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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ic Foe: Mother of Abominations

Arcana의 힐링캠프

다크웨이브, 또는 다크 앰비언트는 많은 경우 과거에 대한 회고와 현재의 부재를 표현하곤 한다. 물론 그런 경우 후손들이 구체적으로 지켜 나가는 과거의 흔적은 사실 매번 다르다. 구불구불한 골목 구석의 돌 장식부터 켜켜이 쌓인 낭만적인 모습을 그려나가기도 하고, 정복전쟁이나 이념투쟁으로나 설명될 수 있을 법한 피와 화약 냄새를 묘사하기도 하며, 그보다는 덜 흔하지만 때로는 조상들이 가졌던 힘 자체에 대한 찬사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호사가들이 이들을 모두 다크웨이브 또는 다크 앰비언트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음악들이 가지는 유사한 스타일이나 기억, 이미지 때문일 것이고,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이미지 등의 원류에는 Dead Can Dance가 있겠으며, 그 바로 아래 정도에 Arcana 같은 밴드를 둘 수 있을 것이다.

Arcana는 어쨌든 Peter Bjärgö의 밴드이긴 했지만, [Inner Pale Sun]부터 등장한 Ann-Mari Thim의 보컬은 밴드의 음악에 또 다른 아우라를 부여했다. Lisa Gerrard의 비현실적으로까지 들리는 강력한 보컬이 흐름을 주도했던 Dead Can Dance와는 물론 다른 양상이었지만, 목소리라기보다는 하나의 악기처럼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데는 Lisa보다 Ann-Mari가 더 나은 편이었고, Ann-Mari를 통해 Arcana가 만들어낸 분위기는 다른 이를 빌리지 않고 그 분위기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낭만적인 세계보다는 이성이 스스로를 깨닫지 못하던 중세의 어두운 측면에 더 가까웠던([Dark Age of Reason]) Arcana의 음악이 적어도 [Inner Pale Sun]부터는 얼마간의 변화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Angelic Foe는 바로 그 Ann-Mari Thim의 솔로 프로젝트이고, 덕분에 판매고에 비해서는 무척이나 많은 기대를 모았던 프로젝트였다.

첫 앨범인 [Oppressed by the Heavens]은 그런 면에서 의외일 정도로 목소리를 짓누른 앨범이었지만, [Mother of Abominations]에서 Ann-Mari는 Arcana에서의 생기를 되찾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정도로는 부족할지 모르겠다. 앨범은 Ann-Mari가 참여했던 그간의 앨범들 가운데 가장 역동성이 강조된 앨범이다. 당연히 오케스트레이션이 부각되는 ‘클래시컬’ 사운드가 주가 되지만, 때로는 심포닉 메탈이나 포크(물론 ‘weird folk’에 가깝다), 포크락, 인더스트리얼 등에 근접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물론 Ann-Mari의 목소리이다. 사실, 그런 면에서 [Oppressed by the Heavens]보다는 더욱 Arcana의 스타일에 근접한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Peter Bjärgö가 맡았다는 것도 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Ann-Mari가 비극적인 이야기를 표현하면서도 – 하긴 그녀가 Arcana 때부터 언제 희극적인 면모를 강조한 적이 있었는가 싶다 – 앨범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All Her Princes Are Gone’처럼 노골적으로 비극성을 강조한 이야기에서도 비애감보다는 신비로움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좀 더 동화적인 ‘Shapes Without Shadows’의 화려한 코러스는 다크웨이브보다는 영화 스코어(물론 예산상 블록버스터 OST는 못 되겠지만)에 더욱 어울려 보일 정도이다. ‘Pestilence and Smither’는 더 나아가 Ann-Mari의 보컬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면서 강력한 퍼커션을 중심으로 곡을 꾸려 나간다. 덕분에 앨범은 많은 다크웨이브 앨범이 그런 것과는 달리, 어떠한 분위기의 ‘체험’과는 거리가 멀고, 그런 건 아마 밴드의 의도도 아닐 것이다(하긴 직접 체험하고 싶지는 않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독할 정도의 앰비언트 앨범도 아닌 이 앨범을 ‘체험’하기 어렵다고 해서 볼멘소리를 하는 건 조금은 부당할 것이다. 오히려 Angelic Foe의 음악은 청자를 음악으로부터 조금은 물러서 편한 마음으로 Ann-Mari가 노래하는 상실감, 내지 여러 감정들을 생각하도록 한다. 말하자면 비극적인 감정들을 안락한 소파 가운데 파묻혀 들을 수 있도록 정돈한 셈인데, 좀 더 괴팍한 걸 요구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원래 Arcana의 음악을 생각한다면 그런 건 아무래도 과도한 요구다. 이런 음악을 ‘힐링 뮤직’으로 생각하고 구해 듣지는 않겠지만 나는 조금은 위안을 얻은 것 같다. 그런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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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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