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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rkur: M

아주 잘하는 친구들과 적당히 잘하는 본인이 함께 만든 적당히 애매한 앨범


Relapse가 거의 올해의 야심작 마냥 대차게 밀어주고 있는 – Relapse가 이 밴드에 대해 붙여둔 광고문구는 무려 ‘블랙메탈의 미래’다 – 이 솔로 프로젝트의 데뷔작은 – 작년에 EP가 나오기는 했다 – 덕분에 앨범은 나온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많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밴드는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음악을 떠나서, 현재 뉴욕에 살고 있으면서 부업으로 모델 일까지 하고 있는 덴마크 여성 – 이름은 Amalie Bruun이라 한다 – 의 1인 블랙메탈 프로젝트가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다. 게다가, 이런 설명만 봐서는 그야말로 소위 ‘올드한’ 블랙메탈의 대척점에 있을 법한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음악은 의외로 노르웨이 블랙메탈에 한 발을 담그고 있다. 덧붙이자면, 이 앨범이 Ulver의 Garm이 참여한 간만의 메탈 앨범이라는 걸 일단 알아 두자. Ulver도 블랙메탈을 하지 않은 지가 10년이 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러저러한 얘기에서 알 수 있었겠지만, Myrkur의 음악은 노르웨이 블랙메탈, 굳이 짚자면 Ulver의 [Kveldssanger] 까지의 모습과 Bathory의 한창 때의 모습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Myrkur가 작년에 발표한 셀프 타이틀 EP를 떠올리게 하는 바 없지 않다. 작년에 나왔던 [Myrkur] EP는 연주에서는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기복을 보여주었고, 과연 Myrkur가 (그 때도 Relapse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들을 만한 블랙메탈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올 법한 앨범이었다만(물론 나쁘지 않았다고 할 이들도 적지 않을진대, 내 생각에 그 중 절반은 Alcest를 생각하고 ‘참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밴드의 노르웨이 블랙메탈에 대한 선호는 분명하게 보여주는 바가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이 앨범이 작년의 [Myrkur] EP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앨범을 블랙메탈의 미래라고 칭하는 것은 과대평가도 이런 과대평가가 있기 힘들다. 도대체 앞서 말한 Amalie Bruun의 미모 정도를 빼고는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실 수많은 묻혀버린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후예들이 적지 않지만, 이 밴드가 처음부터 반향을 불러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부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짚는다면 이 밴드가 암만 노르웨이 블랙메탈에 발을 담그고 있을지언정 음악은 전형적인 블랙메탈과는 궤를 달리하는 바 크다는 데 있다. 뉴욕 출신인지라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앨범은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뼈대 위에 상당히 다양한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아무래도 전형적인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스타일을 변용한 형태의 ‘포스트’ 블랙메탈 밴드라면 Alcest 등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그러면서도 이들은 Alcest 등의 음악보다는 좀 더 정통적인 스타일에 다가가 있다. 이건 사실 매우 드문 경우이다. 블랙메탈(심지어 이 앨범의 경우 엄연히 ‘포크적인’ 블랙메탈 사운드에 가까운 편이다)의 전형을 최대한 가져가면서 포스트락의 스타일을 굳이 가져가는 모양새는 근래의 소위 ‘힙스터’ 블랙메탈과도 궤를 달리하고, 정통적인 형태의 블랙메탈을 추구한다고 자처하는 다른 밴드들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밴드가 상이한 스타일 사이에서 비틀거리면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는데다, 엄밀히 말한다면 과연 Amalie Brunn이 블랙메탈 뮤지션으로서 어울리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점이다. 분명히 그녀는 이 앨범에서 클린 보컬부터 나름 강렬한 인상을 구축하는 래스핑 보컬을 오가면서 앨범의 모든 곡의 작곡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문법을 나름 열심히 따라가는 앨범은 생각 이상으로 블랙메탈의 미덕을 비껴나간다. 빈약한 보컬은 여성 보컬의 한계라 차치하더라도(사실 클린보컬이 괜찮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아쉬울 일이다), 이만큼 분위기의 개연성 없는 사운드의 도약을 보여준 블랙메탈 앨범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앨범의 절반은 본격 블랙메탈 사운드가 아닌,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볼륨의 기준이다. 당연히 앰비언트를 포함한다) 사운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앨범의 나머지 절반의 주류를 이루는 본격 블랙메탈 사운드와는 분명한 거리를 보인다. 이 밴드 이전에 인디 팝 밴드로 활동했던 Amalie가 과연 그런 요소들을 배제하고 블랙메탈로만 앨범 하나를 메꿀 수는 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앞서 얘기했지만 [Myrkur] EP가 독특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블랙메탈 앨범으로서는 감히 말하지만 형편없었다는 점을 덧붙여 둔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꽤나 블랙메탈스러운 앨범을 훌륭한 ‘블랙메탈’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대단히 조심스럽다. 사실 이 앨범에는 Garm 말고도 Teloch(Mayhem), Christopher Amott(ex-Arch Enemy) 등이 참여하고 있고, 사견이지만 [Myrkur] EP보다 이 앨범이 큰 도약을 보여주는 점은 Teloch와 Christopher Amott가 그만큼 안정된 연주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밴드의 그만큼 기복 크고 빈틈 많았던 연주는 장르의 거물들을 통해 단단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거듭났지만, 곡 자체가 그만큼 단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 밴드가 곡에 균열을 일으키면서까지 집어넣는 멜로디와 나름의 ‘분위기’는, 사실 나쁘지 않다. 아마도 가장 잘 조화된 곡은 ‘Hævnen’이나 ‘Onde Børn’ 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류의 여성보컬을 통한 중세적이면서도 포크적인 분위기의 블랙메탈, 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Storm(Kari와 Amalie는 물론 스타일이 같지 않지만)이겠지만, Storm은 훨씬 블랙메탈/바이킹메탈의 전형에 다가간 스타일이니 그와 비교하기는 어려울 텐데, 그와 유사한 방법론으로 근래의 ‘힙한’ 블랙메탈의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방법론 덕에 그 분위기에서는 올드스쿨의 그림자도 분명히 느껴진다. 그 ‘애매한’ 올드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아마 위 두 곡 말고도 다른 곡들도 좋아할 수 있겠지만, 그게 참을 수 없는 이들에게는 아마 이 앨범은 Relapse의 상술의 정점에 위치한 앨범일 것이다. 아쉬움이 적잖이 남지만 나는 전자의 부류라고 일단 자처하고 있다.

3.5 Stars (3.5 / 5)
 


라이브는 이렇게 하시는 분이다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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