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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안산밸리락페스티벌 후기

안산머드축제에서 살아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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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황상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임에도 올해 여름에는 락페에 가고 싶었다. 해서 7월에 있는 ‘안산밸리락페스티벌’에 가기로 했다. 24일부터 26일까지인데 가장 놀기 좋은 25일을 골랐다.

안산밸리까지는 꽃가마엔터테인먼트의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이유는 공식 셔틀버스보다 괜찮다는 후기가 많았고, 무엇보다 가격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아침 9시 반에 사당역에서 출발했는데 1시간 만에 도착했다. 귀가 때도 편안하게 잘 이용했다. 나중에 일어났던 사태를 생각하면 꽃가마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주변 가게들을 지나서 안산밸리락페 현장으로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흐렸음에도 매표소까지 펼쳐진 갈대밭 풍경은 장관이었다. 이때까지는 곧 헬게이트가 펼쳐진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나는 청바지에 쪼리를 신고 있었는데 안산밸리락페에 도착한지 5분도 채 안돼서 진흙에 파묻혔다. 짜증이 확 났다. 아무리 발을 진흙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해도, 스테이지든, 부스든, 화장실이든 간에 어딜 가도 진흙밭을 지나가야만 했다. 전날 밤에 비가 많이 왔으면 무슨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천과 나무 판자를 사람 다니는 길목에 설치한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앉을 곳도 마땅치가 않았다. 계속 비가 왔으니 내내 서있어야만 했다.

점심 때가 지나서 비가 폭포처럼 내리 부었다. ‘안산밸리락페스티벌’이 ‘안산머드축제’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그 흔한 편의점 앞 파라솔 같은 것도 없었다. 급히 공연 없는 튠업스테이지로 피신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난민처럼 비를 피하고 있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비와 진흙으로 온몸을 샤워하고 다녔다. 전설로만 듣던 1999년 ‘트라이포트 락페스티벌’ 현장이 연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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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간의 거리가 약간 있는데 화장실은 딱 그 중간 구역에만 있었다. 진흙바다를 헤치고 가야 하는지라 체감상 엄청 멀었다. 또 여자화장실이 부족한 것은 페스티벌에서 흔한 광경이지만 남자화장실까지 부족한 모습은 처음 봤다. 게다가 관리가 안 되는지 너무너무 더러웠다. 그 동안 페스티벌에 많이 다녔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이 속속 보였다. 급수대에서는 누군가가 진흙 묻은 신발을 닦았고 또 누군가는 양치질을 했고 또 누군가는 세수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대놓고 발을 닦고 있었다. 안산밸리는 인간의 온갖 군상을 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인도 겐지스강까지 안 가도 될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음악웹진답게 공연 이야기를 하겠다.

그린스테이지에서 코어매거진과 피처링으로 참여한 김완선의 공연이 첫 공연이었다. 락페에서 김완선을 보다니 신기했다. 그 다음 출연한 빌리어코스티 때부터 비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했다. 잔잔한 곡을 연주하는 빌리어코스티와 비옷을 입은 관객들의 모습이 꽤나 멋진 그림처럼 보였다.

로큰롤라디오부터 빅탑스테이지의 공연이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계속 그린스테이지와 빅탑스테이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공연을 관람했다. 아폴로18의 공연은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강렬했고 멋있었다. “락페가 너무 말랑말랑해졌어 X발. X나 더러운 형들이 올라와서 더러운 음악 해야 락페인데 X발”라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갤럭시익스프레스는 역시 유명한 만큼의 공연을 선보였는데 다른 때보다는 좀 얌전했다.

장범준 공연은 확실히 악기들이 많아져서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듣는 재미가 있었다. 페퍼톤스의 공연 때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OKGO는 공연을 잘했다. 한눈에 봐도 많은 준비를 한 공연임을 알 수 있었고 덕분에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다이나믹듀오의 공연도 꽤 즐거웠다.

그럼에도 안산밸리락페에 대해 적잖이 실망해서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만큼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공연들이 25일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이디오테입은 유명 해외 락스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었다. 영상과 조명,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한국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너무 잘 알았다. 거기다 루디스텔로, 술탄오브더디스코, 피아, 갤럭시익스프레스 4연타 콜라보는 정말 신의 한수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신났고 즐거웠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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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너인 The Chemical Brothers는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잘 알려진 “Hey Boy, Hey Girl”부터 “Saturate”, “Under The Influence” 등의 히트곡 틈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영상, 거대한 로봇, 사방으로 쏘는 레이저 등… 그 모든 것이 1시간 반 동안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눈과 귀도 즐거웠지만 그 이상의 체감이 실로 놀라웠다. 마치 음악 자체를 온몸으로 받아 들인 기분이었다. 근데 한국관객들은 확실히 이디오테입의 음악보다 적응하기 어려워했던 것 같다. 본인 판단에 뛸 타이밍이었는데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민망해 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여럿 보였다.

이상 여기까지가 25일 안산벨리락페에서 경험했던 것들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날 맨발로 하루 종일 다녔는데 발바닥이 만신창이가 됐다. 다음날 무릎 아래서부터 발까지 군데군데 새빨갛게 부은 게 아무래도 피부병에 걸린 모양이다. 방역도 제대로 안 되는지 모기에게 겁나 뜯겼다. 하루만 있어도 이 정도인데 3일 다 있었다면… 진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결론은 25일을 이디오테입 – The Chemical Brothers 라인업이 살렸다. 끝.

About 김종규 (14 Articles)
이명과 여기저기에서 글을 씁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1 Comment on 7월 25일 안산밸리락페스티벌 후기

  1. 입장부터 퇴장까지 읽다보니 제가 마치 갔다온 것 같구만요 ^^ 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갠지스강 ㅋㅋㅋㅋㅋㅋㅋ 머드페스티벌 ㅋㅋㅋㅋ 왜 해마다 머드페스티벌을 안 만날 수가 없을까요? 정말 어릴 때나 에라이 몰라 하고 놀지만 / 이젠 진흙싫어서 페스티벌 가기 싫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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