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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ney Barnett: Sometimes I Sit and Think, and Sometimes I Just Sit

90년대를 재조명하는 영리한 기타팝

대강 십년 단위로 대중음악의 유행 흐름을 자른다면, 변곡점의 전자는 흔히 극복의 대상이 된다. 십대를 뒤흔든 Nirvana의 비관주의와 Pearl Jam의 운동주의 정서가 시크한 20대 뉴욕 청년(The Strokes)의 태도와 런던 청년들의 어두운 현실 스케치(Red Snapper, 이들은 90년대 결성했으나 2천 년대 초반 전성기를 맞이했다) 앞에 촌스러운 사운드가 된 건, 일견 당연하다.

자연스럽게도, 촌스러운 과거는 다시 새로운 향유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최근 들어 완전히 밑바닥으로 가라앉는가 싶던 헤비메탈 씬과 락 씬에서 80년대, 90년대 헤비 락 사운드를 재해석한 앨범이 쏟아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한국에서는 때맞춰 80년대 헤어메탈을 제대로 재현한 피해의식의 데뷔앨범이 나왔다).

호주 멜버른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인 Courtney Barnett의 정규 데뷔앨범 [Sometimes I Sit and Think, and Sometimes I Just Sit]은 그야말로 끝내주는 90년대의 재해석이다. 앨범은 Nirvana의 신경질적이고 자기 분열적인 가사와 예쁜 기타 멜로디, Pavement의 나른함과 공존하는 난폭함으로 뒤덮여 있다. 이를 현대적 시계추로 조정한 건, Kieran Hebden(Four Tet)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리듬을 반복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는 태도의 주력 코드에 대한 집착이다.

2012년의 데뷔 EP [I’ve Got a Friend Called Emily Ferris]로부터 바로 평단, 글래스톤베리 등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Courtney Barnett은 가사로는 Kurt Cobain에 대한, 스타일로는 Stephen Malkmus에 대한 오마주라 해도 손색이 없을 ‘Small Poppies’ 등의 노래에서 분열증적인 태도를 보이고, ‘Nobody Really Cares If You Don’t Go to the Party’에서는 70년대 스타일의 ‘반짝이는’ 기타 팝에 20대 청년세대의 냉소를 버무린다(이게 바로 90년대 개러지락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선샤인 팝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Debbie Downer’의 가사는 결코 비관에 머무르지 않는 자신감 있는 여성의 태도를 대변하며, 그 자체로 이 앨범의 균형적 태도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Kim’s Caravan’은 클래식락 시절을 연상케 하는 읊조림으로 채워져 있으며, 이조차도 90년대 미국 락 스타들의 앨범에서 자주 듣던 스타일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내면으로의 침잠에 집중하거나 자기 파괴적 위안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물러선 태도로, 영리하게 세계를 관조하는 앨범의 태도는 90년대의 자양분 위에 세워진 2천 년대 ‘(광의의) 포스트락’ 시대를 연상케 한다.

경우의 차이는 있겠으나 십대 시절 80년대를 경멸했을 대부분의 30대에게 프린스의 다작이 재평가되고 비디오 시대가 숭앙되던 현상을 바라보는 건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시대는 언제나 대중문화에 반영되기 마련임을 감안할 때, 상호 극복의 대상이었던 80년대와 90년대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공존하기 시작하는 지금의 대중음악 씬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여럿 제공한다.

미국의 황금기가 끝났음을 확인한 후, 끝없이 팽창하는 탐욕의 시대를 맞이한 80년대 대중음악이 과잉된 헤비메탈과 댄스음악, 그리고 극단에서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언더그라운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80년대가 재앙이었음을 확인한 90년대에는 패배주의와 분노의 정서가 기타를 타고 흘렀다. 이 두 시대를 동 시간에 바라보는 2010년대 락은 자본주의의 패배라는 명제와 대안 부재의 모순을 함께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뮤지션의 이름이 나열될 법한 [Sometimes I Sit and Think, and Sometimes I Just Sit]은 여러 모로 매우 흥미로운 앨범이다.

(4 / 5)

 

About 이대희 (5 Articles)
프레시안에서 기자 일로 밥 벌어 먹는다. 내근 중일 때는 햄 주문 전화도 받아 봤다. 음악을 인연으로 이명 필자로 들어왔다. '왜 애인이 없느냐'는 질문에 '음악과 연애해서...'라고 말해보고 싶다. 전축 장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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