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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uptum: De Profundis Mors Vas Consumet

'Evil Genius'의 한 때


괴이쩍은 작명 센스를 보여준 많은 블랙메탈 뮤지션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발군의 작명 센스를 보여준 이라면 It만한 사람도 없지 않았나 싶다. 때로는 어떻게 읽는지도 의심스러울 스펠링의 이름이나, 솔로몬의 72악마 말석 어딘가에나 박혀 있을 법한 이름을 가져다 쓰는 이도 넘쳐나는 블랙메탈에서 이 정도면 거의 의도된 몰개성에 가까울 이름이다. 하긴 본인도 어떠한 퍼스낼리티나 범주화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이름이라고 하니 이해되는 선택이지만, 솔직한 생각으론 블랙메탈 쪽에서 활동하면서 It이라는 가명을 이용하는 것은 몰개성의 탈을 뒤집어쓴 개성에 가까울 것이다. 뮤지션 이름이 무명씨라고 한다면 그게 더 기억에 남겠거니 싶다.

이 블랙메탈의 90년대 초창기부터 활동한 뮤지션의 가장 잘 알려진 밴드일 Abruptum은 사실 블랙메탈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 꽤 먹먹한 톤의 느릿느릿한 리프에 조금은 싼티나는 호러풍 키보드를 깔아두는 심플한 연주는 그 시절 Venom이나 Bathory 냄새를 지워내지 못한 많은 노르웨이 블랙메탈 밴드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이 심플한 연주에 어느 밴드도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의 아우라(라긴 좀 뭣하고 분위기)를 부여하는 것은 It의 그 미친 듯한 보컬이다. All(이것도 멤버 이름이다. 이 밴드는 애들 작명이 왜 다 이 모양이냐)의 보컬이 좀 더 익숙한 데스메탈 보컬에 가깝다면, It의 보컬은 고문의 간접체험 기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찌 생각하면 It이 이렇게 노래를 했으니 일찍 음악 관두지 않고 배겨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It은 금년 2월에 45세로 사망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덧붙임 :
이 곡은 Deathlike Silence에서 나온 [Nordic Metal] 컴필레이션의 수록곡이다. [De Profundis Mors Vas Consumet] EP에도 있기는 한데(하긴 당연하다), 이 EP가 훨씬 이후에 나온데다 이 곡 말고는 전부 Evil(이것도 멤버 이름이다) 혼자 한 곡들만 실려 있으니 저 컴필레이션이 원래 수록 앨범인 셈이다. 하긴 1991년에 녹음된 곡이다.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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