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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Metal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데스메탈 50선 (30위~2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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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 작년에 스래쉬메탈 특집과 헤어메탈 특집을 진행했다. 누가 얘기해 주는 건 아니지만 샤방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가 눈에까지 선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추운 날 모처에서 입천장이 후끈해지도록 잔을 기울이면서 대책회의가 진행되었고, 향후로는 뭔가 사랑받을 법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첫인상)의 특집을 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 헤어메탈 특집의 “…and more” 글에는 덕분에 “이 꼭지를 끝으로 당분간 메탈 특집은 쉰다.”는 선언이 들어갔다. 그런 면에서 새해에 진행하는 첫 특집부터 데스메탈 특집이라니 어이구야. 이미 달아나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도 않는다(그러니까 브릿팝 하자니까). 조회수가 웹진의 덕목이라 한다면 이 특집에 옳다구나 했던 필자들은 경질감이다(꼭 빅XX확씨 얘기는 아님).

하지만, “그냥 우리가 재미있으면 됩니다”라던 필진들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이 데스메탈 특집은 정말 ‘그냥’ 우리가 재미있었고 하고 싶은 특집이었다. 스래쉬메탈 특집을 하면서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따지고 보면 특집을 굴리던 모두들 지금은 설사 스래쉬, 또는 데스메탈을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악편력의 한 페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켠에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는 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각자의 가정(이 있다면 말이다)에서 데스메탈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시원시원하게 등짝을 얻어맞을 나이가 되었지만, 어쨌든 그 자리를 메꾸긴 해야 하지 않겠나. 거기다 어떤 면에서는 더없이 적기이기도 했다. 뻔뻔함이 일반적인 현상이 된 세상에서 뻔뻔함에 쌓인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이번 특집은 우리 나름의 방법이기도 한 셈이다.

잡설이 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데스메탈 50선’이다. 물론 빛나는/빛나던 밴드들의 많은 앨범들이 있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는 Morbid Angel이나 Death 같은 거인들이 절반 이상을 꿰찰 게 뻔했다. 나름의 기획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던지라 억지스러운 감 없지 않지만 나름의 규칙을 두었다. 첫째, 한 밴드당 한 장의 앨범만을 올린다. 둘째, 데스냐 스래쉬냐, 그라인드냐, 블랙이냐 등 장르 자체가 모호한 밴드는 되도록 제외한다(그럼에도 데스래쉬 밴드들을, 완전히 제외하진 못했다). 셋째, 미남/미녀 멤버가 있는 밴드를 우대한다. 아쉽게도 세 번째 규칙은 단 한번도 적용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우리 나름의 고심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덧붙이고 싶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으니, 즐겁게 읽을지언정 좋거나, 싫거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요이, 땅.

 

리뷰어 명단

이경준(이명 편집장)

빅쟈니확(이명 편집위원)

조일동(음악취향 Y 편집장)

정진영(이명 편집위원)

김성대(음악취향 Y &파라노이드 필자)

김인수(크라잉넛)

김봉환(벅스뮤직 컨텐츠팀)

이태훈(이명&벅스뮤직 필자)

임희윤(동아일보 음악기자)

 

#30. In Flames [The Jester Race]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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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코드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는 팜 뮤팅(palm muting)과 극단까지 몰아붙이는 트레몰로 피킹(tremolo picking), 그리고 처절하고 사악한 스크리밍(harsh screaming)을 앞세운 데스메탈이 서사와 눈물에 젖은 70년대 후반 영국발 NWOBHM을 만난 장르가 바로 멜로딕 데스메탈(melodic death metal)이다. 영국의 Carcass와 함께 이 장르를 개척한 밴드들, 이를테면 At the Gates(이하 ‘ATG’)나 In Flames(이하 ‘IF’), Dark Tranquillity(이하 ‘DT’)가 스웨덴 예테보리 출신이어서 세간에선 이를 가리켜 “예테보리 메탈(한국에선 ‘멜데스’로 통칭)”이라고도 부른다.

‘올뮤직’도 만점을 준 IF의 두 번째 앨범 [The Jester Race]는 ATG의 [Slaughter of the Soul], DT의 [The Gallery]와 함께 예테보리 메탈의 고전에 오른 명반으로, 근작 [Siren Charms]까지 IF와 함께 한 보컬리스트 Anders Fridén이 밴드에 처음 합류해 내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우선 기타와 키보드를 다루는 밴드의 메인 송라이터 Jesper Strömblad가 쓴 첫 곡 ‘Moonshield’의 서정미와 세 번째 트랙 ‘Artifacts of the black rain’이 전하는 질주감은 어둡거나 아름다운 이 앨범의 분위기를 사이좋게 나눠 들려준다.

또한 데스메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난타(blast beat)를 깨알 같이 심은 ‘Dead Eternity’와 ‘December Flower’는 ‘데스메탈을 연주하는 Iron Maiden’이라는 이들의 숙명을 수줍게 드러낸 지점이며, 타이틀 트랙 ‘The Jester Race’는 군더더기 없는 정직한 메탈 그루브로 전 세계 헤드뱅어들의 갈증을 단박에 날려 보낸 IF의 효자곡이다. 그리고 막판, 키보드가 깊이 관여하고 변덕이 아닌 변박이 죽 끓듯 하는 ‘Wayfaerer’는 차라리 프로그레시브메탈이라 불러도 좋을 멋진 연주곡으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Dead God in Me’와 함께 약속된 호흡을 내뿜었다.

어떤 음악 장르에서든 ‘가이드’가 되는 마스터피스가 있게 마련. 스웨덴이 자랑하는 멜로딕 데스메탈 씬에선 IF의 이 한 장이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김성대)

 

#29. Immolation [Dawn of Possession]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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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focation과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데스메탈 밴드 Immolation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이다. 동료인 Suffocation은 물론이고, 당대 미국의 데스메탈 뉴웨이브를 선도하던 친구들이 역사적인 앨범 녹음을 위해 플로리다로 향했던 것과 달리, Immolation은 대서양을 건너 독일로 날아갔다. Kreator, Sodom, Voivod의 작품을 함께 일군 프로듀서 Harris Johns와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밴드가 만드는 소리와 콘솔이 원했던 그림은 살짝 달랐는데, 덕분에 다소 높은 피치에 방점이 찍힌 결과물이 나왔다. 킥부터 기타 솔로에 이르기까지 이후 Immolation의 어떤 앨범보다 고음역대와 그로 분절적인 사운드를 강조한 작품이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처음 [Dawn of Possession]을 들었을 때, Colin Richardson이나 Scott Burns가 매만진 데스메탈 앨범의 톤에 비해 속도감이 살아난 대신 파워가 떨어지는 녹음이라 생각했었다. 굽이치는 그로울링 보컬과 투베이스 드러밍의 굴곡에 비해 아밍에만 의존하는 기타 솔로도 후하지 않은 평가를 내렸었다. 그러나 본작은 인터플레이에 대한 평가 비중이 커진 근래의 데스메탈(혹은 테크니컬 데스메탈)의 시각에서 반드시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 블래스트 비트 사이로 둔각의 육중한 변박이 기타 리프와 드럼 사이에서 엉겨 붙는데, 예각으로 짜인 앨범 전체의 톤 메이킹이 오히려 이를 쾌적(?)한 소리로 귀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저음 중심의 데스메탈 사운드로 작업한 Immolation의 근작과 다른 층위에서 느껴지는 감동이랄까. 디지털 레코딩 이전 시대의 스튜디오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1991년의 경향을 너무 앞서나간 선택이었다. 밴드는 결국 이 데뷔작을 끝으로 Roadrunner와 결별해야 했다. (조일동)

 

#28. Nocturnus [The Key]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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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메탈과 키보드, SF 테마의 결합은 확실히 1990년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덕분에 Nocturnus는 데스메탈 밴드들 중에서 가장 유니크한 경우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사타닉’한 분위기를 살짝 입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같은 콘셉트와 스래쉬의 옷을 벗어던지지는 못한 리프들, 복잡하면서도 테크니컬한 연주지만 이후의 밴드들에 비해서는 좀 더 직선적이고 심플한 구조는 충격적일 것까지는 없지만,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메탈의 역사는 Nocturnus의 시도를 많은 후배들이 의식하고 참고하였음을 알려 준다.

그 시도의 ‘특별함’을 떠나서 보더라도 Nocturnus의 이 데뷔작은 출중한 데스메탈 앨범이다. ‘Lake of Fire’는 데스메탈에서 테크니컬한 기타 연주가 어떻게 앨범의 흐름을 늘어뜨리지 않을지에 대한 훌륭한 이해를 보여주고, Mike Browning의 보컬은 David Vincent가 [Covenant] 이후의 앨범에서 어떠한 목소리를 참고했을지를 알려주며, ‘Andromeda Strain’의 전개와 ‘Undead Journey’의 심포닉, ‘Droid Sector’의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는 이후의 테크니컬/프로그레시브 데스, 또는 The Kovenant 류의 밴드의 모습을 1992년에 구현하고 있다. Crimson Glory의 [Transcendence]를 프로듀스한 Tom Morris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돌아보면 그들의 시절에 있어서 이들은 어떠한 흐름에도 흔쾌히 속하지 않는 밴드였지만, 이후의 어떤 거대한 흐름은 바로 이들로부터 시작되었던 셈이다. (빅쟈니확)

 

#27. Sinister [Cross the Styx]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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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한다면야 [Cross the Styx]는 초기 Morbid Angel과 Deicide의 영향이 명확한 앨범이다.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에서는 [Altars of Madness]를 닮아 있지만 곡을 이끌어나가는 템포에서는 [Deicide]를 떠올릴 수 있고, 80년대 중후반 스래쉬메탈의 무드를 여전히 머금고 있는지라 Slayer(나 Possessed)의 모습도 연상할 수 있다. Pestilence 같은 기린아들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는 플로리다나 스웨덴 데스메탈에 익숙한 이들에게 여전히 낯선 면이 없지 않았고, 어쨌든 새롭다고 얘기하지는 못할 음악이었기에 [Cross the Styx]는 생각만큼은 주목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Cross the Styx]는 동시대 유럽 데스메탈 밴드들의 앨범들 중 가장, 소위 ‘올드스쿨’ 데스메탈의 완성형에 가까운 음악을 담고 있었다. Atrocity의 Alex Krull이 손을 빌려 준 인트로는 Morbid Angel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앨범을 이끌어 나갔고, 테크니컬하면서도 묵직하고 Deicide의 하위호환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는 명민한 리프들(특히 ‘Compulsory Resignation’)은 데스메탈의 전형이면서도 개별 곡들에 충분한 개성을 부여한다. 트리거 없이 시종일관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Aad Kloosterwaard(현재까지 남아 있는 Sinister의 유일한 원년 멤버이다)의 드럼도 강렬함을 더한다. 플로리다의 유산이 유럽에서 어떻게 자리잡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Hate] 이전의 Sinister가 데스메탈의 원형에 다가갔던 모습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빅쟈니확)

 

#26. Dismember [Like an Ever Flowing Stream]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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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디시 데스메탈의 전형을 찾는다면 아마 가장 유력한 답의 하나는 Entombed의 [Left Hand Path]이겠지만, 그만큼 유력한 답은 Dismember의 [Like and Ever Flowing Stream]일 것이다(그러고 보니, 둘 다 Tomas Skogsberg가 프로듀스했다). 어쨌든 [Left Hand Path]가 조금 더 빨리 나왔으니 더 유리한 답이긴 하겠지만, 그만큼 이후의 스웨디시 데스메탈의 모습에는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앨범이니,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면서도 앨범은 데스메탈 앨범으로서는 드물 정도로 드라마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대곡에 속할 ‘Override of the Overture’나 ‘In Death’s Sleep’ 등은 노련하게 완급을 조절해 가면서도 두터운 사운드의 벽을 구축하고(참고로, 이 앨범의 거의 모든 곡은 기타가 3트랙으로 녹음되어 있다), ‘And So is Life’나 ‘Sickening Art’는 좀 더 날렵하면서도 드라이브감 강한 데스래쉬(와 소위 ‘death-and-roll’)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밴드가 트레몰로 리프에 탁월한 멜로디를 실을 줄 알았다는 점 또한 이에 기여했을 것이다. 예테보리가 대변할 수 없었던 데스메탈의 이면과, Dissection을 위시한 많은 스웨덴 밴드들과 Blood Red Throne 등의 밴드들이 좇으려 했고, Dismember 스스로도 다시는 이르지 못했던 수준에 있었던 그 ‘분위기’를 이 앨범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빅쟈니확)

 

#25. Dark Tranquillity [The Gallery]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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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lames와 더불어 스웨덴 멜로딕 데스메탈 씬을 대표하는 명 밴드 Dark Tranquillity. 두 번째 정규작인 [The Gallery]를 통해 Dark Tranquillity는 멜로딕 데스메탈 씬에 이름을 각인시키며 단숨에 거물로 떠오를 수 있었다.

Dark Tranquillity의 또 다른 명반이자 묵직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여섯 번째 정규 앨범 [Damage Done]과는 달리, 이 앨범은 정교한 트윈기타 연주와 화려하면서도 기교가 넘치는 베이스 연주로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반목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트윈기타와 그 격렬함 속에서 독자적인 길을 찾는 베이스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여기에 북유럽 특유의 우울한 서정이 녹아있는 선율과 교묘하게 빈틈을 파고드는 키보드 연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움’과 ‘공격성’이란 단어 사이에서 결착제 역할을 한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방불케 하는 복잡하면서도 정밀한 구성은 다크 트랜퀄리티의 영민함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이 모든 요소가 덩어리를 이뤄 시종일관 쏟아내는 사운드는 이 앨범의 ‘화랑’이란 타이틀을 납득하게 만든다. 다크 트랜퀄리티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자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Punish My Heaven’은 이 같은 밴드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이다. 이밖에도 고요함과 격렬함이 극명한 대비를 이르는 ‘Edenspring’, 복잡한 전개 속에서 번뜩이는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The Dividing Line’, 우울한 서정을 폭발시키는 처절한 보컬과 파괴적인 연주가 돋보이는 ‘Lethe’ 등 수록곡 중 단 한 곡도 만만한 곡이 없다는 점도 이 앨범의 큰 매력이다. (정진영)

 

#24. Gorefest [False]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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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reon에서 드럼을 맡은 Ed Warby가 있는 밴드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Gorefest는 1989년부터 활동을 이어 온 거물 밴드였다. Pestilence나 Sinister와 동세대는 아니더라도 바로 다음 세대 정도는 될 텐데, 그렇지만 사실 Gorefest가 데뷔하면서 들려준 사운드는 그들의 것과는 좀 달랐다. Gorefest는 그 선배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거친 감이 있으면서도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고 등장했고, [Mindloss]는 덕분에 때로는 ‘데스메탈 락큰롤’과 같은 표현으로 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구수한’ 느낌 강한, Autopsy의 그림자 짙은 류의 스타일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False]는 그런 면에서 상당한 변화였다. Gorefest 특유의 거친 맛은 살아 있기는 했지만, 리프는 좀 더 정돈되고 깔끔해졌다. 락큰롤 말은 쑥 들어가고 오히려 때로는 Dismember 생각까지 불러올 법한 사운드이지만, 때로는 둠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고(‘Reality – When You Die’), Godflesh에 가까울 정도의 ‘인더스트리얼’ 또한 찾아볼 수 있다(‘State of Mind’). 물론 다른 장르들을 솜씨 좋게 섞어낸 데스메탈 앨범들은 은근 많은 편이지만, 이 앨범이 1992년에 나온 점을 감안하자(Cynic도 이들보다는 늦었다). 게다가 앨범이 데스메탈 본연의 덕목을 제쳐둔 것도 아니었다(‘The Glorious Dead’). 말하자면, 데스메탈이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시점에서, 장르의 고전적 형태와 실험적 요소들 가운데 가장 절묘하게 균형을 잡았던 사례일 것이다. (빅쟈니확)

 

#23. Morgoth [Cursed]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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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당시 Morgoth는 정규 앨범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미 [The Eternal Fall] EP를 통해 ‘독일 데스메탈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는 등의 평가를 받던 밴드였다. 그렇지만 정작 Morgoth의 앨범들 중 데스메탈의 ‘모범적’ 스타일에 가까운 앨범은 사실 본작이 유일하다. 이미 [Odium]에서 Morgoth는 여전히 공격적인 데스메탈을 연주하기는 했지만 인더스트리얼의 경향을 노골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듯했던 [Feel Sorry for the Fanatic]은 만듦새의 수준을 떠나서 확실히 데스메탈 앨범은 아니었다. Morgoth가 충실한 데스메탈 밴드로서 연주했던 유일한 앨범은 [Cursed]인 셈이다.

[Cursed]는 기본적으로 충실한 데스메탈 앨범이었지만, 동시에 Black Sabbath 류의 둠 색채를 보이면서 씨어트리컬한 사운드를 담고 있는 앨범이었다. 빠른 스피드의 공격적인 전개보다는 상대적으로 미드템포의 일견 여유로우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구현하는 데 충실한 편인데, 자주는 아니지만 영리하게 사용된 신서사이저도 이러한 분위기에 기여한다(심지어 ‘Opportunity is Gone’의 리프는, 차라리 Paradise Lost에 가깝다). John Tardy를 연상케 하는 Marc Grewe의 보컬도 밴드의 중요한 개성이었다. 분명히 [Leprosy]의 유산에 터잡은 앨범이겠지만, 어떠한 미국 밴드에서도 이런 류의 개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Morgoth의 데뷔작은 소위 ‘올드 스쿨’ 데스메탈 중 [Leprosy]를 의식한 류가 유럽에서 어떠한 스타일로 나타났고 완성되었는지를 보여 주었고, 이런 모습은 Morgoth만이 보여 주었으며, Morgoth조차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한 스타일이었다. (빅쟈니확)

 

#22. Benediction [Transcend the Rubicon]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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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의 ‘골든 에이지’를 논할 때, Benediction은 마땅히 최상위 클래스에 놓여야 할 밴드다. 변칙적인 리듬과 귀에 쏙 들어오는 기타 리프, 관성적이지 않은 송라이팅 등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그러하다. [Subconscious Terror]는 가능성의 시연이었으며, [The Grand Leveller]는 잠재력을 터뜨린 사건이 되었다. 혹자들은 이 음반을 최고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이명’은 그 다음 작품인 본 음반을 22위로 올려놓았다. 이것은, 곡의 우수성이나 음반의 밀도, 녹음 상태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본 음반의 비교우위를 입증하는 지점이다.

급격한 낙차를 보이며 리스너를 압도하는 ‘Nightfear’는 단연코 Benediction이 만들어낸 최고의 순간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변화구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심플한 구조로도 얼마든지 기억에 남는 곡을 쓸 수 있다고 말하는 ‘Paradox Alley’, 기본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는 ‘Face Without Soul’에선 철저한 직구 승부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밟아줄 땐 밟아주고, 제동을 걸 땐 확실히 선다. 이것은 가장 완벽한 완급조절이다. 제대로 된 올드 스쿨이다. 요컨대, 본 음반을 두고 “브리티시 데스의 최고봉”이라 말하는 건, 아주 작은 찬사 정도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이경준)

 

#21. Suffocation [Effigy of the Forgo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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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focation은 Incantation, Immolation, Morpheus Descends 등과 함께 뉴욕 데스메탈의 상징적인 밴드이다. 어찌 됐든 데스메탈의 골간에 가장 가까웠던 것은 플로리다 데스메탈이라 하는 게 맞겠지만, 뉴욕의 밴드들은 데스메탈의 전형을 지켜나가면서도 플로리다의 그것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색채를 만들었고, 그 중에서도 오늘날의 테크니컬 데스메탈과 브루털 데스메탈의 경향을 가장 분명히 제시했던 밴드는 Suffocation일 것이다.

데뷔작이지만 [Effigy of the Forgotten]은 밴드의 이런 모습이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난 앨범이다. 처음부터 밴드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Frank Mullen의 ‘묵직하기 그지없는’ 보컬과 테크니컬 리프, 생각보다 블래스트비트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스피드메탈의 ‘스피드 업그레이드’처럼 느껴지는 질주하는 드러밍, 헤비함을 더한 Scott Burns의 솜씨는 오늘날의 여느 브루털데스 밴드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대상을 찾기 어려운 강력한 음악으로 나타났다(심지어 게스트로 참여한 George “Corpsegrinder” Fisher의 보컬마저 Frank에게 조금은 묻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면서도 밴드는 확실한 ‘그루브’를 곡에 실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멜로디가 좀더 강조된 이후의 앨범들에 비해서는 그런 면모가 본작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특히 ‘Infecting the Crypts’). 덕분에 Suffocation은 브루털데스 뿐만 아니라 데스코어의 길을 제시한 밴드로도 평가되고 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후배들은 이 기념비적 앨범을 따라하기에도 급급하다. (빅쟈니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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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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