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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D: Eclipse

신사동 호랭이 아직 안 죽었다.

‘How Why’는 재밌는 곡이다. 바닷소리의 도입부, 멤버 정화가 추임새를 넣는 “How Why”의 음색 색깔, 후렴의 전자 건반 소리는 분명 여름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막상 가사는 헤어지고 싶어 죽겠다는 연인의 얘기다. 한여름에 꼭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듀스)나 또는 “와! 여름이다!”(쿨)와 같은 식상한 이야기 말고도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캐치한다.

이러한 반전 재미 속에서 편곡도 질척거리지 않는다. 중독성 높은 후렴을 갖추고도 남발하지 않고, 후반에 동원되는 현악은 이 가벼운 주제에 힘도 실어준다.

타이틀곡 ‘낮보다는 밤’은 EXID가 ‘위아래’로 대박을 터트린 후 나왔어야 할만한 싱글이다. 섹스 콘셉트를 노렸던 팀의 컬러를 분명하게 잡아주고, 신사동 호랭이 특유의 베이스 리듬이 선명한 멜로디와 맞물리며 흥 넘치는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Ah Yeah’(2015), ‘Hot Pink’(2015), ‘L.I.E’(2016) 까지 너무나 맥 없던 후속타로 연명한 EXID의 분명한 한방이다.

방송에서는 털털한 이미지지만, 중저음 보이스를 자랑하는 하니는 ‘우유’에서 보컬로서의 진가를 자랑한다. 이 곡도 ‘How Why’와 같이 가사에서 반전을 꾀하는데, 발음을 살짝 굴리며 조금 민망할뻔했던 곡의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소화한다.

솔지도 잠시 빠졌고, 팬덤도 옛날 같지 않아 근심이 많았던 EXID의 새 EP는 위와 같이 분명한 주제와 확실한 음악으로 ‘거품’이 아니란 걸 증명해낸다. 물론 이러한 흐름의 핵심은 역시 작곡을 진두지휘한 ‘신사동 호랭이’다. 애석하게도 EXID란 팀이 등장하면서부터 히트 작곡가로서 내리막길을 걸었던 그는 한동안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Eclipse]에서만큼은 전성기 못지않은 감각을 되찾은 느낌이다. ‘낮보다는 밤’, ‘How Why’ 두 곡만으로도 증명은 충분하다.

아쉬운 건 부풀 대로 부풀었던 팬덤의 바람이 빠지고 있는 상태라는 거다. 한국에서 걸 그룹이 팬덤 없이 무언가를 해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그래서 역주행 신화와 예능에서 재미를 본 EXID가 현재의 상태를 바꿀 기회는 이제 오직 신사동 호랭이에게 달렸다. 그가 다음 작에서 어떠한 호흡을 하느냐에 따라 EXID의 팬덤 규모가 확정될 것이다.

3 Stars (3 / 5)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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