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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is Norton: Erosraptus

생각보다 참하게 생기셨던 분의 제 정신은 아니었을 것 같은 시절


비교적 어릴 때였지만 Jacula의 앨범들(이라고해봐야 몇 장 안 되지만)을 나름 많은 이들이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이 밴드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맡고 있는 여성이 중심에 있으면서 흑마술적인 음악을 한다더라 식의 얘기들이 나돌았다. 물론 뒤에 이 밴드를 주도한 양반은 Antonio Bartoccetti라는 남자분임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음악을 들었을 때 홍일점인 Fiamma Dello Spirito의 비중은 확실히 큰 편이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보컬은 물론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통한 인상적인 사운드(아무래도 파이프오르간이 중심에서 자리잡고 있던 [Tardo Pede in Magiam Versus]보다는 [Anno Demoni]가 더 그렇다)를 구축함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괴상한 예명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사이비 교주 소리까지 나왔을 것이다.

몇 년 더 지나서 Fiamma Dello Spirito의 본명이 Doris Norton이라는 멀쩡한 이름이었으며 Antonio의 배우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본인도 Jacula를 떠나서까지 사이비교주 오해까지 듣는 이름을 쓰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Doris는 Jacula 이후 이름을 걸고 Jacula(와 Antonious Rex)와는 다른 스타일로 실험적인 음악을 연주했고, 본업이 키보디스트였던지라 키보드-신서사이저를 중심에 두면서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내놓았다. 덕분에 Apple(故 Steve Jobs가 있었던 그 회사 맞음)의 스폰서까지 받을 수 있었는지도. 그녀가 80년대 초반에 발표했던 일련의 앨범들은 그런 경향과 신스 팝의 분위기를 함께 담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실 그렇게 대중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지금 들으면 싸구려 전자오락 효과음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당대로서는 이런 것도 미래를 예견한 음악이었을 것이다. 은근히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도 있는지라 흥미롭다. 참고로, 기타 연주와 곡 중후반의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목소리는 물론 Antonio의 몫이다. 1981년작 [Raptus]의 수록곡.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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