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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estorm: Into the Wild Life

Halestorm의 잠재력은 이런 게 아니다

1집 [Halestorm]과 2집 [The Strange Case Of..]를 거치며 Halestorm은 아메리칸 하드락/헤비메탈의 복병으로 부상했다. [Halestorm]에서 정제되지 않은 무형의 에너지를 분출했던 밴드는 좀 더 세련된 천을 두른 [The Strange Case Of…]는 201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하드락/메탈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Aerosmith, AC/DC를 비롯한 클래식 하드락, 1990년대를 관통했던 그런지, 1980년대 팝메탈이 융합되고 절묘하게 접점을 찾은 사운드는 헤비한 음악이 여전히 메인스트림 필드에서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모종의 증명서 같은 것이었다(살짝 송라이팅이 밴드의 연주를 따라오지 못하는 구석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세 번째 앨범 [Into the Wild Life]는 나오기 전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듬뿍 받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앞 단락 말미에 언급했던 ‘작은 걱정’은 이제 작지만은 않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심심하다”, “미적지근하다”, 심지어 “2집 이후 거대한 폭락이다”라는 혹평이 속출하고 있는데, 사실 그 정도까지 최악의 음반인가 싶긴 하지만 전작들이 거둔 수확에 비한다면 아쉬운 음반임은 분명해 보인다. 전술했던 것처럼 확실한 임팩트를 갖춘 트랙이 보이지 않는 것이 1차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팀의 프런트 Lzzy Hale은 매력이 없는 노래에도 마법을 불어넣을 수 있는 출중한 보컬리스트다. 하지만, 첫 곡 ‘Scream’은 단조로운 후렴구를 제외하고는 전혀 메리트가 없다. 그런데 끝이 아니다. 다음 곡 ‘I Am the Fire’은 더 심각한 균열을 드러내는데, Lzzy Hale의 뚝심으로 근근이 버티긴 하지만 이유와 근거 없는 반복을 통해 이걸 정말 돈 내고 시간 들여 들어야 싶을 정도인가라는 지루함을 안긴다. 신작 1, 2번이 이래선 곤란하다.

그래도 저력이 있는 팀답게 중반부로 갈수록 힘이 조금씩 붙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음반 최고의 순간으로 기록될 ‘Mayhem’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팝메탈의 한 그루터기를 베어낸 듯한 연주와 묵직한 기타 리프, 블루지한 필을 토해내는 Lzzy의 사자후까지 기존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곡이다. 끝까지 긴장감을 부여잡게 하는 곡의 내러티브 아래 은은히 피어나는 컨템퍼러리적 감수성은 이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클래스 있는 트랙을 생산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그런데 타이틀곡을 잘못 골랐다. ‘Apocalyptic’는 신경써서 만든 곡이긴 하고 충분히 차트에서 선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Halestorm이라는 밴드를 표상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나치게 당의정을 입힘으로써 팀의 컬러가 어중간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Halestorm은 팝적 감수성을 ‘적절히 갖추고 있던’ 밴드였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팀의 중추를 건드리고 안팎을 뒤바꾸는 결과를 초래한다(‘야생의 삶으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수작이 나온다면 상관이 없지만, ‘미적지근한 물타기’밖에 되지 못했다면 심각하다. 이번 음반엔 유독 그런 노림수를 가진 트랙들이 많이 실려 있는데, 모던한 감각의 AOR을 수혈한 ‘Dear Daughter’를 제외한다면 반복 청취가 의문스러운 넘버들이다. 지난 음반에 이어 Joe Hottinger(guitar), Josh Smith(bass), Arejay Hale(drum)의 연주는 탄탄하지만, 뭔가 자신들도 하기 싫은 곡을 억지로 연주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청취자가 이렇게 느낀다면 음악가 자신들이 그걸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밴드의 팬들이 고작 싱글 몇 개 건지자고 이번 음반을 고대해 온 것은 아니다. 적당히 필러(filler) 섞고, 시간 늘리고, 그렇게 분량을 뽑는 고전틱한 방식으로 팬 베이스가 유지되리라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그조차 되지 못하는 Whitesnake의 [The Purple Album]이 있음에 다시 한번 슬프다). 좋은 요리사들을 보유해 놓고, 그만한 멋진 요리를 완성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 팀엔 여러 컨벤션을 자유자재로 왕복하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하드락 보컬리스트가 있고, 그녀의 남동생이자 탄탄한 라인을 주조할 줄 아는 드러머가 있으며,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밴드와 하나의 유닛으로 기동하는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도 있다. 이제 남은 숙제는 본인들이 원래 잘했던 아메리칸 하드락의 본류로 돌아오는 것이다.

2.5 Stars (2.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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