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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röyer 666: Wildfire

The Wolfpack is Back

Megadeth의 [Dystopia]에 비할 바야 물론 아니었지만 Deströyer 666의 [Wildfire]는 금년에 가장 기대를 받아 온 스래쉬메탈 신보 중 하나였다. 물론 이게 블랙스래쉬지 어떻게 스래쉬메탈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Sepultura와 Sarcófago의 초기작도 스래쉬메탈이라 부르지 않냐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도록 하자. 그렇지만 그런 기대들 외에, 밴드의 새 앨범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 Deströyer 666는 원래 다작보다는 과작에 가까운 밴드이긴 했지만, 바로 전의 앨범이었던 [Defiance]가 나온 지도 7년이 지난지라 시간의 경과에 관한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앨범은 밴드의 트윈 기타의 중핵이었던 Shrapnel이 밴드를 떠난 뒤의 첫 앨범이니, 밴드 특유의 공격성에 대한 의문도 있을 것이다(물론 이 밴드는 어쨌든 K.K. Warslut의 밴드이지만). 하필이면 레이블도 Season of Mist가 된지라, Morbid Angel의 [Illud Divinum Insanus]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Wildfire]는 그런 우려들이 정말 기우일 뿐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이다. 새로운 기타리스트인 R.C.는 이미 Cruciamentum과 Grave Miasma에서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었던 인물이고, 다만 어쨌든 데스메탈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는 사운드를 연주하는 Deströyer 666에 어울릴 것인가가 문제였는데, 앨범을 시작하는 ‘Traitor’부터 거의 Judas Priest를 연상케 하는(물론, 데스메탈의 색채도 없지는 않다) 리프를 들려주면서 밴드의 퍼즐이 꽤 잘 맞추어졌음을 보여준다. 이후로도 밴드는 앨범 전체에서 그런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그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매끈한’ 편이다. 이 앨범이 블랙스래쉬 앨범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런 느낌은 조금은 이색적인데, 전작들보다 좀 더 정통 헤비메탈을 의식한 듯한 곡들의 모습도 아마 도움이 됐을 것이다. ‘Artigilo del Diavolo’ 같은 인스트루멘탈은 확실히 블랙스래쉬 밴드보다는, Iron Maiden의 적자를 자처하는 밴드들에게 더 어울릴 만한 곡이다.

그렇다고 밴드의 스타일이 변했다는 것은 아니다. Deströyer 666의 음악에는 항상 어느 정도는 정통 헤비메탈의 면모가 있었고, [Defiance]가 Deströyer 666의 앨범들 중 좀 더 멜로딕한 편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런 모습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귀결에 가깝다. 잠시 숨을 돌리는 ‘Hounds at ya Back’조차 생각해 보면 [Terror Abraxas] EP에서 이미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Trialed by Fire’). ‘Hymn to Dionysus’나 ‘Die Your Fucking Pig’의 명백히 ‘블랙’한 사운드는 이 밴드가 블랙스래쉬 밴드였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다만, 앨범을 마무리하는 ‘Tamam Shud’만큼은 밴드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일견 제시하는 모습을 포함하고 있다. 전작들보다 확실히 부각된 K.K. Warslut의 클린 보컬은 Lemmy와 Quarthon을 동시에 연상케 하면서 서사성을 강조한 곡의 초중반을 이끌어 나가지만, 마무리의 프로그레시브하기까지 한 모습은 Deströyer 666에게서 볼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기타 리프에 어쿠스틱 연주를 병치시키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지만, 솔직히 [Ravage & Conquer]에서 시원시원함을 잃어버렸던 Impiety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다음 앨범에 대한 우려가 살짝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 아래 광란의 술판을 벌였다가, 한동안 분위기를 불태우고 문득 스스로가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하고 파장을 제안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그렇지만 그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하면서 이제는 술판을 끝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마저 아직은 충분히 ‘솔깃하게’ 다가온다. Laurent Teubl과 K.K. Warslut, R.C.의 마지막 솔로잉은 그 술판을 멋지게 끝내는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도 간만이라 기복은 조금 있기는 했지만 아주 멋진 술판이었어, 하는 셈이다. 물론 가장 미소짓는 건 (팬들을 뺀다면)술판의 스폰서였던 Season of Mist일 것이다. Morbid Angel이라는 어르신을 힘들게 모셨다가 피본 게 얼마 안 된지라 보는 나마저도 걱정이 됐었는데, 괜스레 더 기분이 좋다.
 
4.0 Stars (4.0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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