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Cynic: Uroboric Forms-The Complete Demo Recordings

Cynic의 시작부터 [Focus]까지


Cynic은 1994년부터 Aruna Abrams를 여성보컬로 받아들여 약 3년간을 Porta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시절의 곡들(이래봐야 1995년 데모지만)을 [The Portal Tapes]로 다시 발표한 바 있지만, 정작 [Focus] 이전의 Cynic의 데모들은 그 이전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돈 냄새라면 메탈 쪽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잘 맡는 Century Media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Cynic은 동시대의 다른 데스메탈 밴드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사운드를 들려주던 밴드였던 만큼, 그 시절 그런 사운드가 어떻게 튀어나오게 되었는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기도 했던데다, 어쨌든 [Traced in Air]부터는 Cynic은 더 이상 데스메탈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음악을 연주했으니, [Focus]를 좋아했던 이들의 마지막 보루는 Cynic의 90년대 초반 데모였다. Cynic이 발표한 1988년부터 1991년까지의 네 장의 데모를 컴파일한 건 아마 그런 고려였을 것이다(2008년의 [Promo 08]이 제외된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1988년 데모의 수록곡들(11-13)은 그런 면에서 가장 흥미로울 법한 곡들이다. 많은 이들이 이미 인터넷이나 지면상에 늘어놓은 이야기들이지만, 1980년대 말에 데스메탈의 양식은 이미 테크니컬 데스메탈의 맹아들을 급진적일 정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곧 초기 데스메탈의 스래쉬함을 걷어내고 프로그레시브한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운 밴드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Cynic의 이 1988년 곡들은 의외일 정도로 크로스오버/하드코어의 경향을 강하게 보이는 편이고, 1989년의 [Reflections of a Dying World]의 수록곡들(7-10)에서도 이런 경향은 생각보다도 꽤 공고히 유지된다. 때로는 좀 더 스래쉬해진 Cro-Mags를 떠올릴 법한 ‘Weak Reasoning’은 결국 이들이 듣고 자랐던 음악도 동시대의 다른 메탈헤드들과 크게 다르진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고, Masvidal이 보컬을 맡기 전에 마이크를 잡았던 Jack Kelly의 모습을 유일하게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Cynic의 모습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1990년 데모부터이다(4-6). 연속성이야 부인할 수 없지만 Cynic은 1990년에 와서 하드코어 스래쉬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걷어내기 시작했다(물론 아직 많이 남아 있긴 하다). 기존에 비교되던 밴드가 Cro-Mags나 D.R.I. 등이었다면, 이제 Cynic의 비교점은 [Human] 시절의 Death다. 앞서 살펴본 1989년까지의 Cynic의 모습은 사실 [Scream Bloody Gore]에 가까운 편이었는데, Death가 [Leprosy]와 [Spiritual Healing]을 통해 보여주었던 변화의 양상을 대단히 집약적으로 끌어낸 셈이다. ‘Lifeless Irony’에서 밴드의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인상적인 축에 속할 리프를 보여주고 있고, Tony Choy는 데모 전체에 걸쳐 Atheist로 떠나기 전에 밴드의 리듬 파트의 중핵은 이미 완성되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Cynic의 구성에서 생각보다 간과되는 멤버는 Sean Malone일지도 모른다. Tony는 확실히 Sean보다 덜 재즈적인 연주를 보여주고, 그러한 면모가 [Focus]와 이 데모를 구분짓는 중요한 측면이 된다.

그리고 1991년에 Cynic의 기량은 만개한다(1-3). [Focus]가 밴드의 첫 정규 앨범이긴 했지만, [Demo 1991]은 보기 드물게 밴드의 자주제작이 아니라 Roadrunner가 직접 발매한 데모였으니 다른 데모와 비교될 수는 없었다(사실 그래서 이 데모는 [Roadrunner demo]로도 자주 불리는 편이다). 1990년 데모가 스래쉬의 물을 걷어내기 시작한 앨범이었다면, 1991년 데모에 와서 Cynic은 드디어 ‘스래쉬가 아닌’ 데스메탈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데모의 세 곡은 모두 [Focus]에도 수록된 곡들이지만, 그나마 가장 유사한 ‘Uroboric Forms’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두 곡은 확실히 [Focus]의 버전과는 다른 구성을 보인다. 이를테면 ‘The Eagle Nature’는 정규반보다도 더 헤비하고 빠른 연주로 녹음되면서 심지어 중반부 브레이크는 생략되어 있고, ‘Pleading for Preservation’은 ‘How Could I’의 연주를 엔딩으로 달고 나왔다. 데모라기보다는 Tony Choy 버전의 [Focus] 수록곡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이렇게 [Focus] 때부터의 Cynic의 모습을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는 앨범인지라 [Focus]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많은 부분을 비교하면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1991년 이전의 곡들은 ‘Lifeless Irony’ 정도를 제외하면 Cynic의 위명에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게 들리지만, 무수히 여기저기 흩뿌려진 데스메탈의 역사가 Cynic의 바이오그라피와 뒤섞이면서 곧 청자는 ‘좋았던 80년대’ 어느 미국의 지하 스튜디오에서 크로스오버 스래쉬로 시작했던 젊은 밴드가 부단한 노력 끝에 데스메탈의 어느 마일스톤에 이르는 과정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 재미를 보라고 만들어진 앨범일지니, 그렇게 들어주는 게 가장 똑똑하게 이 앨범을 감상하는 방법일 것이다. 추천하고 싶지만, Cynic의 이름을 보고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굳이 그런 말 안 해도 알아서 검색 중일 테니 결국은 각자의 선택에 맡겨둔다.

4.0 Stars (4.0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