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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Metal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데스메탈 50선 (10위~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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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 작년에 스래쉬메탈 특집과 헤어메탈 특집을 진행했다. 누가 얘기해 주는 건 아니지만 샤방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가 눈에까지 선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추운 날 모처에서 입천장이 후끈해지도록 잔을 기울이면서 대책회의가 진행되었고, 향후로는 뭔가 사랑받을 법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첫인상)의 특집을 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 헤어메탈 특집의 “…and more” 글에는 덕분에 “이 꼭지를 끝으로 당분간 메탈 특집은 쉰다.”는 선언이 들어갔다. 그런 면에서 새해에 진행하는 첫 특집부터 데스메탈 특집이라니 어이구야. 이미 달아나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도 않는다(그러니까 브릿팝 하자니까). 조회수가 웹진의 덕목이라 한다면 이 특집에 옳다구나 했던 필자들은 경질감이다(꼭 빅XX확씨 얘기는 아님).

하지만, “그냥 우리가 재미있으면 됩니다”라던 필진들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이 데스메탈 특집은 정말 ‘그냥’ 우리가 재미있었고 하고 싶은 특집이었다. 스래쉬메탈 특집을 하면서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따지고 보면 특집을 굴리던 모두들 지금은 설사 스래쉬, 또는 데스메탈을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악편력의 한 페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켠에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는 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각자의 가정(이 있다면 말이다)에서 데스메탈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시원시원하게 등짝을 얻어맞을 나이가 되었지만, 어쨌든 그 자리를 메꾸긴 해야 하지 않겠나. 거기다 어떤 면에서는 더없이 적기이기도 했다. 뻔뻔함이 일반적인 현상이 된 세상에서 뻔뻔함에 쌓인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이번 특집은 우리 나름의 방법이기도 한 셈이다.

잡설이 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데스메탈 50선’이다. 물론 빛나는/빛나던 밴드들의 많은 앨범들이 있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는 Morbid Angel이나 Death 같은 거인들이 절반 이상을 꿰찰 게 뻔했다. 나름의 기획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던지라 억지스러운 감 없지 않지만 나름의 규칙을 두었다. 첫째, 한 밴드당 한 장의 앨범만을 올린다. 둘째, 데스냐 스래쉬냐, 그라인드냐, 블랙이냐 등 장르 자체가 모호한 밴드는 되도록 제외한다(그럼에도 데스래쉬 밴드들을, 완전히 제외하진 못했다). 셋째, 미남/미녀 멤버가 있는 밴드를 우대한다. 아쉽게도 세 번째 규칙은 단 한번도 적용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우리 나름의 고심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덧붙이고 싶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으니, 즐겁게 읽을지언정 좋거나, 싫거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요이, 땅.

 

리뷰어 명단

이경준(이명 편집장)

빅쟈니확(이명 편집위원)

조일동(음악취향 Y 편집장)

정진영(이명 편집위원)

김성대(음악취향 Y &파라노이드 필자)

김인수(크라잉넛)

김봉환(벅스뮤직 컨텐츠팀)

이태훈(이명&벅스뮤직 필자)

임희윤(동아일보 음악기자)

 

#10. Pestilence [Malleus Malleficarum]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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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래쉬메탈 전성기의 끝자락이 슬슬 다가오고 있던 1988년에 Pestilence는 이 데뷔작으로 Slayer, Kreator, Possessed에 탐닉하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 그런 만큼 밴드의 음악은 데스메탈과 스래쉬메탈의 경계선에 가까운 편이었고, 그런 면에서 “이들의 앨범을 ‘엄밀한 데스메탈’이 아니라고 제외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잠깐, 아주 잠깐 있었다. 하지만 Martin van Drunen의 데뷔작을 데스메탈 소개에서 어떻게 제외하겠는가? 그게 Pestilence를 이 리스트에 포함하게 됐고, [Consuming Impulse]가 아닌 [Malleus Maleficarum]에 그 자리를 준 이유이기도 하다.

밴드의 지적인 접근이 가시화된 [Testimony of the Ancients] 이전의 이들의 사운드는 테크니컬하지만 원초적인 형태의 데스래쉬에 가까운 편인데, 그런 면에서 가장 흔히 비교되는 앨범은 Sepultura의 [Schizophrenia]이지만, [Morbid Visions]의 블랙적인 면모가 사라지지 않은 [Schizophrenia]에 비해서는 [Malleus Maleficarum]이 좀 더 장르의 전형에 가까우면서 세련된 진행을 보여주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밴드는 ‘Parricide’나 ‘Subordinate to the Domination’같은 장르의 클래식과 ‘Chemo Therapy’ 같은 어쿠스틱 인스트루멘탈을 같은 앨범에 위화감 없이 담아낼 수 있었고, 이런 점은 밴드가 향후 이어 나가는 새로운 시도들을 약간은 예기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Commandments’의 (프로그레시브하지는 않지만)드라마틱한 구성은 앨범의 전체를 망라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동시에 [Testimony of the Ancients] 이후 Pestilence가 나아갈 방향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빅쟈니확)

 

#9. Asphyx [The Rack]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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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우리는 스웨덴, 핀란드, 플로리다가 아닌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목적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하면 생각나는 데스 밴드는 Pestilence와 Sinister다. 하지만, 그 누구도 Asphyx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으로 인정받는 [The Rack]은 아주 안정되고 음산하며, 염도 높은 소금물에 푹 담갔다 꺼낸 듯한 데스메탈을 들려준다. 상당수의 ‘올드 스쿨 데스메탈 밴드’들이 둠메탈의 영향권에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데, 이 음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아주 느릿하고 헤비한 ‘둠/슬러지 사운드’를 구사하기도 하는데, 이는 음반의 정체성을 아주 또렷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트랙들은 Black Sabbath를 아버지로 소환해도 좋을 만큼, 묵직한 충격을 가한다. ‘Diabolical Existence’ 같은 트랙이 잘 증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둠메탈과 교류했다고 해서, 음반의 평점이 상승한 건 아닐 것이다. 당대 밴드 그 누구와도 다르게 펼쳐지는 저 독자적 리프들을 보라(이를테면, ‘Pages in Blood’ 같은 곡). 그리고 하나 더. 9분 동안 펼쳐지는 대서사시 ‘The Rack’은 Asphyx가 왜 탁출한 밴드인지를 몸소 입증하는 트랙이라 할 만하다. 견고하게 새겨진 트레몰로 리프와 대칭적으로 짜인 저 치밀한 구성은 가히 비교불가의 그것이라 하겠다. 혹자들은 음반의 순위를 의심하겠지만, 오히려 우리는 더 높이 두고 싶었다. (이경준)

 

#8. Entombed [Left Hand Path]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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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의 미국 데스메탈이 프로듀서 Scott Burns와 모리사운드 스튜디오, 플로리다 사운드로 정의된다면, 비슷한 시기 개화한 스웨덴 데스메탈은 프로듀서 Tomas Skogsberg와 썬라이트 스튜디오, 스톡홀름 사운드로 대표된다. 그러한 맥락에서, 스웨덴 데스메탈을 정립하고 씬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Entombed의 데뷔 앨범 [Left Hand Path]는 Death의 [Human]과 동급의 위치에 놓일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Morbid와 Brainwarp 그리고 Nihilist에서 Entombed와 Unleashed로 이어지는, 거슬러 올라가자면 나름 복잡한 계보를 통해 이들이 일찍이 독자적인 스타일을 발전시켜 왔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러한 과도기를 거쳐 탄생한 본 작은 스웨덴 메탈의 시조 Bathory와 Candlemass의 전통을 계승한 어둠의 미학을 토대로 멜로딕한 전개와 웅장한 구성미를 특징으로 하는 스웨디쉬 데스메탈의 찬란한 성과를 집약하고 있다.

호러 영화의 고전 ‘환타즘(Phantasm)’의 타이틀 스코어를 차용한 불길하고 드라마틱한 장송곡 ‘Left Hand Path’, 이른바 데슨롤(Death ‘n’ Roll) 사운드의 창시자라는 이들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Drowned’와 ‘Revel in Flesh’, 훗날 융성하게 되는 스칸디나비아 멜로딕 데스메탈의 방법론에 청사진을 제시한 ‘Bitter Loss’과 ‘The Truth Beyond’ 등 그야말로 숨쉴틈없는 명곡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데스메탈의 역사에 길이 회자될 걸작이다. (이태훈)

 

#7. Incantation [Onward to Golgotha]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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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10’에 든 밴드 사이의 위계를 가린다는 건 의미 없을뿐더러 덧없기도 하다. Morbid Angel은 ‘데스메탈의 전범’을 만들었고, Cannibal Corpse는 ‘데스메탈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Death는 말 그대로 ‘데스메탈의 모든 것’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 언급할 Incantation은 뭐라고 이름붙일 것인가? 사실, 인지도와는 무관하게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클래식’들은 존재한다. [Onward to Golgotha]야 말로 그러한 음반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뉴욕 데스의 최고봉, 나아가 데스메탈이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을 쌓아올린 밴드에게 바치는 당연하고도 마땅한 찬사이다. 적의(敵意), 흑담즙질, 바닥없는 심연, 혼돈, 어둠과 연옥. 이러한 단어들은 [Onward to Golgotha]로 들어가기 위한 어떤 키워드들이다. 그만큼 음반은 ‘복잡하고 난해한 수렁’으로 리스너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는다. 그 힘은 꽤 강력하다.

음반의 가장 큰 음악적 특징은 ‘스래쉬나 하드코어 펑크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데스메탈을 스래쉬의 진화적 형태’라고 주장했던 평론가들에게 꽤 기묘한 충격을 안긴다. 기타 리프는 잔뜩 뭉개진 채로 물결치고, 드럼과 베이스는 쾌속정처럼 달리지 않으며, 보컬은 이누이트 샤먼의 그것처럼 일그러진다. 밴드는 이런 연주 기법을 통해 마치 무정형의 사운드를 구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밴드는 그 누구도 따라하지 않으면서,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클리셰처럼 따라붙는 말을 하자면, 이 음반만한 걸작을 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울 뿐이다. (이경준)

 

#6. Cannibal Corpse [Tomb of the Mutilated]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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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 해부, 고문, 그리고 시체에 성욕을 느끼는 이상 성욕의 한 증상인 ‘시간증(屍姦症)’과 더불어 데스 메탈이라는 장르에서 간간이 다뤄지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 사람 고기를 먹는 풍습)을 밴드 이름으로 쓴 팀이 있다. 바로 뉴욕 버팔로 출신 Cannibal Corpse다. Slayer와 Kreator 같은 스래쉬메탈 밴드들로부터 강한 영감을 받은 이들은 Morbid Angel의 카리스마와 Autopsy의 잔인함을 뼈에 새긴 뒤 피비린내 나는 호러 픽션들을 주메뉴로 삼아 지난 26년을 한결같이 달려왔다.

‘시간증’과 ‘가학증(sadism)’이라는 텁텁한 개념들을 주제로 잡은 이 앨범 [Tomb of the Mutilated]는 Cannibal Corpse의 광팬임을 자처하는 배우 Jim Carrey 덕분에 영화 ‘에이스 벤츄라’에서까지 소개된 ‘Hammer smashed face’를 시작으로 시종 극악무도한 보컬과 리듬, 헤비 기타 리프로 듣는 이들의 귀싸대기를 올려버린다. 이 모든 잔인함에 문학성을 부여한 Chris Barnes(보컬)의 적막한 딥 그로울링과 ‘난도질’이라곤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Paul Mazurkiewicz의 후련한 블래스트비트는 웬만한 사람은 눈 뜨고 5초 이상 보기 힘들 만화가 Vincent Locke의 커버 아트와 함께 이 밴드를 향한 대중의 뚜렷한 호불호를 부추겼다.

원년 멤버인 Bob Rusay(기타)가 참여한 마지막 앨범이자 2005년 ‘락 하드(Rock Hard)’지 선정 ‘위대한 록 & 메탈 앨범 500’에서 278위에 오른 [Tomb of the Mutilated]는 그 폭력적인 재킷과 극단의 가사 때문에 독일에선 발매 불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 사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회 건물을 가진 대한민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성대)

 

#5. Grave [Into the Grave]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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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같은 스웨디시 데스메탈 밴드라고 하더라도 Unleashed나 Grave의 음악은 Desultory나 Dismember 같은 밴드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Dismember 등이 좀 더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연주했다면 Unleadshed나 Grave는 좀 더 우직하고 ‘클래식’한 형태의 데스메탈에 가까웠다. Sunlight 스튜디오 특유의 트레몰로를 장착한 다운 튜닝 기타의 리프는 조금은 먹먹한 프로듀싱과 결합하여 동시대의 다른 밴드들보다 확실히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했고(사실 이건 [Left Hand Path]와도 다르지 않은 얘기지만), 좀 더 심플하고 반복적이지만 파워와 그루브를 놓치지 않으면서 그 어두운 분위기에 음습함을 더했다. 덕분에 스웨덴의 많은 밴드들이 뛰어난 데스메탈 앨범을 내놓았지만, 육중함에 있어서 이 앨범을 넘어서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육중함은 데스메탈의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그렇다고 Grave가 다른 덕목들을 방기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육중함을 한 꺼풀 들어내면 의외로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고(‘Hating Life’, ‘Day of Mourning’), 때로는 프로그레시브적인 전개를 일견 보여주기도 한다. 키보드의 적절한 사용도 그런 면모를 더하는데, 키보드야 물론 Death나 Morbid Angel도 쓰기는 했지만 Grave의 경우는 아무래도 그네들보다는 Candlemass의 모습에 더 가까운 편이다. 물론 ‘Deformed’ 등에서는 폭력적이면서도 확실히 달려주는 모습도 보여준다. 말하자면 스웨디시 데스메탈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토털 패키지’에 가까웠던 앨범이고, 이 앨범에서 힘을 거의 다 쏟아버렸는지 Grave는 이후 몰락의 모범…은 아니더라도 3등 정도는 될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빅쟈니확)

 

#4. Autopsy [Mental Funeral]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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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의 초기 멤버이기도 했던 Chris Reifert를 주축으로 1987년에 결성된 Autopsy는 -Death와 Deicide, Morbid Angel과 Obituary 등 초창기 플로리다 데스메탈의 대동소이한 방법론을 정립한- 동향의 밴드들과는 다른 유니크한 음악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기존 밴드들이 스래쉬메탈에서 발전한 테크니컬한 연주와 정교한 사운드를 지향했던 것에 반해, Autopsy는 그루브한 리듬감을 토대로 원시적이고 황량한 사운드를 강조한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면서 데스메탈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했다.

미국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영국의 피스빌(Peaceville) 레이블과 계약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의 음악에는 Black Sabbath와 Celtic Frost로부터 영향받은 고딕과 둠메탈의 기운이 짙게 깔려있다. “사체 부검”이라는 밴드명에 걸맞는 지저분하고 질척한 분위기의 전개에서는 일견 여유로움과 느긋함마저 느껴지지만, 급격한 템포 체인지로 순간 광폭하게 몰아부치는 난도질 사운드의 카타르시스를 통해 “데스메탈” 밴드로서의 이들의 정체성은 분명하게 각인된다.

빠른 스피드와 압도적인 테크닉, 사악한 그로울링이 데스메탈의 최고의 덕목이라 여겨졌던 당시에, Autopsy는 사뭇 신선한 방법론으로 ​“죽음”을 주제로 한 데스메탈의 본질을 재정의하면서 장르의 새로운 미학적 성취를 이룬 선명한 업적을 남겼다. 아울러 직계 후손이라 할 고어적 성향의 데스메탈 밴드들은 물론 후대의 데스둠/슬러지메탈 장르에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친 본 작은 이들이 플로리다 데스메탈 씬의 위대한 이단아였음을 증명해보였다. (이태훈)

 

#3. Cynic [Focu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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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데스메탈 씬의 복잡(하지만 밀접)한 계보를 이해하고 있다면 [Focus]가 예고된 걸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87년에 결성된 Cynic은 여러 불운이 겹치면서 첫 앨범 제작이 계속 지연되는 진통을 겪었지만, 멤버들은 Death의 [Human]과 Atheist의 [Unquestionable Presence], Monstrosity의 [Imperial Doom] 등 1990년대 미국 (플로리다) 데스메탈의 여명을 밝힌 여러 명작들에 참여하면서 이미 명성을 얻었다.

그러한 경력은 이 역사적인 데뷔 앨범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멤버들이 오히려 자신의 밴드를 프로젝트 쯤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데스메탈의 정석을 벗어난 자유분방함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재즈적인 어프로치를 활용한 테크니컬하고 독창적인 표현양식은 이 방면의 선구자들이라 할 Voivod와 Mekong Delta, Watchtower보다 한발 더 나아간 혁신을 보여준 것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많은 음악의 혁신가들이 그러했듯 Cynic 역시 화려한 성공하고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지만, 이들이 제시한 -데스메탈과 프로그레시브메탈, 재즈 퓨전이 공존하는- 탈장르적이고 진보적인 방법론은 이후 익스트림 메탈 씬의 급진적인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Meshuggah와 The Dillinger Escape Plan, Between the Buried and Me는 물론이거니와 The Mars Volta와 Animals as Leaders에게서도 감지할 수 있는 본 작의 잔영은 그 영향력이 실로 광범위했음을 말해준다. (이태훈)

 

#2. Death [Leprosy]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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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의 서문에서도 밝혔지만, 한 밴드당 한 장의 앨범을 선정하는 엄정한 규칙을 두지 않았다면 Death의 앨범은 최소한 서너장 이상이 상위권을 독식했을 것이다. 데스메탈의 기념비적인 시초라 할 데뷔 앨범 [Scream Bloody Gore], 정교한 연주와 완벽한 사운드 퀄리티로 데스메탈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한 [Human], 프로그레시브 데스메탈로 장르의 지평을 넓힌 [Individual Thought Patterns] 등 어느 앨범이 올라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선택이다. Death의 디스코그래피 전체가 모두 유의미한 데스메탈의 찬란한 발전사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명(異鳴)의 선택은 데스메탈의 가장 교과서적인 완성을 보여준 2집 [Leprosy]를 낙점했다. 이는 예컨대, 스래쉬메탈의 역사에서 Metallica의 [Kill ‘Em All]과 […And Justice for All], [The Black Album]에 대한 아쉬움을 제쳐두고 [Master of Puppets]를 최고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데스메탈의 지옥문을 열어젖히는 오프닝 ‘Leprosy’를 위시해, 멜로딕한 전개와 날카로운 공격성의 극적인 대비로 완급조절의 미학을 선보이는 ‘Born Dead’와 ‘Forgotten Past’, 데스메탈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압도적인 3부작이라 할 ‘Left to Die’와 ‘Pull the Plug’, ‘Open Casket’까지 앨범에는 하나도 버릴 곡이 없다. 데뷔 앨범의 과도기적인 데스래쉬 스타일에서 본격적인 데스메탈 사운드로의 도약을 이룬 본 작은 “문둥병”을 주제로 한 죽음에 대한 고찰을 원초적이고 처절한 음악으로 형상화한 콘셉트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고독한 천재였던 Chuck Schuldiner의 광기를 완벽하게 보좌한 (Massacre 출신의) Rick Rozz(기타)와 Bill Andrews(드럼)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요컨대, 이후 테크니컬/프로그레시브 데스메탈 스타일로 점차 발전하게 되는 Death의 음악이 가장 순도높은 방법론으로 장르의 본질을 정의한, 올드스쿨 데스메탈의 명징한 표본이라 할 걸작이다. (이태훈)

 

#1. Morbid Angel [Altars of Madness]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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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bid Angel의 앨범이 이 리스트의 최상단에 올라가야 함은 분명했지만 어떤 앨범을 집어넣어야 할지는 고민이 조금 있었다. 좀 더 데스메탈의 ‘전형’에 가까운 사운드라면 [Blessed Are The Sick]을 짚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스래쉬의 영향을 어쨌건 명확히 보여주는 앨범이라면 Death의 [Scream Bloody Gore]가 더 먼저이면서도, 딱히 뒤처질 면은 없을 정도의 음악을 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스래쉬나, 또는 일종의 프로토타입이 아닌 본격적인 ‘데스메탈’이 시작된 지점은 [Altars of Madness]일 것이다.

그리고 이 광기의 제단은 데스메탈의 모든 ‘덕목’을 제물로 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다른 장르들보다는 그라인드코어에서 더 일반적이었던 블래스트비트는 Pete Sandoval을 통해(하긴 Terrorizer에 있던 분이니) 본격적으로 데스메탈의 골간을 차지하게 되었고, Richard Brunelle과 Trey Azagthoth는 무지막지한 비트의 벽을 뚫고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하고, 복잡하면서도 엄청나게 빠른 리프를 토해내며, David Vincent는 스스로도 재현하지 못할 정도의 강렬하면서도 ‘사악한’ (거기다 ‘상대적으로’ 알아듣기도 편한)보컬을 과시했다. 장르의 경계를 범람하는 이 연주들은 ‘Immortal Rites’, ‘Maze of Torment’, ‘Chapel of Ghouls’ 같은 클래식들을 통해 사라지고, 전례 없이 혼돈스럽지만 정교하게 계산된 소용돌이를 담아낸 음악으로 현현했다. (빅쟈니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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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1 Comment on Death Metal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데스메탈 50선 (10위~1위)

  1. 링크 타고 왔는데요.

    어디서 다운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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