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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Dre: Compton

새로운 막을 준비하는 대단원

공수표의 남발로 지친 팬들을 벌떡 일어나게 한다. 그토록 말이 많던 [Detox]는 아니지만 Dr. Dre가 마침내 신보를 들고 나왔다. 지난 8월 중순 미국에서 개봉한 N.W.A의 전기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Straight Outta Compton)’에 고무돼 만든 [Compton]이 이제 팬들의 귓가로 전해진다.

앨범은 화려한 참여 명단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했다. Snoop Dogg, Eminem 등 닥터 드레와 예전부터 협업해 왔던 슈퍼스타들을 비롯해 21세기 힙합의 중추인 Kendrick Lamar, 믹스테이프를 꾸준히 발표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는 Jon Connor, 남아프리카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Candice Pillay 등 걸출한 젊은 아티스트들이 참석해 앨범을 튼실하게 꾸민다. 여기에 소울 가수 Jill Scott, Marsha Ambrosius의 보컬은 유연함과 온화함을 보충해 준다. 긴 기다림을 해소하는 막강 라인업의 컴필레이션이다.

1970년대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 느낌으로 컴튼을 소개하는 인트로가 웅장함을 연출하면 신인 래퍼 King Mez와 Justus가 ‘Talk About It’에서 에너지 충만한 래핑을 쏟아 낸다. 이어 비트박싱과 아카펠라 편곡이 반전의 묘미를 전하는 ‘Genocide’, BJ the Chicago Kid와 Justus의 후렴이 블루지한 맛을 배가한 ‘It’s All on Me’, 후반부 투박한 사운드로의 변주가 N.W.A 음악을 연상시키는 ‘Loose Cannons’ 등 귀를 즐겁게 하는 트랙이 즐비하다. Snoop Dogg와 Jon Connor가 밀어붙이다시피 래핑을 내뱉어 긴장감을 연출하는 ‘One Shot One Kill’, 박력과 탄력을 겸비한 Eminem의 래핑이 곡의 입체감을 높이는 ‘Medicine Man’, 부드러운 분위기와 스네어를 부각한 비트가 잘 어우러진 ‘For the Love of Money’도 인상적이다. Dr. Dre와 게스트들의 화합은 무척 만족스럽다.

Dr. Dre는 음악감독이자 주연으로서 중심과 방향을 지키며 자기 역할을 멋지게 수행한다. 근래 힙합의 트렌드인 트랩, 미니멀한 구성의 반주를 어느 정도 소화하지만 그것들에 경도되지는 않는다. 소울과 펑크(funk) 샘플을 기초로 곡을 만들면서도 옹골차게 곡을 완성한다. 현대의 흐름을 따를 줄 알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 프로듀서임을 [Compton]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Dr. Dre는 래퍼로서는 특기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그 옛날 ‘Nuthin’ but a ‘G’ Thang’에서의 느긋한 래핑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순발력과 활동력을 표한다. 톤과 플로를 새롭게 바꿔 거센 캐릭터를 만든 ‘Genocide’, Bone Thugs-n-Harmony처럼 다이내믹한 래핑을 펼치는 ‘For the Love of Money’가 대표적이다. Dr. Dre는 주인공으로서 확실히 돋보인다.

훌륭한 프로듀싱과 래핑, 객원 뮤지션들과 빚은 충실한 상승효과 등 요소, 요소가 튼튼하고 화려하다. 특히 영화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준(準) 사운드트랙답게 ‘Deep Water’, ‘Medicine Man’ 등 특정 상황과 장면을 나타내는 연출이 깔린 것도 재미있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Compton]이 Dr. Dre의 솔로 활동에 종착지가 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설화처럼 전해 내려온 [Detox]의 루머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지만 16년 만에 낸 앨범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반가움 뒤에는 어쩔 수 없이 야속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끝은 항상 또 다른 시작을 품는 것이 진리. 근사한 면모를 뽐내는 [Compton]을 통해 앞으로 계속될 Dr. Dre의 찬란한 활약을 낙관한다.

3.5 Stars (3.5 / 5)

 

About 한동윤 (27 Articles)
음악 듣고 글 쓰는 게 고역이라고 툴툴거리지만 하루 대부분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라면을 먹을 때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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