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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ing: Against This Weald

미국에서 태어난 바이킹의 후예들

밴드 스스로는 ‘에핑'(에이핑크 아님) 비슷하게 읽어 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이 괴이한 이름의 밴드는 분명 바이킹 블랙메탈(물론, 국내에서 소개되고 있는 Equillibrium 등의 밴드가 연주하는 ‘바이킹’ 메탈과는 차이가 있다)을 연주하고 있지만, 정작 북유럽 근처에는 가 보지도 못한 미시간 출신의 친구들이라고 한다. 물론 겨울에야 미시간도 나름 춥겠지만…어쨌든 북유럽과 비교되는 동네는 아니다. 게다가 말이 친구들이지 2인조의 단촐한 편성인데다 이 앨범이 데뷔작이니 이 앨범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이해되지 않을 것도 아니다. 미국 블랙메탈이 나름의 성취를 보여 주고는 있지만, 더 오랜 시간 리프를 긁어 온 유럽의 성과에는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미국 친구들의 데뷔작은 근래의 여느 유럽 블랙메탈 밴드들보다도 이 장르의 미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래 Bathory가 바이킹메탈의 전형을 보여주고 Enslaved 같은 밴드들이 바이킹 블랙메탈의 방향을 제시할 때부터 이 장르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명징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편이었다. 물론 이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두터운 신서사이저 연주를 통해 앨범 서두부터 보여주는 분위기는 분명히 앞서의 밴드들의 느낌을 재현하고 있다. 굳이 하나를 짚는다면 Enslaved의 [Blodemn] 같은 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밴드는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게 이런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면서도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계속 변화를 가져간다. 4분이 넘어가지만 앨범의 인트로격인 ‘The Sires Beyond Await’가 지나가면 ‘The Stream’이 날카로운 블랙메탈 사운드와 함께 등장하지만 – 이 부분만큼은 초기 Ulver의 리프를 떠올릴 수 있을지도 – , 중첩되어 녹음된 기타 리프들과 역시나 두터운 사운드를 구축하는 신서사이저 연주가 계속해서 곡의 주제를 변주해 나가고, 그러면서도 어쿠스틱 기타와 플루트 연주를 통해서 여유 있는 일면까지 보여주고 있는지라, 전체적으로 사운드보다는 곡의 구조 자체가 더 역동적인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Realms Forged’가 그 역동성의 정점을 보여주면서 앨범을 마무리한다. 별로 말이 많지 않으면서 확실한(그리고 묵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셈인데, 근래의 ‘바이킹’ 밴드에게는 거의 보지 못한 미덕이다.

그렇다면 핀란드 레이블이 어째서 북유럽 스타일의 밴드를 자기네 동네에서 찾지 않고 굳이 미국에서 끄집어내야 했는지 이해가 간다. 레이블은 봤던 중에 근래에 가장 바이킹메탈의 문법을 잘 이해하고 분위기를 그려낼 줄 아는 밴드를 하필 미국에서 찾아냈던 것이다. 뭐, 세계화 시대에 꼭 국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신기해서 그렇다. 그만큼 멋진 앨범이다.

(4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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