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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Jacqueline: Rainflower

사이키 포크의 2015년형 모범사례


Mega Dodo는 Fruits de Mer 등과 더불어 약간은 흘러간 시절의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취향을 둔 이들에게는 생각보다는 잘 알려진 레이블이다. 다만 흘러간 시절의 사운드에 관심이 있지만, 예전의 앨범들의 리이슈보다는 그 시절의 스타일을 나름대로 자기화한 현대의 뮤지션들의 앨범 발매가 레이블의 목적이다. 당연히 Crystal Jacqueline도 이런 노선에 있는 뮤지션이다. 특히나 Jacqueline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Icarus Peel(이 양반도 물론 Mega Dodo 소속의 뮤지션이다)은, 좀 더 듣기 편한 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Syd Barrett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에 60년대 웨스트코스트 특유의 ‘쿨한’ 그루브를 담아낼 줄 아는 양반인데, 그럼에도 어쨌든 Syd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쉬이 귀에 박히지는 않는 음악을 연주했다. 그런 면에서는 Crystal Jacqueline은, Icarus Peel이 나름의 스타일을 Crystal의 보컬을 빌어 좀 더 친숙한 방식으로 풀어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곡은 전체적으로 전작인 [Sun Arise]보다는 좀 더 무거워졌다. 확실히 [Sun Arise]는 커버부터 ‘플라워 무브먼트’를 의식한 듯한 면모를 보여준 앨범이었는데, 그에 비한다면 [Rainflower]의 사이키델릭은 Pink Floyd의 [Unmagumma]나 [More] 같은 앨범에서의 모습에 더 유사하다. Icarus Peel의 기타 연주가 David Gilmour의 그것과는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게 오히려 의외스러울 정도이다. ‘Grantchester Meadows’의 커버는 그런 면에서 충분히 의도적이다. 이 곡은 원곡에 비해서 좀 더 동양풍이 강하고 Syd Barrett의 그림자가 느껴지도록 커버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가 가장 강조되어 있는 것이 앨범에서 ‘꽃’과 관련된 제목을 지닌 네 곡, ‘Water Hyacinth’, ‘Daisy Chain’, ‘Strange Bloom’, ‘Rainflower’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말하자면, [Sun Arise]에서 Crystal이 들려준 음악이 Jefferson Airplane에 Barrett 스타일의 뒤틀림을 가미한 음악이었다면, [Rainflower]는 Barrett 이후의 Pink Floyd의 모습을 좀 더 받아들인 음악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앨범이 일관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위의 네 곡을 제외하고 다른 곡들의 분위기는 – 물론 밝지는 않지만 –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는 편이다. 영화 “Rosemary’s Baby”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Dress of White Lace’는 간혹은 목가적일 정도로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앨범에서 가장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Morte Macabre의 ‘Lullaby’와 비교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Status Quo의 커버곡인 ‘In My Chair’는 원곡을 생각하면 약간은 당혹스런 선택이겠지만 나름의 개성과 어두운 분위기가 다른 곡들에 비해 이 곡을 튀지 않게 만든다. 거의 Amon Duul II 같은 밴드들까지 떠오르게 하는(물론 그보다는 더 멜로딕하긴 하다) ‘Again…Dragonfly’는 [Sun Arise]에서는 조금은 떠올리기 어려웠던 ‘주술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이들은 60년대의 사이키델릭을 2015년의 방식으로 훌륭하게 풀어낸다. 아무래도 이들이 인용한 사이키델릭의 거인들보다는 이들이 좀 더 듣기 편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풀어내는 분위기는 절대 가볍지는 않다. 오히려 이들이 포크의 바탕에서 사이키델릭을 좀 더 듣기 편한 방식으로 풀어간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Sun Arise]의 쿨한 그루브가 반가웠던 이들이라면 약간은 아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앨범이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Mega Dodo나 Fruits de Mer의 팬이라면 물론 만족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이키델릭에 애착이 있다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그 중 많은 이들은 만족을 넘어서 이들의 다른 앨범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5월에 나온 앨범을 이제 와서 ‘new album’으로 올리는 게 조금 아쉽다.

4.0 Stars (4.0 / 5)
 

덧붙임:
위의 ‘Water Hyncinth’의 라이브는 아무래도 좀 더 예쁜 포크 송처럼 들린다. 분위기는 앨범의 수록곡을 들어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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