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Dream Theater: The Astonishing

이것은 차라리 한 편의 연극

 

이것은 프로그레시브 음반이다. 메탈 음반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Dream Theater의 음반이기도 하다. 내용물은 가히 ‘역작’이라 부를 만하다. 솔직히 아주 큰 기대는 안했다. 주지하다시피, 인간이 일생동안 품을 수 있는 창의력이란 아주 제한된 것이기 때문이다(저 David Bowie는 예외다). 그간 Dream Theater가 이미 자신들의 커리어에 놓인 ‘창작의 단지’에서 상당수를 끌어 썼다고 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물론 먼저 있는 것은 업적이다. [Images and Words]는 존경하는 선배 Pink Floyd나 Yes에 대한 전면 도전장이었고, [Awake]는 프로그레시브메탈의 미학을 한 차원 끌어올린 보증물이었다. [Metropolis Pt. 2: Scenes from a Memory]는 어떠한가? 그것은 격동의 세기말, 세상에 남겨진 마지막 아트 스쿨의 존재증명과도 같았다. 그렇게 그들은 신화가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아티스트가 그러했듯, 이후의 창작여정엔 부침이 뒤따랐다. 창의력 고갈과 피로감, 동어반복이 뒤섞인 결과물과 마주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그 예증이었던 최근작 [Dream Theater]는 평작 혹은 범작으로 기록되었다. 어쩌면 DT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통산 13집이자 새 스튜디오 음반 [The Astonishing]을 듣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주변을 보니 “경악한”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 듯하다. 해외 평단은 그야말로 “왕의 귀환”을 맞는 분위기다. 리뷰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형용사는 “시네마틱(cinematic)”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구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야 그럴 만하다. 2장의 CD. 2시간 10분을 훌쩍 넘는 길이. 34개의 트랙. 제정신으로는 만들기 힘든 블록버스터다. 이 말도 안 되는 볼륨에 밴드는 마치 중세의 무훈시에서나 볼 듯한 대결 콘셉트를 짜 넣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지배세력과 그에 맞서는 저항세력 간의 갈등, 그를 통해 돌아본 기술문명사회의 포스트-아포칼립스. 이 엄청난 주제를 밴드는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내달린다. Godspeed You! Black Emperor가 Rush의 육체를 빌어 악상을 토해내는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두 번 정주행했다. 짜인 플롯은 이내 변칙으로 무너지고, 변칙은 다시 서정성에 자리를 내준다. ‘테크놀로지’과 ‘아트’의 완벽한 결합이다. 압도적이다.

분명 뭔가가 있었다. 이곳에서 멤버들은 프로그레시브의 새로운 막을 열고 있다. 멤버들은 각자 하나의 역할(role)을 맡아, 이 거대한 연극을 움직인다. 보컬 James LaBrie.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하다. Emperor Nafaryus에서 Arhys of the Ravenskill Rebel Militia까지 총 8명의 캐릭터가 되어 열연을 펼치는 그의 보컬은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다. 그리고 전곡을 작곡한 John Petrucci. 그는 SF, 전원주의, 디스토피아, 구원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음’과 이상적으로 매치되는 지점에서 대응시켰다. 묵묵히 라인 하나를 거드는 John Myung의 베이스와, 이제 밴드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Mike Mangini의 드럼은 명불허전의 경지를 선사하고, 그간 약간은 겉도는 맛이 있었던 Jordan Rudess는 완연한 밴드의 주축이 되었다. 13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그 표현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가 되었고, 그 장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는 이 장엄한 연극은 꿈틀거리는 비의를 뿜어낸다. Dream Theatre는 음반을 통해 대선배 Genesis가 시금석을 놓았던 ‘락 떼아뜨레(Rock Theatre)’의 지평을 되살렸고, 그 품을 더 확장해놓았다. 당분간 누가 또 이런 서사에 도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고로 [The Astonishing]은 철저하게 ‘하나의 음반’으로 평가받아야 할 작품이다. 허나 ‘The Answer’나 ‘A Savior in the Square’ 같은 곡들이 뿜어내는 ‘싱글의 향기’ 또한 만만치 않다. ‘탐미’란 어휘가 그 언젠가부터 ‘고풍스러운 꼰대들의 잡설’로 취급받아오던 이 시대에, 그들은 무에서 유를 끄집어내는 연금술을 발휘했다. 상당수 명작의 운명이 그러했듯, 모든 말들은 동어반복의 우를 범하게 되었다. 영롱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프로그레시브 음반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장르 음악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풀렝스가 그 생을 다했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치 못하게 피어오른 혁명의 기운이며, 반역의 목소리다. 이 자리에서 참 여러 밴드 언급을 꺼냈다. 하지만 결국 이것은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Dream Theater 만의 문체가 되었다. 음악이 되었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말이 아직 유효한 한, 이것은 빼어난 예술로서 기록되고 회고될 것이다.

4 Stars (4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1 Comment on Dream Theater: The Astonishing

  1. 아직도 보여줄게 남아있다는게 대단하네요.
    어서 빨리 감상해보고 싶습니다.
    올려주신곡만 들었는데도 연주가 어마어마하네요.
    역시 이런 밴드들이 잘해주면 팬들은 신이 나죠~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