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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Review: Iiro Rantala piano solo concert 11/3/16

공간과 공감을 활용한 극강의 솔로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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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kyu Kim

3월 11일 금요일에 핀란드의 피아니스트 Iiro Rantala의 솔로 콘서트를 보았다. 과거 여러번 내한공연을 한 그가 솔로 피아노 공연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 장소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였다. 아직 꽃샘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때라 경복궁역에서 나오자마자 살벌하게 추워서 거의 뛰다시피 걸어 도착했다. 이날 솔로 콘서트는 자연스럽고 따뜻한 음색의 뵈젠도르퍼 피아노가 스튜디오 정중앙에 배치되었는데, 피아노의 덮개를 제거하고 거기에 피아노를 감싸듯이 좌석을 배치해서 진행된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 국내의 재즈, 클래식, 국악 등을 꾸준히 소개하기로 유명한 레이블 오디오가이의 안방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는 점이 내가 이 공연을 선택한 이유였다. 공연은 플러스히치의 김충남 대표의 짧은 소개로 시작되었다. 재즈 전문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의 고심과 정성이 묻어나는 멘트는 이번 공연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공연까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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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kyu Kim

박수와 함께 등장한 Iiro는 의자에 앉자마자 ‘Norwegian Wood’, ‘Woman’를 연이어 연주했다. Iiro의 손가락이 물흐르듯이 움직였다. 타건은 부술 듯이 강렬했고 때로는 매우 섬세하게 두드렸다. 환상적인 화음이 말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어쩜 음향 장비 하나 없는데도 이토록 피아노 본연의 울림을 전할 수가 있다니… 귀호강 제대로 하는구나.’ 나도 모르게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무척 가까이서 보이는 Iiro의 표정과 패달을 밟는 발, 몸 전체의 움직임까지 Iiro의 모든 것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 뿐만이 아니었다. Iiro가 한 음을 친 순간부터 이미 관객들은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이어서 Iiro는 원곡의 서정적인 면을 품으면서도 더욱 격렬해진 ‘Imagine’, 빠른 템포 속에 Iiro만의 자유로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Freedom’, 슬프지만 무척 아름다운 곡 ‘Tears for Esbjörn’을 지나 자신의 아들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리드미컬한 곡인 ‘Bruno’, ‘Topi’를 연주하면서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사이사이 Iiro는 전직 예능인답게 유쾌한 멘트도 잊지 않았다. 친해지면 절대로 심심하지 않게 해줄 것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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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kyu Kim

후반부에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가야금연주자 배유경과 베이스 윤시양과 함께 협연해서 ‘줄타기’와 ‘All you need is love’를 펼쳤다. 전날 전주 KBS의 국악 프로그램을 위한 특별한 공연을 한 이들이 그대로 서울에서 함께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줄타기’는 처음에는 익숙한 민요리듬이었지만 점점 뒤로 갈 수록 악기들의 주고 받음이 극한을 이루었다. 갑자기 Iiro의 트리오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마지막곡으로 Iiro는 Beatles의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All you need is love’를 연주했다. 누군가가 “Love, Love…”를 읊조렸다. 중간에 Iiro는 유머러스하게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잘 모르더라도 따라하세요. 잘 모르더라도 내가 가르쳐 줄게요. 무척 쉬워요. Love, Love… 우리 함께 부르자구요.” 처음에는 부끄러워 했던 관객들도 결국 ‘All you need is love’를 떼창하고 있었다. “Love, Love, Love, Love, Love…” 약 1~2분 간의 떼창은 그야말로 Love였다. 스튜디오가 행복과 웃음으로 가득찼다.

위풍당당한 기품과 그에 걸맞는 배려심, 엉뚱한 발상과 유머로 가득했던 Iiro의 공연을 보고 나오자 마음이 푸근해졌다. 추운 날씨는 저 멀리 가버리고 아름다운 밤거리가 성큼 다가왔다.

공연 전 게시한 Iiro Rantala의 인터뷰는 아래 글 링크에서 볼 수 있다.
Iiro Rantala: 자유와 자신을 위해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About 김종규 (14 Articles)
이명과 여기저기에서 글을 씁니다. 앨범리뷰와 인터뷰 등을 씁니다. radio7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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