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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drick Lamar: Untitled Unmastered

조금도 어설프지 않은 미공개 음원 모음집

3집 [To Pimp a Butterfly]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Kendrick Lamar는 컴필레이션 앨범 [untitled unmastered.]를 출시해 감격을 연장한다. 그는 스티븐 ‘콜버트 리포트’, ‘투나이트 쇼’, 올해 열린 그래미 어워드 등에서 기존에 발표한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은 노래들을 불러 왔다. (그래서 노래들에는 번호와 작업 날짜만 적혀 있다.) 격정적인 퍼포먼스와 신선함에 흥분한 힙합 애호가들은 정식으로 음원을 공개해 주길 오매불망 염원했다. NBA 선수 LeBron James는 트위터에서 톱 도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에게 노래를 빨리 내달라고 조르기까지 했다. 샘플링 허가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음반에 싣지 못했던 노래들이 드디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음악적인 면은 [To Pimp a Butterfly]와 어느 정도 연속성을 갖는다. 트렌디한 힙합 비트 대신 소울, 펑크, 프리 재즈 등 실제 연주로 완성한 예스러운 문법이 전반을 차지한다. 위협적으로 연주되는 피아노와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 색소폰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untitled 02’, 거친 톤의 심벌과 비교적 나긋나긋하게 흐르는 키보드, 색소폰이 대비되는 ‘untitled 05’는 다소 까다로운 재즈 형식을 나타낸다. 질문을 던지는 Anna Wise의 보컬이 강조점으로 자리하는 ‘untitled 03’는 네오 소울과 사이키델릭 소울의 성격을 지녔고, 플루트가 차분하게 곡을 리드하는 ‘untitled 06’는 보사노바, 재즈, 소울을 끌어안는다. ‘untitled 08’는 신시사이저를 전면에 내세워 일렉트로 펑크, 지 펑크의 정서를 표출한다.

노랫말 역시 이전 작품들과 다름없이 정치사회적인 내용으로 충전돼 있다. ‘untitled 01’은 묵시록적인 상황을 내보이면서 쾌락과 돈, 폭력을 좇지 말고 변화해야 함을 넌지시 말하며, ‘untitled 05’는 소수집단의 힘겹고 절망적인 삶을 전달함으로써 미국 자본주의를 힐난하고, ‘untitled 08’에서는 돈을 쉽게 벌기 위해 범죄나 나쁜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Kendrick Lamar의 빠른 속삭임이 염세적인 기운을 부풀리는 ‘untitled 04’와 Alicia Keys와 Swizz Beatz의 다섯 살 난 아들이 프로듀스에 참여했다는 ‘untitled 07’에서는 교육이 중요함을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동양인, 인디언, 흑인들의 장단점을 열거하는 가운데 자신을 을(乙)로 이용해 먹는 백인 음반 관계자를 거론하며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비판하는 ‘untitled 03’도 흐름을 같이한다. 여느 래퍼와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점이 Kendrick Lamar를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칭송이 자동으로 터져 나온다. 곡들은 과거의 장르들을 끌어옴으로써 순수성과 원초적인 기질을 획득했고, 가사는 사회 현황과 다수의 삶을 이야기해 숙고의 창구를 개설한다. 요즘 힙합에서는 결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모습이다. 때로는 표독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캐릭터에 따라 성격을 바꾸듯 목소리와 플로를 변형하는 영특한 래핑 또한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 Cee-Lo Green, Bilal, SZA 등 동료 아티스트들의 원조도 면면을 풍성하게 한다. 컴필레이션이라고는 하지만 공개되지 않았거나 라이브를 기록한 동영상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노래들을 담고 있어 정규 음반과 동급의 반가움을 안긴다. 올해 초 그래미에 묘한 외면을 당했던 불세출의 힙합 아티스트는 음악팬들의 환호를 이끌 명작을 한 번 더 선보였다.

4 Stars (4 / 5)

 

About 한동윤 (27 Articles)
음악 듣고 글 쓰는 게 고역이라고 툴툴거리지만 하루 대부분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라면을 먹을 때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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