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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Metal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데스메탈 50선 (40위~3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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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 작년에 스래쉬메탈 특집과 헤어메탈 특집을 진행했다. 누가 얘기해 주는 건 아니지만 샤방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가 눈에까지 선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추운 날 모처에서 입천장이 후끈해지도록 잔을 기울이면서 대책회의가 진행되었고, 향후로는 뭔가 사랑받을 법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첫인상)의 특집을 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 헤어메탈 특집의 “…and more” 글에는 덕분에 “이 꼭지를 끝으로 당분간 메탈 특집은 쉰다.”는 선언이 들어갔다. 그런 면에서 새해에 진행하는 첫 특집부터 데스메탈 특집이라니 어이구야. 이미 달아나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도 않는다(그러니까 브릿팝 하자니까). 조회수가 웹진의 덕목이라 한다면 이 특집에 옳다구나 했던 필자들은 경질감이다(꼭 빅XX확씨 얘기는 아님).

하지만, “그냥 우리가 재미있으면 됩니다”라던 필진들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이 데스메탈 특집은 정말 ‘그냥’ 우리가 재미있었고 하고 싶은 특집이었다. 스래쉬메탈 특집을 하면서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따지고 보면 특집을 굴리던 모두들 지금은 설사 스래쉬, 또는 데스메탈을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악편력의 한 페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켠에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는 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각자의 가정(이 있다면 말이다)에서 데스메탈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시원시원하게 등짝을 얻어맞을 나이가 되었지만, 어쨌든 그 자리를 메꾸긴 해야 하지 않겠나. 거기다 어떤 면에서는 더없이 적기이기도 했다. 뻔뻔함이 일반적인 현상이 된 세상에서 뻔뻔함에 쌓인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이번 특집은 우리 나름의 방법이기도 한 셈이다.

잡설이 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데스메탈 50선’이다. 물론 빛나는/빛나던 밴드들의 많은 앨범들이 있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는 Morbid Angel이나 Death 같은 거인들이 절반 이상을 꿰찰 게 뻔했다. 나름의 기획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던지라 억지스러운 감 없지 않지만 나름의 규칙을 두었다. 첫째, 한 밴드당 한 장의 앨범만을 올린다. 둘째, 데스냐 스래쉬냐, 그라인드냐, 블랙이냐 등 장르 자체가 모호한 밴드는 되도록 제외한다(그럼에도 데스래쉬 밴드들을, 완전히 제외하진 못했다). 셋째, 미남/미녀 멤버가 있는 밴드를 우대한다. 아쉽게도 세 번째 규칙은 단 한번도 적용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우리 나름의 고심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덧붙이고 싶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으니, 즐겁게 읽을지언정 좋거나, 싫거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요이, 땅.

 

리뷰어 명단

이경준(이명 편집장)

빅쟈니확 (이명 편집위원)

조일동(음악취향 Y 편집장)

정진영(이명 편집위원)

김성대(음악취향 Y &파라노이드 필자)

김인수(크라잉넛)

김봉환(벅스뮤직 컨텐츠팀)

이태훈(이명&벅스뮤직 필자)

임희윤(동아일보 음악기자)

 

 

#40. Arsis [A Celebration of Guilt]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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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의 데스메탈을 논할 때 이 앨범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미국의 테크니컬데스 폭격기 Arsis가 아니라면 아무나 이런 음악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Arsis의 멤버구성은 매우 특이하다. 초창기 멤버는 단 두 명이었으며, 결성 당시에는 버클리 음대에서 바이올린이나 더블베이스 같은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던 학도들이었다. James Malone(기타, 베이스, 보컬)와 Mike Van Dyne(드럼)은 2000년이 되던 해, 버지니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데스메탈 밴드 Arsis를 만들었다. 결성 이후 무려 4년이 지난 2004년에야 처음으로 발표한 데뷔작 [A Celebration of Guilt]는 그 동안 갈고 닦은 이들의 작곡 능력과 연주력이 폭발한 명작이다. 전체적으로 카랑카랑하고 날카로우면서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연주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음악적 형식은 언뜻 멜로딕데스에 가까우면서도 멜로디보다는 테크닉에 보다 집중하여 굉장히 타이트하다는 느낌을 준다. 상당수의 테크니컬데스가 속도감보다는 엇박이나 브레이크를 통해 변칙적 플레이를 즐기는 편이라면, Arsis는 데스메탈 특유의 속도감을 그대로 유지한 채 뒷목을 서늘케 하는 긴장감까지 유발한다는 점에서 헤비뮤직 팬들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파괴력’과 ‘지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앨범. (김봉환)

 

#39. Demilich [Nespith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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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을 두고 “독창적이다”라고 설명하는 것만큼 미련하고, 동어반복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그 형용사는 핀란드 데스메탈 밴드 Demilich의 유일작 [Nespithe]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 말은 결코 “프로그레시브”하다거나 “아방가르드”하다는 뉘앙스가 아니다. Demilich는 궤도의 이탈이나, 섣부른 장르 혼종화를 시도할 만큼 어리석은 밴드가 아니다. 물론, 연주는 꽤 테크니컬하다. Antti Boman과 Aki Hytonen이 연주하는 기타는 데스메탈의 전형적인 공식에서 벗어나 있으며, Ville Koistinen의 베이스는 거의 박자를 가지고 논다. 하지만 우리의 귀를 붙드는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그들이 주조해내는 사운드의 총체이다. 저 특유의 ‘습기 먹은 듯한 사운드’는 동시대 다른 어느 밴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 할 만하다. 선형적(linear)으로 펼쳐지는 곡이 없다. 예측 불허의 리프와 리듬이 넘실거린다. 이는 밴드가 컨벤션 내에서 장르를 떡 주무르듯 매만질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나 무엇보다 독창적이었던 건, Antti의 저 보컬 톤이었을 것이다. 주술처럼 저주처럼 밑바닥으로 하강하는 그의 초저음 보컬은 곡의 전개와는 무관하게(때로는 반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하는데, 이는 밴드의 음악을 더욱 ‘뒤틀린 것’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초보자용은 아니지만, 충분히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경준)

 

#38. Vader [De Profundis]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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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낳은 위대한 익스트림 밴드로 Behemoth, 그리고 Vader의 이름을 꼽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Behemoth가 블랙메탈과 데스메탈의 접점을 찾아내려 했다면(그리고 그 사운드의 극점을 제시하려 했다면), Vader는 데스메탈과 스래쉬메탈이라는 직물을 꽤 멋있게 누벼놓은 밴드라고 평가할 만하다(물론 현재의 Vader를 그렇게 규정하는 건 위험한 일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본 음반은 어느 순간부터 ‘티피컬’해진 스래쉬의 작법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극악의 스피드감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스래쉬가 극단화된 글자 그대로 ‘익스트림 메탈’의 기념비로 평가할 만한 작품이다.

특히 Piotr “Peter” Wiwczarek과 Jarosław “China” Łabieniec이 함께 내달리는 ‘Incarnation’은 음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거대한 톱니를 서로 연결하듯, 세밀하게 축조된 리프는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게 한다. Krzysztof “Doc” Raczkowski의 초인적인 더블베이스 드러밍과 만날 수 있는 ‘Sothis’는 음반의 다른 봉우리라 할 것이다. 이들은 그렇게 ‘Vader의 사운드’를 건설했다. 플로리다 데스, 스웨디시 데스와는 또 다른 쾌감을 전달하는 앨범이다. (이경준)

 

#37. Impetigo [Horror of the Zom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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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집을 하면서 고심했던 점들 중 하나는 Repulsion과 Terrorizer, Impetigo 같은 밴드들을 포함시키느냐는 것이었다. 그나마 [World Downfall]이야 거의 그라인드코어의 지표처럼 되어 버린 앨범이기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키로 하는 데 별 잡음이 없었다. 결국은 [Horrorfied]와 본작이 문제였는데, [Horrorfied]는 빠지고 본작만 남았다. 아무래도 [Horrorfied]가 고어그라인드의 발전된 시작점을 보여주는 앨범이라면 [Horror of the Zombies]는 그라인드의 전형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면서, 오히려 후대의 고어/호러 콘셉트의 데스메탈 밴드들을 예견하게 하는 앨범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말하자면, [Ultimo Mondo Cannibale] 이후 Impetigo가 데스메탈의 면모를 받아들여 만들어낸 앨범이 본작이다.

덕분에 그라인드코어의 영향이 강한 사운드임에도 사실 이 앨범은 생각보다는 빠른 앨범은 아니다. 오히려 리프들은 많은 경우 그루브가 더욱 강조되어 있고, 블래스트비트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Impetigo는 동시대의 데스 밴드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호러 콘셉트를 강하게 표방하고 나온 밴드인지라 이는 아주 명민한 선택이었다. 스피드를 너무 고집하지 않으면서 매우 거칠고 불길한 멜로디의 리프를 중심에 두고, 여기에 각종 호러 영화와 연쇄살인마들(Henry Lee Lucas 등)의 육성 샘플을 이용해 당시까지는 전례없을 정도의 ‘호러’ 앨범을 만들어 냈다. ‘Breakfast at the Manchester Morgue’ 같은 곡을 다른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빅쟈니확)

 

#36. Arch Enemy [Burning Brid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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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딕 데스메탈에서 멜로디가 메인 요리보다는 조미료에 가까웠던 시절, Arch Enemy는 그 조미료를 전면에 내세우는 혁신을 보여준 선구자였다. 그 중에서도 Arch Enemy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인 [Burning Bridges]은 이 같은 혁신을 완성시키며 멜로딕 데스메탈에 새로운 길을 열어젖힌 명반으로 꼽힌다(물론 여성 보컬리스트를 전면으로 내세운 파격 중의 파격은 그 이후의 일이지만).

이 같은 Arch Enemy의 음악적 특징은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편인 장르의 저변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The Immortal’으로 시작해 ‘Dead Inside’ ‘Pilgrim’ ‘Silverwing’으로 이어지는 이 앨범의 초반부는 장르의 저변 확대에 물꼬를 튼 4연타였다. 선명한 멜로디는 데스메탈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스타일인 Johan Lilva의 내지르는 보컬과 교차하며 더욱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앨범의 백미는 4연타의 마지막곡 ‘Silverwing’이다. 멜로딕 데스메탈에선 보기 드물게 가사까지 희망차고 밝은 은 이 곡은 장르 저변 확대의 일등공신이다. “A dream unchased is a life at waste/Never let them conquer your pride/Our love is warm here/Like the image of a distant sun/This star will always shine/And never, ever fade away(꿈을 좇지 않는 삶은 쓰레기야/결코 너의 자신감을 버리지마/우리의 사랑은 이곳에서 따뜻해/멀리 떨어진 태양의 그림처럼/이별은 언제나 빛을 발할 거야/그리고 절대 사라지지 않아)”. 몇 번을 다시 들어도 환희로 피가 끓어오르는 가사이다.

Arch Enemy의 이 앨범이 없었다면. 멜로딕 데스메탈 신의 크기(그렇다고 대단히 크다는 소리는 아니다)가 과연 지금과 같을 수 있었을까? Arch Enemy의 다소 기복이 큰 음악적 행보를 비판하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정진영)

 

#35. Gorguts [Obsc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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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guts의 3집인 [Obscura]는 사실 데스메탈 팬들보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이나 Mekong Delta 류의 팬들에게 더 지지받을 앨범일 것이다. 이전의 앨범들도 테크니컬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올드스쿨’ 데스메탈의 전형에 명확히 발을 딛고 있는 음악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Obscura]는, 분명히 데스메탈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데스메탈의 컨벤션을 의식적으로 배제하는 모습이 명백한 앨범이다. 앨범이 보여주는 모습은 데스메탈의 사운드를 빌려 극도로 복잡한 구성을 취하는 류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연주하는 것에 더 가까웠고(물론 그렇다고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일반적인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때로는 거의 [Bitches Brew] 같은 예를 연상할 정도의 아방가르드에 이른다. 리프들 각자는 모두 불협화음을 이루지만 정돈된 가운데 ‘혼돈’을 구현토록 의도된 위치들에 있다. 넘실대는 폴리리듬이 그 혼돈이 날뛰지 않게 붙잡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건 멤버들의 극도로 다듬어진 테크닉 덕분일 것이다. [Obscura]는 아마 데스메탈 앨범 중 가장 ‘추상적인’ 형태로 데스메탈을 구현한 앨범일 것이고, 지금의 많은 ‘chaotic’한 프로그레시브/테크니컬 메탈 밴드들의 초고난도 교과서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앨범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빅쟈니확)

 

#34. Vital Remains [Let Us 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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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l Remains는 꽤나 긴 활동경력에 비해서는 (지금은 또 나가긴 했다만)Glen Benton이 마이크를 잡던 시절의 활동으로만 많이 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아마도 [Dechristianize]가 Glen Benton이 참여한 첫 앨범인데다 국내에 처음으로 라이선스된 앨범이기도 하고, [Forever Underground]부터 보여준 명확하면서도 비장한 멜로디(특히 ‘I Am God’)와 드라마틱한 구성이 더욱 강조되어 나타났던 앨범이기 때문일 것이다.

데뷔작인 [Let Us Pray]는 이후의 그런 변화를 생각하면 조금은 의외일 정도로 ‘올드한’ 데스메탈의 전형에 가깝지만, 플로리다나 뉴욕의 데스메탈 밴드들과는 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 앨범이다. 밴드는 당대의 다른 밴드들(Incantation 정도는 제외)보다 스래쉬의 영향이 약하면서도 좀 더 먹먹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강조한 데스메탈을 연주하였고, 콘셉트에 있어서도 흔하던 ‘사타니즘’류보다는 좀 더 오컬티즘을 강조하여 나름의 개성을 확보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Tony Lazaro의 기타에서는 미국의 밴드에서게는 드물게도 Mercyful Fate나 Candlemass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다(특히 ‘Uncultivated Grave’나 ‘Frozen Terror’). 말하자면, [Let Us Pray]는 그 시절 미국과 유럽 스타일의 가교 격의 위치에 있던 데스메탈 앨범이었고, 동시대의 다른 데스메탈 앨범보다도 ‘불경스러운’ 분위기와 강력함을 동시에 살려낸 앨범이었다. 그 분위기에 비장함을 입혀낸 것이 현재의 Vital Remains의 모습이다. (빅쟈니확)

 

#33. Exhumed [Gore Me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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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고어그라인드(goregrind)의 효시라는 것이 있으랴마는 굳이 의사양반 메탈이라면 Carcass가 있을 것이다. Cannibal Corpse 같은 팀들이 열심히 썰고 갈고 하실 때 Exhumed는 98년 그들의 데뷔앨범을 발표했는데 [Gore Metal]이라 하겠다. 굉장한 자신감이다. 이렇게 전면에 ‘나는 사람가는 부쳐butcher요’ 라 하고 간다니, 덕분에 이쪽 씬에서 필청 음반이 됐다. 일단 쉬지 않고 몰아치는 반주에 하이톤과 로우톤의 보컬이 쉴 사이 없이 치고 빠졌다를 반복한다. 가히 Extreme Noize Terror에 비견될 법하다. 연주 중간 중간에 들리는 전동 공구소리들도 빠질 수 없다. 믹싱과 프로듀싱에 James Murphy.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앨범에서 왠지 선후배의 정이 엿보이는 훈훈한 순간이랄까. 검색해보니 녹음해 놓은 트랙을 James Murphy님께서 잃어버리셨다고 한다. 한창 편찮으셨을 때에 만든 음반이라고. James Murphy는 2001년 뇌종양을 선고받고 현제는 완치 상태라고 한다. (김인수)

 

#32. Nile [Black Seeds of Vengeance]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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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곡의 리프가 강한 훅을 갖기에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연주의 총합을 통해 그 밴드만의 특별한 톤과 곡 구조를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능력을 갖춘다는 건 보통의 재능이 아니다. 더군다나 리프의 구조, 리듬 형식, 보컬 스타일까지 곡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의 상당 부분이 장르 특유의 관습에 강하게 지배받는 데스메탈을 추구하면서 이런 경지에 이르기란 더욱 어려운 터다. Nile은 테크니컬 데스메탈을 내세운 수많은 밴드 중에서도 아주 예외적으로 탁월한 경지에 오른 밴드다. 메인 송라이터이자 리드 기타리스트인 Karl Sanders는 이집트 신화에 대한 지식과 중동 음악 특유의 음계를 7현 기타를 동원하여 Nile만의 아우라로 직조해 낸다. 데뷔작 [Amongst the Catacombs of Nephren-Ka](1998)에서 이미 자신만의 연주세계를 얼추 구축한 밴드가 지금까지 Sanders와 함께 팀의 핵심 멤버인 Dallas Toler-Wade(vocal, guitar, bass)를 받아들여 내놓은 두 번째 앨범 [Black Seeds of Vengeance]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밴드 음악세계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In Their Darkened Shrines](2002)이나 Dave Weckl을 4배 정도 빠르게 연주하는 듯한 George Kollias(drums)의 가입과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는 최강의 3인조 라인업을 확정지은 [Annihilation of the Wicked](2004)을 밴드 최고작으로 꼽는 이가 많다. 그 선택은 분명 옳다. 그러나 이 모든 명작의 토대는 결단코 본작에 담긴 곡 구성과 사운드 연출에 있다고 자신한다. Sanders가 소개하는 이집트 신화와 엮어진 곡들에 대한 기나긴 해설이라는 전통마저도 바로 여기서부터 기원한다. Nile의 원형이 시작된 기념비적인 작품. (조일동)

 

#31. Demigod [The Slumber of Sullen Eyes]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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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만이 좋은 음악을 낳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음악에 대한 확신이 전제되어 있을 경우, 그것은 의외의 결과물을 배태하기도 한다. 핀란드 출신 데스메탈 밴드 Demigod의 정규 데뷔작인 본 음반이야말로 바로 그러한 앨범이다. 대부분의 밴드들이 “개별 트랙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에 집착하고 있을 때, 밴드는 더 먼 곳을 바라보았고,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 곡들은 ‘음반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연결하는 성좌가 되었다. 개별 악기 파트는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한편, 철저하게 ‘밴드 사운드’를 떠받치는 디딤돌로 기능한다. 어느 순간, 파워나 스피드에 탐닉해 잃어버리고 있었던 ‘정서’가 고개를 든다.

언급한 사항들은 ‘Tears of God’, ‘Embrace The Darkness / Blood Of The Perished’ 등으로부터 잘 확인된다. 밴드는 이런 조각들을 모아 ‘브루탈함’이나 ‘프로그레시브함’과는 또 다른 무드를 일궈내는 데 성공한다. 폭발적인 연주의 향연보다 이렇게 ‘분위기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스메탈 앨범은 흔하지 않다. 돌이켜보건대, 그러한 밴드가 없었던 건 아니다. 허나 1992년이라는 발매시기를 고려에 넣는다면, 충분히 어떤 이정표 역할을 했던 음반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인도네시아 출신 동명 밴드가 있으니 유의할 것. (이경준)

 

 

About 이명 박 (104 Articles)
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2 Comments on Death Metal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데스메탈 50선 (40위~31위)

  1. 아치 에너미^^ 실버윙^^

    • 3번 ‘필그림’도 좋았죠..
      데스 메탈같지 않은 셔플 리듬까지 나오고..
      ‘필그림 맨!’

      ‘실버윙’간주의 기타솔로는..
      잘 뽑은 면발 후루룩 빨려들어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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