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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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40년 동안 야인으로 살았던 이 뮤지션은 아직 우리에게 할 말이 많다. 화려한 스케일의 클래식 사운드로 전작보다 조금은 멋을 부리고 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인생의 처절한 비애감으로 충만하다. 잔잔하지만 서서히 끓어오르는 감동을 선사하는 ‘Underneath the Sun’과 ‘Who Is the Sender?’가 필청 트랙이다.

이경준: 보호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코끝 시린 CCM. 저 위대한 삶과 자연의 노래를 통해 인생이 여전히 아름다운 빛깔일 수 있음을 확인받는다. 자신의 인생사처럼 무겁게 내리누르는 피아노와 함께 울리는 노인의 목소리엔 어떤 ‘위대한 긍정’이 담긴다.

 

Godspeed You! Black Emperor [Asunder, Sweet and Other Dis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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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40분대의 짤막한(!) 앨범을 발표한 게 이색적이지만, 그 외에 앨범의 많은 부분은 사실 전작들에 비해 유별날 건 없다. 다만 드론 사운드만큼은 밴드의 앨범들 중 가장 영리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밴드가 생각하는 변화의 단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경준: 혹자의 지적처럼 GYBE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음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40분의 디스토피아로 그려내는 저 ‘무난함’은 여느 밴드의 그것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묵직하다. 초기작들이 제시했던 저 ‘다크한 폐허’를 좋아한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Sulphur Aeon [Gateway to the Antisp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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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쟈니확: 결국은 Morbid Angel의 유산에 발을 딛고 있겠지만, Morbid Angel이 똥을 싸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에 더 빛나는 건 이들이다. 클리셰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About 이명 박 (104 Articles)
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4 Comments on 음악웹진 이명 2015 올해의 음반(해외)

  1. 됴 더 메탈러 // 2015년 12월 15일 at 4:58 오후 // 응답

    굳굳 잘 보고 갑니다.

  2. 감사합니다 ^^

  3. 진짜 굵직한 몇 앨범 빼고는 개성있는 올해의 앨범 리스트네요ㅋ

  4. 스티브 해킷,아넥토텐…
    프로그레시브록의 생명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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