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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ween: Don’t Metal with Evil

만성절에는 Helloween이 아니라 Halloween을


메탈을 듣기 시작할 무렵 접하게 된 밴드 중 하나는 (많이들 그랬듯이)Helloween이었다. 호박 그림에 밴드 이름까지 누가 봐도 만성절을 의도한 명명이었는데, 좀 더 머리가 굵어지면서 만성절의 정확한 영문 스펠링을 알게 된 뒤에는 왜 이름을 H’e’lloween으로 지었는지 궁금해하게 되었다(물론 그렇다고 직접 이유를 찾아본 적은 없다).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는 프랑스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Halloween도 알게 되었으니, 그냥 먼저 이름을 선점한 밴드가 있어서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Halloween이라는 이름을 쓰는 메탈 밴드는 없는지 궁금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들로서는 조금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1981년에 결성했으니(결성할 때에는 Bitch란 이름을 사용했지만) Helloween보다도 빨랐던 셈인데, 알아주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이 디트로이트 출신의 헤비메탈 밴드는 아무래도 Mercyful Fate가 가장 먼저 생각날 법한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했고, 그러면서도 앨범 이름을 “Don’t Metal with Evil”로 지었으니 일견 우스워 보이는 면이 없지 않지만, 내용물을 살펴본다면 이 앨범은 1985년 당시의 헤비메탈/스피드메탈의 가장 훌륭한 모습에 다가가 있다. 그리 훌륭치 못한 음질 덕분에 폄하될 우려가 있지만, Brian Thomas의 보컬은 장난스러우면서도 확실히 거친 면모를 보여주고, Rick Craig의 기타는 Mercyful Fate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80년대 헤어메탈의 유쾌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는 헤어메탈을 연주하던 시절의 Lizzy Borden 같은 밴드에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만성절과는 아무 관련 없는 음악을 들려주었던 Helloween이나 프랑스 Halloween에 비교하면, 만성절 축제의 유쾌한 분위기라면(또는 B급 호러영화의 유쾌한 분위기?) 이들이 훨씬 잘 담아내고 있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이 앨범은 상당히 다양한 모습들을 함께 보여준다. ‘She’s a Teazer’ 같은 곡이 앞서 언급한 헤어메탈스러운 모습을 부각시킨 곡이라면, ‘Trick or Treat’는 당대의 어떤 밴드들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스피드메탈에 가까운 리프를 들려준다. ‘Scared to Death’나 ‘Haunted’ 등은, 이들을 어쨌든 다른 헤어메탈 밴드들과 동일시할 수 없게 한 ‘호러풍’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물론 그렇다고 Andy La Rocque의 연주를 연상케 하는 것은 아니고(그렇게 테크니컬하지도 않다), 좀 더 슬리지하면서도 음침한 변종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Justice for All’ 같은 파워 발라드는 – 사실 다른 곡과 붙여 놓으니 좀 이색적이라고 느껴지지만 – 이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어쨌든 꽤 대중에게 호소할 만한 튠을 만들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확실히 정돈되어 있는 리듬 파트는 이 다양한 모습들을 기복 없이 풀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덕분에 이 밴드는 메탈 팬들에게 나름의 ‘컬트’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내용물이 괜찮을지언정 판매고는 눈물날 지경이었으나 계속해서 앨범을 내면서 활동을 이어 올 수 있었다(이들은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다). 밴드는 이후 [Victims of the Night]부터 좀 더 무거우면서 매끈해진 면모의 사운드를 들고 나왔고, 음악의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이 앨범에서만큼 거칠면서 유쾌함이 강조한 사운드를 연주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Halloween의 정규 앨범은 2006년의 [Horror Fire] 이전까지의 앨범은 대개 예외없이 명작 소리를 듣는 편인데(대신 [Horror Fire]부터는 대개 예외없이 욕만 먹고 있음), 그 중에서 어떤 앨범을 첫손에 꼽을지는 개인의 취향에 좀 더 좌우될 것이다. 나라면 [Don’t Metal with Evil]이 Halloween의 현재까지의 최고작이라고 하겠다. 80년대 중반 미국 헤비메탈/헤어메탈 언더그라운드의 수준을 대변한다.

4.0 Stars (4.0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1 Comment on Halloween: Don’t Metal with Evil

  1. 굳굳 이런 기사 조우아요.
    근데 앨범 구하긴 어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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