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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ce: Woman

이번엔 Justice가 많이 내놓지 못했다.

Justice는 늘 선구자였다. 음지에서 놀던 Dirty Electronic을 수면으로 끌어올려 대세를 만들어냈고, Dirty Electronic이 주류의 일부로 편승할 때는 1970년대 록 문법에 기대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비록 이러한 결과가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오긴 했지만, 인내심에 대한 보상은 충분했다. 그게 바로 스튜디오 앨범의 발표 주기가 오래 걸려도 Justice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였다.

안타깝게도 [Cross](2007), [Audio, Video, Disco](2011) 이후 무려 5년 만에 등장한 세 번째 정규 앨범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Justice의 성공 공식을 배신한다. 이 앨범에는 Justice라는 기호에 절로 연상될 그 어떤 새로운 것도, 강한 것도 없다. 5년간 무엇을 했는지 의심될 정도로 전작에 대한 답습과 듀오의 창작력이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느껴지는 음향이 담겨있을 뿐이다.

물론 내공이 쌓인 만큼 첫 트랙부터 초를 치진 않는다. 마치 묵직한 체인이 넘어가듯, 전매특허인 특유의 거칠고 낮은 베이스 리듬으로 플로어를 달궈버리는 ‘Safe and Sound’는 간만의 등장을 알리는 적합한 신호탄이다. 물론 이 노래의 자양분이 [Audio, Video, Disco]라는 점이 떠올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기존의 구조에서 판올림 된 것은 분명하다.

긍정적인 기류는 세 번째 트랙 ‘Alakazm!’까지 버텨준다. 그림자가 짙어지는 건 이후부터인데, 너무나 간결하게 5분 34초를 보내버리는 ‘Fire’는 물론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Heavy Metal’, ‘Love S.O.S’는 그 어떤 자극도 전해주지 못한다. 물론 중간에 포진된 ‘Stop’과 ‘Randy’가 훅을 장착하며 해결사 역할을 해내려 하지만, 두 곡이 전작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면서도 파급력이 한창 약해졌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1회 재생만으로도 충분하다.

신보의 뼈대는 분명 전작에서 출발했기에, 자연스레 비교된다. [Woman]은 ‘Civilization’만큼의 긴장감도, ‘On’n’On’만큼의 화려함도 제공하지 않는, 그 어떤 새로운 멋을 찾아내기 어려운 앨범이다. 앨범을 들으며 이게 과연 5년이나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의구심만 들 뿐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던 듀오가 그 덫을 세 번째 앨범에서 맞이한 상황이랄까. 연승을 이루었던 팀의 첫 패배다.

3.5 Stars (3.5 / 5)

 

About 이종민 (57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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