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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born Beton: A Worthy Compensation

신스팝 마스터의 16년만의 복귀


Beborn Beton은 1989년부터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오랜 경력의 독일 출신 신스팝 밴드이다(물론 첫 앨범을 낸 건 1993년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신스팝 밴드를 찾아보는 건 쉽지 않은 일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Owl City나 Chvrches 등의 밴드들에서 신스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은 일렉트로팝으로 분류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이다(신스팝이나 일렉트로팝이나 그게 그거라는 시각도 있지만, 양자는 생각보다는 좀 더 명징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2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이런 밴드마저도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긴 Depeche Mode 정도를 제외한다면 차트에 오르지 않는 신스팝 밴드 중 익숙하게 느껴질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지만 Kraftwerk의 후예들이어서 그런지, 독일에서는 신스팝이 다른 나라의 차트에서 힘을 잃어버린 이후에도 여전히 수준 이상의 신스팝 밴드들이 등장해 왔다. Beborn Beton은 그 중에서도 선두격의 밴드라고 할 수 있다. 1997년작 [Truth]는 현대적인 비트와 리듬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동시에 80년대 신스팝의 모습을 분명하면서도 조화롭게 보여주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앨범은 신스팝 앨범으로는 보기 드물 정도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Depeche Mode에 견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Depeche Mode 이후의 밴드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앞서 나갔던 이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밴드가 리믹스 앨범이나 컴필레이션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발표했던 앨범은 1999년의 [Fake]였으니, 금년의 이 신보는 16년만의 신보인 셈이다.

16년만의 앨범이지만 밴드는 기존의 스타일을 생각보다 잘 보존하고 있다. 당장 첫 곡인 ‘Daisy Cutter’에서부터 Beborn Beton이 즐겨 사용하던 튠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고, ‘Anorexic World’ 같은 곡도 밴드의 전형적인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다만, 예전의 어느 정도 날이 서 있던 Stefan Netschio의 보컬은 예전보다는 상당히 ‘단정해진’ 느낌을 준다. 어떤 의미에서는 Stefan이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안정된 보컬이다. 이건 꽤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이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이 앨범은 Beborn Beton의 기존의 앨범보다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에서 가장 헤비한 곡일 ‘Terribly Wrong’과 가장 가벼운 곡일 ‘She Cried'(거의 드림팝에 가깝다 싶을 부분도 등장한다)가 얼마나 다른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는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앨범은 시종일관 댄서블하다. 앞서 드림팝에 가까운 부분도 있다고 했던 ‘She Cried’도 엄연히 그 기초는 댄서블 비트에 두고 있고, ’24/7 Mystery’ 같은 곡은 신스팝보다는 많이 멜로딕한 EBM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앨범은 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면서도 분명히 일관된 분위기를 담고 있다. ‘Last Day on Earth’ 같은 곡은 그런 앨범의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댄서블 비트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명징한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힘이 있다. 밴드의 탁월한 멜로디감각은 그 이미지에 다채로운 색채를 덧칠한다. 이 정도의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신스팝, 또는 유사 장르의 밴드라면 Project Pitchfork나 In Strict Confidence 정도의 소수만을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Beborn Beton은 엄연히 80년대에 뿌리를 둔 신스팝의 뼈대에 2015년의 옷을 입히는 데 성공하고 있다. 처음에 신스팝이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생경하게 들리는 용어가 되어 버린 듯하다는 투로 글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여전히 장르를 지켜나가던 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일신해 왔고, 때로는 낡은 장르라는 (아무래도 확실히 부당한)오명을 들으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찾아 왔다. 이 80년대의 모습을 분명히 간직하고 있는 신스팝 앨범이 매우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들린다는 것이 그런 노력의 징표일 것이다. 장르의 현재로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인들의 16년만의 결과물이다.

4.0 Stars (4.0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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