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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l: Horse Rotorvator

Industrial Milestone


Nine Inch Nails와 Ministry 등을 싫어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와 같은 류의 밴드들을 ‘인더스트리얼’이라 부르는 데 언제부턴가 거부감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그런 명명이 틀린 건 사실 아니지만, ‘인더스트리얼’의 선구적 밴드들의 음악과 (근래의)Nine Inch Nails, 그리고 이후의 ‘인더스트리얼 메탈’ 밴드들의 음악은 유사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용어가 바로 그 ‘선구자’들이 한창 활동하던 시절부터 일반적으로 사용된 것도 아니다. Throbbing Gristle이나 Cavaret Voltaire 등은 스스로 ‘인더스트리얼’이라 불리는 것을 그리 탐탁찮게 생각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 오기도 했고, 많은 경우 이 ‘선구자’들의 음악은 포스트펑크의 한 분파와 혼동되는 일이 잦다. 그런 의미에서, Nine Inch Nails 등의 음악을 인더스트리얼이라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이런 음악들이 초기 인더스트리얼의 전형, 및 그 ‘보편적’ 특성(그런 게 있다고 한다면)과는 꽤 거리가 멀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Coil은 그 ‘초기’ 인더스트리얼과 오늘날의 인더스트리얼의 간극의 중심에 놓여 있는 밴드였으며, [Horse Rotorvator]는 초기 인더스트리얼의 거칠고 기계적인 사운드가 어떻게 오늘날의 ‘들을 만한’ 인더스트리얼로 변이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앨범이다. 물론 이러한 경향성은 밴드가 [Scatology]부터 보여 왔던 모습이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나 양식적으로나 아직은 완성되지 못한 듯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던 [Scatology]에 비해 [Horse Rotorvator]는 괴팍하면서도 밴드의 개성이기까지 한 안정감(과 씁쓸한 유머감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예는 ‘The Anal Staircase’일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기묘하게 샘플링해서 ‘펑키한’ 신서사이저와 John Balance의 예의 그 심각한 보컬, 팀파니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이용한 비트에 얹어낸 모습은 감출 수 없는 과격함과 음험한 죽음의 냄새를 제외하면 Depeche Mode 류의 음악이 극도로 ‘흑화된’ 모습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 ‘흑화된’ 모습만큼, Coil은 동시대의 메인스트림에 대하여 가장 직설적인 도전을 시도했던 밴드일 것이다. 아무래도 밴드의 인적 구성상(John Balance와 Peter ‘Sleazy’ Christopherson은 모두 동성애자였다) Coil의 음악은 호모섹슈얼리티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Bronski Beat와 같은 ‘양성적’ 느낌의 뉴웨이브 팝과는 표현 방식을 전혀 달리하고 있었다. 굳이 스트라빈스키 얘기를 했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Coil의 표현은 ‘봄의 제전’의 야성적인 면모를 20세기의 방식으로 극대화시킨 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Circles of Mania’는 그러한 아마도 그러한 ‘컬트’의 표현에 가까울 것이다. John Balance는 당대 영국에서 가장 기괴하면서도 개성적이고, 특히 광기라는 면에서는 분명 최고였을 보컬리스트였고, 예의 그 목소리로 ‘You get eaten alive by the perfect lover’를 반복한다.

이러한 면모는 ‘Who by Fire’에서 가장 노골적일 것이다. ‘Who by Fire’는 물론 Leonard Cohen의 커버곡이지만, 같은 곡이라도 다른 맥락에서 완전히 상이한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Leonard Cohen은 일찍이 이 곡이 사자에 대한 유대 교의 전통(아마 기도문이었을 것이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에서 영감을 얻은 것임을 술회한 바 있는데, 원래 불경이란 신성의 불경한 사용을 지칭하는 말이다. Cohen의 관조적인 라디오 히트 넘버는 어느 순간 John Balance와 Mark Almond(Soft Cell의 그 분)의 목소리를 빌어 과연 누가 불의 심판을 내리고 형벌로써 사라져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교도의 노래로 재현된다.

이런 면모는 다른 인더스트리얼의 파이오니어들보다 Coil을 더욱 작금의 네오포크나 martial-industrial 등에서 주목하도록 한 원인일 것이다. Hunting Lodge나 Die Form, Cabaret Voltaire의 80년대 작품(아무래도 짚자면 [Sensoria])들과 같은 댄서블한 리듬 위에서 기술과 쾌락 간의 접점을 구하던 스타일과는 분명히 다른 방식이었고, 엄연히 인더스트리얼에 대한 또 다른 새로운 정의였던 셈이다. 그렇게 Coil은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면서 이후의 어떤 움직임들에 대한 이정표가 되었고, 이후 Coil은 본작의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가면서 그 영향의 외연을 확장시켜 나간다. Trent Reznor는 이후 Coil의 1984년작 [How to Destroy Angels] EP에서 바로 그 밴드의 이름을 가져오게 됨을 언급해 둔다.

그리고 이게 30년 전의 음악이었다.

 
4.5 Stars (4.5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1 Comment on Coil: Horse Rotorvator

  1. 오! (이마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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