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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er Robinson: Worlds

EDM 기대주의 이유 있는 변신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의 기대주 Porter Robinson은 정규 데뷔 앨범 [Worlds]를 통해 반전의 표현 확장을 선보인다. 화끈한 댄스음악을 주로 행했던 그가 여기에서는 전보다 느린 템포의 일렉트로팝을 메인으로 들려준다. 2012년과 13년 투어 공연을 하면서 그는 상업적인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의 전형성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고, 그것이 또한 창의력을 억제한다고 판단해 변신을 결정했다. 클럽, 혹은 페스티벌 친화적인 음악과 작별하고 유년기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게임에서 착안한 곡들을 실었다. 때문에 전반에 아기자기함이 흐르며 몇몇 노래는 보통의 제이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불어 앰비언트 스타일로 접근해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예전 음악을 금세 잊게 하는 급진적 변모다.

2014년 3월에 공개한 리드 싱글 ‘Sea of Voices’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탈의 신호탄이 됐다. 침착한 전자음이 조성하는 멍한 대기에 아련한 보컬이 들어서면서 동화 같은 그림을 연출하는 완전한 앰비언트다. 중간을 지나 등장하는 둔중한 드럼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갖가지 보컬 샘플과 차임벨이 기묘함을 내보이는 ‘Natural Light’, 멜로디가 약간은 처연하게 들리는 ‘Goodbye to a World’도 앰비언트, 드림 팝의 모양을 띤다. 앨범의 두 번째 싱글 ‘Sad Machine’은 앙증맞은 루프와 보컬로이드 기법이 귓가에 빠르게 안착하며, ‘Divinity’는 피아노와 강렬한 신시사이저, 야릇한 선율을 잘 배합해 서정성과 웅장미를 동시에 표출한다. 일본어 대사를 차용한 ‘Flicker’는 밝은 프로그래밍과 어두운 톤의 전자음을 교차해 생기 있는 흐름을 선사한다. 일련의 곡들은 편안함과 색다른 재미를 함께 자아낸다.

디제잉에 맞춘 양식을 벗어나고자 한 것일 뿐 댄스음악과 아예 연을 끊은 것은 아니다. 짜릿한 신시사이저 루프와 가녀린 여성 보컬이 대조를 이루는 ‘Years of War’, 예스러운 신스팝 사운드와 일렉트로 하우스의 골격이 뒤섞인 ‘Lionhearted’, 주요 전자음의 배치를 바꿔 가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Polygon Dust’에서는 변함없는 댄서블함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극성 강한 성분을 뭉치기보다 팝의 느낌과 멜로디에 주력하면서 동적인 기운을 낸다. ‘Fellow Feeling’은 뚜렷한 방향 전환에 대한 압축일 것이다. 곡을 여는 현악기 연주는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의 사운드트랙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러나 2분 즈음 하우스로 틀을 갈아타고 뒤이어 거친 소리와 변칙적인 리듬을 동반해 흥미를 안긴다. 더불어 조심스럽게 덥스텝을 펼치다가 일렉트로 하우스로 마무리된다. 댄스음악을 하더라도 자기 색을 보이겠다는 의도를 헤아릴 수 있다.

종전의 모습은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 보통 디제이들의 음악과 다르며 많은 부분에서 과거와 단절한다. 이 파격이 20대 초반 청년의 데뷔 앨범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대견하다. 지향에 따른 자기 제어가 분명하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Porter Robinson은 멜로디를 짓는 능력, 굴곡이 명료한 비트를 조직하는 프로듀서로서의 기술, 탁월한 소스 선택 감각으로 명쾌함을 전달한다. 디제잉을 하지 않더라도 듣는 이들을 흥분시키는 힘은 그대로다. 그런 그가 [Worlds]에서 기존에 하던 장르를 내려놓고 신스팝, 드림 팝 등으로 문법을 쇄신했다. 전환의 결과물에는 조금의 어색함이 없다. 발군의 표현력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Porter Robinson에게서 희망적인 성장 가능성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3.5 Stars (3.5 / 5)
About 한동윤 (27 Articles)
음악 듣고 글 쓰는 게 고역이라고 툴툴거리지만 하루 대부분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라면을 먹을 때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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