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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ellitteri: Venom

스피드에서 묵직함으로

솔직해지자. 2009년의 음반 [Wicked Maiden]은 분명 수작이었다. 누가 2009년에 아직도 Impellitteri를 들고 다니냐?고 하겠지만,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정주행해 온 사람들에게 [Wicked Maiden]이 좋은 음반이라는 건 진리에 가깝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 좋은 음반을 낸지 무려 6년이 지났고, 레이블을 옮겼고, 드러머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케이스에선 기대치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어떻게든 음반이야 꾸역꾸역 나오게 되지만, 신규 멤버와의 합을 맞추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거니와, 그로부터 나온 결과물이 흡족했던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Impellitteri의 신보를 여러 번 듣고 난 다음, 결론부터 적어본다. 이 음반은 최근 라이선스된 헤비니스 관련 앨범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앨범이다. 그러므로 “예측은 종종 빗나간다”는 속설이 다시 입증된 셈이다. 그럼 내 주장의 큰 근거를 제시하겠다. [Venom]은 헤비니스 취향을 가진 리스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장르적 다양성을 품고 있다. 그게 근거다. 장기인 네오-클래시컬의 매력을 한 손에 꼭 쥔채, 밴드는 하드락, 오소독스한 헤비메탈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또 그걸 각 컨벤션에 정확히 요구되는 역량으로 해내고 있다. 아주 제/대/로. 물론 이전에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지만, [Venom]은 싱글의 매력이나 앨범의 밀도, 흐름과 전개, 그에 따른 몰입도라는 측면 모두에서 훌륭한 점수를 받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앨범을 시작하는 첫 곡 ‘Venom’부터 이건 ‘안 들을 수 없는 음반’이다. 샤우팅하면 이 바닥에서 알아주는 Rob Rock(vox)의 하이-피치 보컬이 터지면, 누구든 이미 빨려들게 되어 있다. 그와 절묘한 어울림을 형성하는 Chris Impellitteri(guitar)의 연주도 주목할 만하다. 이 곡에서 그는 장황한 솔로를 배제하고 짤막하게 핵심부만 짚는 연주를 들려주는데, 그게 외려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구실을 한다(해외 모 웹진의 필자는 이번 음반의 약점으로 길지 않은 솔로잉을 꼽았는데, 나는 역으로 그게 이번 음반을 살려낸 구명정이라고 본다). 팬으로서 밴드가 이 곡처럼 샤프하고 심플한 곡을 뚝딱 내놓기를 소망했었다. 다행이다.

그렇다고 테크니컬한 부분이 사라진 건 (당연히) 아니다. 바로 연결되는 ‘Empire of Lies’를 체크해보면 된다. 이 곡은 완전 1980년대 메탈에 대한 봉헌인데, Chris의 프레이즈는 유독 거칠고 폭발적이다. 과거보다 현란함은 줄었지만 오히려 파워나 세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어쩌면 리더로서 팀 지향적인 솔로(초기 Chris는 그 점에선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팩트다)를 풀어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음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Jehovah’의 쫄깃함과 만나보면 단순히 ‘빠르고, 눈에 안 보이는 게’ 중요했던 시기는 진작 끝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귀가 향하는 곳은 James Pulli(bass)와 Jon Dette(drums)가 합심해 만들어내는 단단한 리듬 파트이다. 오래 같이 했던 James야 그렇다고 치고, 올해 새로 들어온 Jon의 드럼은 어찌 저렇게 “꼭 필요했던 마지막 한 조각 퍼즐”처럼 들어맞을 수가 있을까. 뭐, Slayer와 Testament를 거친 양반이니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하드락/멜로딕락/AOR의 명가 Frontiers로 적을 옮겨서 그렇게 된 것만은 아니겠지만, 전술했듯 [Venom]에는 멋진 하드락 트랙도 있는데 ‘We Own the Night’가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에서 Rob Rock은 거의 인간병기 보컬이다. 명불허전. 그가 단순히 고음만 잘 지르는 싱어였다면, 이 전장 같은 곳에서 커리어를 보존하기 힘들었겠지. 이 곡에서 Rob은 피치의 높낮이로만 따질 수 없는 깊이와 두께를 갖춘 보이스를 들려주며 공간을 지배하는데, 우리는 그저 멍하니 듣게 될 뿐이다.

음반은 박력 터지는 ‘Holding On’으로 마무리된다. 이 곡이 바로 현재 밴드의 좌표를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Impellitteri가 하는 음악에 대해 긍정적인 편인데, 서두에서 밝혔던 약간의 의구심마저도 밴드는 무사히 돌파한 느낌이다. 노림수 짙은 후크를 넣거나 어줍지 않은 발라드를 수록하지 않아도, 언제든 이런 음반을 찍을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누가 2015년에 아직도 Impellitteri를 들고 다니는가? 일단 들어보라.

(3.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1 Comment on Impellitteri: Venom

  1. 1집이 너무 좋아서 다른 앨범들을 정주행 하지 못한 대표적인 뮤지션이네요.
    스타일이 너무 변했는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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