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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rian: Infinite Dissolution

최근 힙스터락(메탈)의 전형적 스타일

 

확실히 똘똘한 친구들이다. 저 명망 높은 레이블 Relapse가 이들을 데려갔다는 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약 기운 충만한 드론메탈/노이즈락”은 제법 잘 빠진 결과물이다. Relapse 데뷔작인 2013년 작품 [Return to Annihilation]을 들어본 사람들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해볼 만한 실험”을 다 거행된 마당에, 엔간히 자극적인 게 아니고서야 꿈적도 하지 않을 이 바닥 팬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한 음반이 아닌가. 무그를 이용해 과거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의 상징과도 같은 “입자 두터운 사운드”를 주조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일뿐더러, 어떤 곡에서는 Neu!의 음악과 어딘가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카테고리 분류’가 까다로운 음악이다. ‘올뮤직’의 규정대로 “블랙메탈과 노이즈락, 드론락, 일렉트로닉스의 혼합물”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을 법하기도 하지만, 독일 크라우트락의 흐름도 녹아든 이 음반을 한 문장으로 퉁쳐 버리는 것은 어딘지 찝찝하다.

암튼 리뷰는 쓰자. Relapse에서 내는 밴드의 두 번째 음반인 [Infinite Dissolution]은, 얼핏 들으면 전작 [Return to Annihilation]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음악을 들려준다. 무한루프 드론을 돌려대면서 청자를 환각으로 몰고 가는 것도 유사하고, 포스트락 진행에 얹힌 돌발적인 스크리밍 보컬을 통해 최근 몇 년 새 유행하고 있는 ‘힙스터 블랙메탈’의 무드를 환기하는 점 또한 동일하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감안해도 나는 이 음반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편인데, 여전히 뛰어난 곡쓰기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닝 트랙 ‘Arc of Extinction’만 들어봐도 견적이 나온다. 특유의 드론 사운드를 내뱉으며 서스펜스를 조성하더니, 데스메탈로 반전시키는 대목이 나오는데 (사실, 요즘 얼마나 이 전형적인 수법인가. 하지만 그 이음매가 보통이 아니다. 이런 음악은 ‘맥과 맥의 연결’이 생명이다) 어지간한 하수들보다 한수 위의 세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방금, ‘맥과 맥의 연결이 좋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건 ‘곡과 곡사이’도 마찬가지다. ‘Arc of Extinction’과 ‘Dark Shales’는 아주 매끈하게 이어지는데, 이 곡은 “서서히” 뱃머리를 돌려 다크 앰비언트로 나아간다. 해수를 잔뜩 머금은 것 같은 질척한 분위기는 리스너의 정서를 다시 한없이 가라앉히다가, ‘An Index of Air’에서 격렬한 헤비메탈 사운드가 되어 요동친다. 캐나다 출신의 데스그라인드 밴드 Fuck the Facts가 시종일관 청자를 지지고 볶다가 원 펀치로 날려버린다면, 이 시카고 출신의 트리오는 곡예를 하듯 차원을 이동하며 리스너를 멘붕에 빠뜨리는 것이다. 후반부로 가서도 태도는 변함없다. 특정한 한 음을 길게 늘어뜨리는 ‘The Great Dying’을 체크해보라. 이거, 프로그레시브 선배들에 대한 ‘모자벗기’가 틀림없다. 그런데 모자를 벗은 청년들이 달려간 곳은 플로어다. ‘Heavy Water’를 들어보라. 이거 완전히 ‘남과 얽히기 싫은 딜레당트들을 위한 클럽튠’이 아닌가? 뭐, 이런 놈의 음악이 있냐고 하겠지만, 그딴 음악을 하는 게 이 밴드, Locrian의 정체성이다. 이번 음반으로 그건 명확해졌다.

두말할 필요 없이, 당연히, ‘피치포크’에서 좋아할 스타일이다. ‘피치포크’는 이번 음반에 대해 무/려 8.2점을 하사했다. 이 음악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로 섬겨야 하나 싶기는 하다. “Pink Floyd에 대한 곁눈질, 독일 크라우트락에 대한 갈망, 포스트-블랙메탈(허나 이미 많은 이들이 하고 있는)이 가장 이상적인 지점에서 만나다”, 이딴 문구로 엮으면 좀 팔리려나? 난, 그들처럼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3 Stars (3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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