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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Metal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데스메탈 50선 (50위~4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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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 작년에 스래쉬메탈 특집과 헤어메탈 특집을 진행했다. 누가 얘기해 주는 건 아니지만 샤방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가 눈에까지 선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추운 날 모처에서 입천장이 후끈해지도록 잔을 기울이면서 대책회의가 진행되었고, 향후로는 뭔가 사랑받을 법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첫인상)의 특집을 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 헤어메탈 특집의 “…and more” 글에는 덕분에 “이 꼭지를 끝으로 당분간 메탈 특집은 쉰다.”는 선언이 들어갔다. 그런 면에서 새해에 진행하는 첫 특집부터 데스메탈 특집이라니 어이구야. 이미 달아나서 여성 팬들 달아나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도 않는다(그러니까 브릿팝 하자니까). 조회수가 웹진의 덕목이라 한다면 이 특집에 옳다구나 했던 필자들은 경질감이다(꼭 빅XX확씨 얘기는 아님).

하지만, “그냥 우리가 재미있으면 됩니다”라던 필진들이 아니던가? 어쨌거나 이 데스메탈 특집은 정말 ‘그냥’ 우리가 재미있었고 하고 싶은 특집이었다. 스래쉬메탈 특집을 하면서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따지고 보면 특집을 굴리던 모두들 지금은 설사 스래쉬, 또는 데스메탈을 듣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악편력의 한 페이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켠에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는 있었다. 그러니까 이젠 각자의 가정(이 있다면 말이다)에서 데스메탈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시원시원하게 등짝을 얻어맞을 나이가 되었지만, 어쨌든 그 자리를 메꾸긴 해야 하지 않겠나. 거기다 어떤 면에서는 더없이 적기이기도 했다. 뻔뻔함이 일반적인 현상이 된 세상에서 뻔뻔함에 쌓인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이번 특집은 우리 나름의 방법이기도 한 셈이다.

잡설이 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데스메탈 50선’이다. 물론 빛나는/빛나던 밴드들의 많은 앨범들이 있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는 Morbid Angel이나 Death 같은 거인들이 절반 이상을 꿰찰 게 뻔했다. 나름의 기획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던지라 억지스러운 감 없지 않지만 나름의 규칙을 두었다. 첫째, 한 밴드당 한 장의 앨범만을 올린다. 둘째, 데스냐 스래쉬냐, 그라인드냐, 블랙이냐 등 장르 자체가 모호한 밴드는 되도록 제외한다(그럼에도 데스래쉬 밴드들을, 완전히 제외하진 못했다). 셋째, 미남/미녀 멤버가 있는 밴드를 우대한다. 아쉽게도 세 번째 규칙은 단 한번도 적용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우리 나름의 고심이 들어갔다는 얘기를 덧붙이고 싶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으니, 즐겁게 읽을지언정 좋거나, 싫거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요이, 땅.

 

리뷰어 명단

이경준(이명 편집장)

빅쟈니확 (이명 편집위원)

조일동(음악취향 Y 편집장)

정진영(이명 편집위원)

김성대(음악취향 Y &파라노이드 필자)

김인수(크라잉넛)

김봉환(벅스뮤직 컨텐츠팀)

이태훈(이명&벅스뮤직 필자)

임희윤(동아일보 음악기자)

 

 

#50. Macabre [Dahm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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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스트에 올라온 밴드들 중 가장 의외스러울 법한 밴드는 아마 Macabre일 것이다(하긴 그러니 50위에 올라오긴 했겠지만). 조금 민망스럽기도 한데, 위의 발문을 보면 두 번째 규칙으로 장르 자체가 모호한 밴드는 되도록 제외하기로 했건만, 첫 밴드인 Macabre부터 사실 그라인드코어, 데스메탈, 스래쉬메탈(에다 가끔은 둠 메탈까지) 등이 혼재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그나마 이 밴드의 음악이 장르 자체가 모호하다기보다는, 컨벤션 자체는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앨범에서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골고루 보여주는 방식으로 활동해 왔으니 얘기가 좀 다른 경우, 라는 정도로 변명을 덧붙인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일단 이 밴드가 1984년에 결성된 밴드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연쇄살인마에 대한 콘셉트로 ‘썰’을 푸는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모두 ‘콘셉트 앨범’이라는 얘기는 아님). 이 앨범도 마찬가지인데, Jeffrey Dahmer의 유년기부터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짙게 섞어서 풀어나가고 있는지라(특히나 ‘In the Army Now’나 ‘McDahmers’) 데스메탈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와는 달리 느껴지는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Dennis the Menace의 드럼에 실린 Corporate Death의 스래쉬 리프가 탁월한 데스메탈로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이 앨범이, 말하자면 프로토-데스에서 데스메탈의 발전된 형태까지 모두 매끄럽게 담아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최고의 연주력으로. 하는 얘기가 웃기다고 해서 우스운 양반들이 아니다. (빅쟈니확)

 

#49. The Chasm [Deathcult for Eternity: The Triumph]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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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가장 덜 알려진 데스메탈 클래식이다. 동시에 가장 어둡고, 불길하며, 진중한 테마를 담은 데스메탈 음반이기도 하다. 뭐, 생각보다 광활한 ‘데스메탈 월드’에 그런 작품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나온 1998년이 이미 ‘올드 스쿨 데스’가 종막을 고한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괴팍할 정도로 ‘인텔리겐챠’의 냄새를 풍기는 작품이 이채롭고 독특한 것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집 [Procreation of the Inner Temple]과 후속작 [From the Lost Years…]에서 특유의 둠데스를 선보이며 ‘컬트 팬’들을 수급한 바 있는 이 멕시코의 불한당들은 본 음반인 3집을 통해, 좀더 ‘데스’에 가까운 사운드로 전환을 선언한다. 그 결과는 더 단단한 리프, 더 극적인 구성, 더 균질한 곡의 퀄리티로 빛났다.

황량한 폐허의 형상을 데스메탈의 형식을 빌려 토해내는 듯한 오프닝 트랙 ‘Revenge Rises / Drowned in the Mournful Blood’, 서서히 감정의 수위를 높여가는 점층적인 전개로 파고를 불러오는 ‘Channeling the Bleeding over the Dream’s Remains’, 데스메탈에서 느끼기 힘든 “비애감”마저 자아내는 7분짜리 대곡 ‘In Superior Torment…’ 등 명연들로 가득하다. “데스메탈, 그까짓 거 대충 꿀꿀거리고 빡세게 연주하면 되는 거지”라 생각하는 분들에게 먼저 들려주고 싶다. (이경준)

 

#48. Merciless [The Awakening]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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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의 지적처럼 [The Awakening]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데스래쉬(deathrash) 음반 중 하나일 것이다. 데스메탈이 진화해온 과정을 생각할 때, 밴드가 스래쉬 물을 담뿍 먹고 있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들은 초창기에 Bathory, Sodom, Kreator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1990년 공개된 본 음반은 두 장의 데모를 선보인 밴드가 극렬한 스피드감과 예리한 리프를 완성형의 상태로 세공해낸 작품이다. 본 작품이 Euronymous의 레이블 Deathlike Silence Productions에서 공개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깊은데, 그래서 그런지 음반에는 데스와 스래쉬의 기운은 물론이고 약간의 블랙메탈의 무드도 존재한다.

직선적이고 호방한 리듬과 앙칼진 스크리밍, 분노에 찬 질주가 전편을 관통한다. ‘Pure Hate’, ‘Souls of the Dead’, ‘The Awakening’ 등 수록곡들은 그 좋은 예증이다. 이렇게 짜릿한 27분이 또 있을까? 하드코어 펑크 밴드의 음반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간결하고 압축적인 수록곡들은 장르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리뷰를 위해 다시 들어보니, 이제는 낡고 오래되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올드 스쿨’의 매력이 아닐지. (이경준)

 

#47. Necrophagia [Ready for Death]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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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아마도 Phillip Anselmo와 Viking Crown을 굴리던 Killjoy의 밴드로 많이 알려져 있겠지만, Necrophagia는 무려 1983년에 결성된, 감히 ‘최초’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데스메탈 밴드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1990년에 나온 밴드의 2집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1986년에 데뷔작으로 녹음되었던 앨범인 만큼 ‘진짜’ Necrophagia의 첫 앨범은 이 앨범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게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앨범이 오히려 [Season of the Dead]보다 스래쉬의 색채가 약하고 좀 더 이후의 데스메탈을 예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 꽤나 이색적이다. 아니, Necrophagia 이후에도 계속해서 많은 데스메탈 밴드들이 나왔지만 이들만큼 거칠고 원초적인 형태의 데스메탈을 연주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Black Apparition’이나 ‘Blood Thirst’를 잠시 살펴보자. Slayer(를 폄하할 생각은 코딱지만큼도 없지만)의 [Reign in Blood] 같은 앨범에서도 이 정도의 광기를 찾아볼 수는 없다. 많은 괴수들이 데스메탈의 교과서들을 만들었지만, 누구도 Necrophagia를 능가하지 못했던 그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빅쟈니확)

 

#46. Pungent Stench [Been Caught Buttering]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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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본격적인 데스메탈이라고 하기엔 톤도 가볍고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음질도 블랙메탈같은 어떻게 보면 펑크 같은, “이거다!”라고 시원하게 말하기 애매한 사운드다. Coroner나 Celtic Frost적인 느낌도 있다. 오스트리아 밴드다. 당연한 일이겠지…. 일단 앨범 제목부터 Jane’s Addiction의 ‘Been Caught Steeling’과 유사하다. Buttering 이란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앨범 커버로 쓰인 Joel-Peter Witkin의 작품을 보면 대충 아! 알만하다.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가사들은 둘째 치고 이들이 음악 전면에 내세운 것은 유머나 개그코드가 아닐까 싶은데 물론 그것은 다분히 악취미적이다. 뒤틀렸다. 노래 제목도 ‘Happy Re-Birthday’, ‘Splatterday Night Fever’ 등 어디선가 들어본…. ‘Games Of Humiliation’에선 난데없는 클래식기타 솔로여 왜! 처음 음반을 들었을 때 생각난 노래가 Queen의 ‘Death on Two Legs’였는데 (왜 Queen팬들에겐 죄송할까…) 갑자기 튀어나오는 효과음이나 오페라적인 코러스 라인이 이 음반에선 철물점이나 정육점 혹은 병원(?)에서 들리는 효과음으로 대체된다. 그 감성은 다분히 발작적이다. 이런 개그코드는 ‘개그만화 보기 좋은날’의 실사버전 같은 것이랄까… (김인수)

 

#45. Cancer [Death Shall Rise]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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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cer는 Sepultura, Pestilence, Sadus 등과 함께 Thrash와 Death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 중요한 영국 밴드다. 데뷔작 [To the Gory End](1990)는 장르의 패러다임 이행기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플로리다의 Tampa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데뷔작의 믹싱 상태에 만족한 밴드는 아예 미국에서 차기작 작업을 결정한다. 그렇게 Scott Burns와 재회한 John Walker(vocals, guitar), Ian Buchanan(bass), Carl Stokes(drums)의 오리지널 라인업(2013년 재결성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은 리허설 도중 Obituary의 [Cause of Death] 녹음 후 탈퇴한 James Murphy를 만나 레코딩 세션으로 섭외한다. Cancer가 추구해 온 쓰래쉬 메탈 특유의 골격 위에 지독하게 보강된 트윈 페달 드럼과 E코드 리프의 홍수 속에서 James Murphy의 명쾌하고 날카로운 기타 솔로가 더해진 것은 말 그대로 화룡정점이었다. 이미 곡의 짜임새가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전체 연주에서 기타 솔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닥 크지 않다. 그러나 그의 기타 솔로는 몰아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밴드 사운드 한복판에 태풍의 눈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면 격한 다운피킹 리프와 킥 드럼 연주 사이로 레가토 주법과 와와 페달을 이용해 서스테인을 늘리는 기타 솔로를 박아 넣는 식이다. 이질적인 듯 들리는 기타 솔로가 오히려 밴드 사운드의 피로도를 낮추는 동시에 곡의 진행상의 긴장감을 높이는 지능적인 연출이다. 데뷔작에 John Trady(Obituary)의 백업 보컬을 주선했던 Scott Burns는 Glenn Benton(Deicide)을 앨범의 첫 곡 “Hung, Drawn and Quartered”의 녹음에 초대해 격렬함의 농도를 한 층 강화시킨다. 데스메탈 역사의 첫 페이지를 기술한다면 반드시 거론되어야만 하는 작품이다. (조일동)

 

#44. Deeds of Flesh [Trading Piece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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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ds of Flesh는 테크니컬 브루털데스를 얘기한다면 가장 먼저 얘기해야 할 밴드들 중 하나이지만(게다가 Unique Leader의 수장이기까지 한 밴드이지만), 동시대의 다른 최고의 밴드들에 비교한다면 뭔가 시야에서는 한 발자국 물러나 있는 느낌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Mark of the Legion]부터는 이전만은 평가가 못한 감이 있는 것도 영향이 있지 싶다. 그렇지만 밴드는 여전히 테크니컬하면서도 비교적 ‘절제된’ 스타일의 브루털데스를 연주하고 있고, 본인들이 정립했던 스타일에서 한 번도 크게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Crown of Souls]를 예외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흥미로운 것은 밴드의 이런 ‘정립된’ 스타일은 이미 ([Gradually Melted] EP를 제외하면)첫 정규반인 [Trading Pieces]에서 이미 완성에 가까웠고, 이들의 ‘테크니컬함’은 어디까지나 브루털데스의 범위에서 표현되었지 장르의 외연을 넘어서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엄청나게 복잡한 변화를 보여주지만 이들의 음악은 ‘기본’에 매우 충실했고, 끝까지 타이트한 구성과 에너지를 놓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Deeds of Flesh’는 가장 정통적인 방식으로 브루털데스의 궁극에 근접했던 곡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장르를 정의했던 앨범들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빅쟈니확)

 

#43. Uncanny [Splenium for Nyktophobia]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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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디시 올드 스쿨 데스를 논하면서 Uncanny의 존재를 간과하긴 어렵다. 하지만 Entombed를 비롯한 동료들에 비해서 확실히 덜 거론되고, 덜 주목받았다는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1994년 공개된 밴드의 유일한 스튜디오 정규작 [Splenium for Nyktophobia]를 우격다짐으로 리스트에 집어넣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그 조화와 밸런스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치밀하게 쓰인 대본처럼, 드럼/베이스/기타/보컬의 합은 곡의 색채를 가장 적절한 지점에서 표현한다. 최근에 등장한 밴드들처럼 현란한 테크닉으로 무장한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것만이 데스메탈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수록된 13곡이 마치 하나의 악곡인 것처럼, “어떤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흘러간다. 끝까지 듣게 한다.

직접, 확인해 보면 알 것이다. 다양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그 밑을 관류하는 흐름이 있다. ‘Brain Access’는 광폭하게 밀어붙이고, ‘Timeless’는 반복되는 리프로 조여주며, ‘The Final Conflict (The Pornoflute Pt. II)’는 속도감을 부여한다. 음반은 공존이 어려울 것 같은 그 모든 요소들을 한 몸에 품는다. Jens Törnroos의 놀라운 보컬도 보컬이지만, 곡들이 만들어내는 저 그루브는 소위 ‘그루브메탈’이 주는 타격감과는 다른 차원에서 청각에 밀어닥친다. (이경준)

 

#42. Ripping Corpse [Dreaming with the Dead]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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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ping Corpse는 1992년의 [Industry] EP를 제외하고는 정규작으로는 이 앨범만을 발표했다. 물론 클래식이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지만, 아무래도 데스메탈의 ‘전형’보다는 스래쉬의 색깔이 훨씬 짙은 편이다. 꽤 유니크한 데스래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스래쉬와 데스의 경계는 꽤 모호한 편이고, Ripping Corpse는 스래쉬 리프를 스래쉬란 말을 붙이기 망설여질 정도로 극단화한 음악을 연주했으니(Infernal Majesty의 [None Shall Defy]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데스메탈이라 하기에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Erik Rutan과 Shaune Kelley의 기타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스피디하면서도 확실히 ‘불길한’ 기운의 리프들을 연주했고, Scott Ruth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앨범에서 Scott의 보컬은 John Tardy에 비견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앨범이 보여주는 미묘한 ‘둠적인’ 면모와(특히 ‘Dreaming with the Dead’와 ‘Rift of Hate’), 군데군데 명민하게 컨벤션을 뒤트는 구성은 이 그리 프로그레시브하지 않은 앨범의 전개를 예상하기 어렵게 한다. Erik Rutan과 Shaune Kelley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후 Morbid Angel과 Hate Eternal에서 계속해서 뛰어난 곡들을 연주했지만, 이 앨범에서의 성취의 수준에 다시 이르지는 못했다. (빅쟈니확)

 

#41. Dying Fetus [Destroying the Opposition]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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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래쉬메탈이 더욱 극단적으로 발전한 장르인 데스메탈은 그 안에서도 수많은 하위장르를 양산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미국 메릴랜드 출신으로 1991년에 결성된 Dying Fetus는 그러한 데스메탈의 진보적인 흐름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야 할 밴드다. 그로울링과 피그스퀼, 묵직한 스크리밍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John Gallagher의 보컬을 필두로, 브루탈 데스메탈과 테크니컬 데스메탈, 그라인드코어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스타일을 지향한 이들의 음악은 (플로리다 데스메탈 씬이 이룬 초석에서 한 단계 진화한) 2세대 미국 데스메탈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루브와 테크닉의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보여준 결과물이라 할 3집 [Destroy the Opposition]은 밴드에게 슬램 데스메탈의 창시자라는 명예로운 훈장을 달게 해주었으며, 나아가 2000년대 데스메탈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하게 되는 데스코어 장르의 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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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3 Comments on Death Metal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데스메탈 50선 (50위~41위)

  1. 여기 아직 안 달아난 여성팬 있습니다! ㅋㅋㅋ

  2. 기왕 이렇게 된 거 다음에는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블랙메탈 50선’을 해주세요 ㅎㅎ

  3. 데스메탈 팬으로서 앞으로 순위에 공개될 작품들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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