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No Joy: More Faithful

재능 있는 2015년의 슈게이징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슈게이징/드림팝 밴드 No Joy의 3집이다. 나는  [Wait to Pleasure]를 듣고 팬이 되었는데, 혹시 이 앨범을 듣고 괜찮았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이번 음반을 구입(해외오더 혹은 구매대행을 해야 한다)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쪽 장르에서 “더 혁신적인 뭔가가 출현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인데, 그러한 의미에서 슈게이징/드림팝 필드에서 “뭔가 괜찮은 음반”이 나타난다면 그것을 평가하는 준거는 마땅히 “지금까지 장르 내부에서 확립된 문법과 형식을 얼마나 제대로 구현했는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최근 등장한 뉴페이스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숱한 ‘레트로 스래쉬’ 밴드들이 현란한 연주와 세련된 곡을 들고 왔지만 그 중 대부분이 Metallica나 Slayer의 ‘클론’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슈게이징/드림팝 월드’에서 My Bloody Valentine이나 The Jesus and Mary Chain, Cocteau Twins와 같은 선배 밴드들이 ‘짜놓은 직물’이 튼튼하고 세밀하다는 걸 거론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이 꽤나 마음에 든다. 그만큼 ‘준거’에 잘 부합하는 곡들을 주조해 내고 있다는 말이다. 후면에 배치된 채 밴드의 음악을 관조하는 듯한 Jasamine White-Gluz의 보컬, 흐느적거리는 사이키델릭과 제법 캐치한 팝 멜로디, Sonic Youth로부터 물려받았음이 틀림없는 노이즈. 오프닝 트랙 ‘Remember Nothing’의 첫 부분부터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드론들의 향연. 이런 건 슈게이징 팬이라면 누구나 장르를 하는 밴드로부터 기대했음직한 것이 아닌가. 이어 진행되는 두 번째 트랙 ‘Everything New’는 1980~90년대 미국 인디락의 정수를 품고 있는 작은 너울이다. 보컬의 고혹적인 하모니, 그 후면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음표들의 텍스처. ‘전형적’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음악들이 간혹 있는데, 그 확실한 예증을 원한다면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될 것이다. 바로 그러한 곡이 ‘Hollywood Teeth’가 아닐까 한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절로 MBV가 연상된다(‘표절’했다는 뉘앙스가 아니다). 특히 환각적인 보컬과 리프가 뒤섞이는 중반부부터 두 축이 서서히 거리를 두다 소멸해가는 엔딩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송라이팅’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라는 확신이 든다.

슈게이징 장르에서 언급 안하고 넘어갈 수 없는 ‘공간감’ 또한 탁월하다. ‘Burial in Twos’에 삽입된 신스는 ‘차원’을 이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Corpo Daemon’에서의 야성적이고 반복적인 기타 리프(펑크락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증거하는)는 늘어지기 쉬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불을 붙인다. 지글거리는 디스토션으로 시작하는 ‘Chalk Snake’는 This Mortal Coil이 잘 해냈던 ‘ethereal wave’의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다. 곡을 들으면 쉬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장르 특유의 ‘젠체하기 근성’이 덜한 것도 미덕이다. 물론 특별한 ‘포인트’로 자리할 싱글이 없다는 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허나, 음반 전체를 감상하는 게 일반적인 슈게이징/드림팝의 특성상 그게 그렇게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까 싶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More Faithful]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 전성기를 구가한, 장르의 컨벤션을 충실하고 충직하게 따르고 있는 작품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점수를 줄 만한 음반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러 번 곁에 두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이냐고 물었을 때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해야겠다. 그만큼 ‘슈게이징/드림팝’의 전시장 벽에 걸린 옛 인물들의 시선은 여전히 강력하다.

3 Stars (3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1 Comment on No Joy: More Faithful

  1. 잘 읽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