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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Rock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포스트락 50선 (20위~1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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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래쉬메탈의 격류를 지나, 헤어메탈의 너울을 건넜고, 마침내 데스메탈의 용암을 뚫고 포스트락에 이르렀다. 조회수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패기가 심금을 울린다. 이만하면 임상이 필요한 단계다. 제정신이면 이런 특집을 못한다. 편집장이란 작자는 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내가 그의 친구라면 멱살을 잡고 물었을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제발 좀 샤방하게 놀자. 마지막 충고다.

아무튼 우리는 포스트락에 도착했다. 락의 아롱이와 다롱이 같은 이런저런 하위장르중, 포스트락만큼 가마솥 같은 장르는 없을 것이다(아, AOR이 있군). “post”라는 접두사가 붙은 단어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 “~를 넘어선다”는 의미인지, “그 내부에서 외연을 넓힌다”는 의미인지, 이도 저도 아닌 제 3의 의미인지는 고민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포스트락(post rock) 또한 다르지 않다. 정말 “락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인지, 아님 “락의 테두리를 확대하려는 기획”인지에 대해선 정설이 없다. 하여, 포스트락이라는 명칭은 말 그대로 “쟁점”이다. 미지의 영역이다.

때문에, 이 특집은 태생적으로 “미완성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랬듯, “50장”이라는 수치가 적게 느껴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음반, 큰 변화를 내포한 음반, 다양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쳐낸 음반들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애썼다. 심지어, 술 마시고 회의하다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년의 다 큰 어른들이 “포스트락” 때문에 싸우는 장면은 슬펐다. 내 자신이 창피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순수하게 가여운 사람들이 또 있을까? 오해는 말자. “좋다”는 게 아니라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거다. 울 것 같으니 격려의 댓글은 정중히 사절한다.

그럼 다시금, 이 철없는 기획의 문을 연다. 부디, 즐겁게.

 

리뷰어 명단

이경준(이명 편집장)

빅쟈니확(이명 편집위원)

김학선(보다 편집장)

조일동(음악취향 Y 편집장)

정원석(대중음악평론가)

김종규(이명 편집위원)

김성대(음악취향 Y&파라노이드 필자)

서성덕(이명 편집위원)

이대희(이명 편집위원&프레시안 기자)

윤호준(음악취향 Y 필자)

임희윤(동아일보 음악기자)

정진영(이명 편집위원&헤럴드경제 기자)

이종민(이명 편집위원)

김봉환(벅스뮤직 컨텐츠팀)

 

#20. Jim O’Rourke [Bad Timing]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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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Jim O’Rourke는 독보적으로 넓은 발을 자랑한다. 아마도 프로듀서와 믹싱 작업가로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을 법한 Wilco의 [Yankee Hotel Foxtrot], [A Ghost Is Born]이 우선 떠오른다. 그는 Joanna Newsom, Beth Orton, Stereolab, John Fahey 등 굵직한 이름의 뮤지션 앨범 제작에도 참여했고, 그 무엇보다 Sonic Youth 멤버로서 활동했다. 이쯤 되면 그의 이력 어디에 밑줄을 그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Bad Timing]은 시카고 씬을 중심으로 활동했음에도 주변부적 음악 작업가로서 오해받기 쉬울 법한 Jim O’Rourke가 대중음악계의 거대한 줄기로 자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Drag City와 계약을 맺은 후 처음 내놓은 이 음반의 성공으로 대중의 귀를 잡아채기 시작했다. 앨범에는 아메리칸 기타 사운드에서 익스페리멘틀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작업 세계를 가진 그의 토대가 응축되었다. 영화감독 Nicholas Roeg가 1980년 제작한 동명의 영화에서 이름을 딴 이 앨범에는 보컬이 없고, 싱글의 타이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앨범은 Jim O’Rourke가 미국 대중음악의 여러 갈래를 혼합해 주조한, 명상적이고도 귀를 잡아채는 전복이 있는 기타 주도의 연주곡으로 완성되었다. 그의 명징한 핑거링은 적잖은 곡에서 편안히 곡의 테마를 연주하다 불현듯 끼어드는 멜로디와 불협하며 곡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전환한다.

Jim O’Rourke는 포크와 컨트리, 재즈의 뼈대를 시카고 포스트락 씬 조력자들의 손을 빌려 영리하게 비틀었다. 덕분에 [Bad Timing]은 편안한 감상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이고 기묘하다. 음반을 포스트락의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며, 동시에([Eureka] 이전에 나왔기에 더욱 그러하므로) Jim O’Rourke 솔로 이력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을 만한 이유다. 제목과는 달리, 끝내주는 타이밍에 그의 정수를 녹여낸 앨범이다. (이대희)

 

#19. Rachel’s [The Sea and the Bell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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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의 사망으로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는 밴드 Rachel’s는 기본적으로 피아노와 비올라, 첼로로 구성한 음악을 펼친다. 다른 포스트락 계열 밴드에 비해 클래식 음악과 미니멀리즘적인 요소를 아주 적극적으로 통합하려는 시도했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임에도 그 속에 숨겨진 밝고 희망적인 테마가 이들의 음악적 특징이다. Rachel’s의 세 번째 앨범인 [The Sea and the Bells]는 다양한 악기의 사운드와 광활하면서도 우울한 스토리가 돋보이는데, 이들의 가장 잘 알려진 앨범으로 꼽히는 [Music for Egon Schiele] (1996)와 동년에 나왔다고는 쉽사리 생각하기가 어렵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체임버팝, 포스트락 밴드들에게 영향을 준 Rachel’s의 작품이기에 체크해야 할 앨범. (김종규)

 

#18. Hammock [Raising Your Voice… Trying to Stop an Echo]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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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구성부터 의외스럽다. 이미 포스트락의 많은 거물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18곡에 76분이라는 구성은 조금은 난삽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앰비언트와 드림팝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겠지만, 굳이 따진다면 뉴에이지 음악이나 Vangelis의 일면, 때로는 은근한 블루스의 풍모를 발견할 수 있기까지 한 ‘Losing You to You’는 물론이고, 의외로 앞을 예상키 어렵게 하는 많은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양가적인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가사(보컬이 있는 곡은 사실 3곡 뿐이지만)와 연주도 그런 면모에 기여한다. 그러면서도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면서도 ‘깊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두드러지는 미덕일 것이다. 아무래도 드림팝보다는 앰비언트에 기울어 보이는 건 그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 듀오의 근래의 모습이 좀 더 다이내믹한 편이라면([Departure Songs]라든가), 이 앨범에서 Hammock은 약간의 다이내믹을 포기할지언정 다른 밴드들이 거의 이르지 못했던 초현실적인 공간감을 성취했던 셈이다. (빅쟈니확)

 

#17. Moonshake [Eva Luna]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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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Luna]는 1992년에 영국 밴드가 할 수 있는 모든 음악을 한 장에 쓸어 담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키워드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영국 인디의 기타 락, 포스트-펑크, 슈게이징, 재즈, 샘플링, 힙합 혹은 훵키한 리듬, 덥 혹은 트립합 등. 가장 간단하게는 The Pop Group의 ‘Pop’ 버전이라고 해도 좋다. 이 어지러움은 완결된 형태를 지향하는 대신 하나의 밴드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묻는다. 그 결과는 어떤 이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여기고, 또 누군가는 이들이 지나치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이들의 잘못이라면 이런 일을 벌이기 전에 히트 앨범 한두 개가 없었다는 것 정도다. (서성덕)

 

#16. Labradford [Labradford]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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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포스트락을 하나의 구체화된 장르 형태로 제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것은 이 명칭이 프리 재즈, 아방가르드, 노이즈락, 펑크, 하드코어, 헤비메탈, 전자음악, 체임버 팝. 심지어 클래식까지 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운드의 결이나 질감으로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좌우간, 이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든 Labradford는 간과할 수 없는 밴드이다. 더구나 이 버지니아 출신 밴드의 사운드가 잔뜩 물오른 세 번째 정규작 [Labradford]는 이들의 이름이 1990년대의 포스트락의 거대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좌표다.

기괴하게 울리는 베이스라인, 곳곳에 삽입된 기기묘묘한 샘플링, 퀘벡 사운드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구슬픈 스트링과 드론 사운드. ‘Phantom Channel Crossing’, ‘Midrange’, ‘The Cipher’ 등을 들으면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슈게이징에서 한발 더 나아간, ‘앰비언트와 포스트락의 접점’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이 음반의 의의는 크다. ‘Lake Speed’ 같은 트랙들이 제대로 예증하듯, 음악은 서사(narrative)를 간직한 채로 자신만의 무드(mood)를 열어젖힌다. Brian Eno나 Tangerine Dream이 떠오르는 건 당연하고, Sonic Youth가 생각나는 지점도 있다. 유럽 조상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미국 선배들의 유산을 착실하게 상속한 영리한 작품이다. 극히 소수의 몇몇 밴드를 제외한다면, Labradford보다 영민한 포스트락을 들려준 밴드는 없었다. (이경준)

 

#15. Swans [My Father Will Guide Me up a Rope to the Sk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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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s는 1980년대에 첫 등장했을 당시 포스트펑크 밴드 중에서도 다양하면서 난해한 사운드를 구사하기로 유명했다. 이들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데, 2010년에 14년만에 재결성하여 11번째 스튜디오 앨범 [My Father Will Guide Me up a Rope to the Sky]를 발표해 압도적이면서 기묘한 음악들로 가득 채워 냈다. 전작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복잡한 구조와 광활한 스케일, 격정적인 사운드는 듣는 이의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기 충분하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밴드 리더 Michael Gira의 절대적인 영향력은 한층 강화되었고 Swans는 본격적인 포스트락 밴드로서 포지셔닝을 취하게 된다. 여전히 정력적인 음악 활동을 펼치는 Swans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앨범이다. (김종규)

 

#14. Disco Inferno [D.I. Go Pop]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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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Division과 Wire의 영향을 받은 네 명의 십대 소년이 1989년 결성한 Disco Inferno는 활동하는 내내 정규앨범으로는 단 석장만을 남기고 미련 없이 팬들 곁을 떠난 수수께끼 같은 팀이다. 마치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한 건지 너네 맘대로 알아맞혀봐”라며 숙제를 남기고 훌쩍 떠난 것처럼. 짧은 활동기간 때문에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사실 Disco Inferno는 포스트락이 우리가 상상하는 형태로 제 모습을 갖추기 전에 이 장르의 지향점을 일찌감치 제시하고 다듬는 역할을 맡았던 중요한 팀이다. 두 번째 앨범이자, 세간에서 이들 최고의 명반으로 평가하는 [D.I. Go Pop]의 발매시기가 1994년이라는 것은, Tortoise의 [Millions Now Living Will Never Die]가 1996년, Mogwai의 [Young Team]이 1997년 발매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왜 이 앨범이 포스트락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이 앨범을 지금 시점에서 들을 때는 한가지 사실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포스트락이 2000년대 들어 서정-폭발 구조로 유행하기 이전에 ‘포스트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뼈대를 한창 조립해나가기 위해 만든 앨범이라는 것. 30여분에 걸친 이 기막힌 ‘소음’들이 더 이상 소음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당신은 이제 포스트락을 졸업해도 된다. (김봉환)

 

#13. Pram [The Stars Are So Big, the Earth Is So Small… Stay as You Ar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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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Pram의 사운드를 영화적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일종의 요약이다. 크리스마스의 호러적 변용 혹은 어린 아이의 천진함이 오히려 오싹함을 주는 장르물을 보는 듯한, 유아적 상상력을 동반하는 스산함에 대하여 한 마디의 표현이다. 그 바탕에는 Rosie Cuckston의 보컬과 의도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정도의 조악한 녹음,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특유의 악기 운용이 놓인다. 이것은 당대에 비교되던 Stereolab과 동일한 팔레트처럼 보이지만, 정서적인 궤도를 달리하여 완전히 구별되는 독보적인 기억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들은 위악적으로 의도한 바가 아니라 어떤 총합의 결과로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음악을 했다. 덕분에 Too Pure 레이블의 사운드를 크라우트락 전통의 연장에서 확장하여 스토리텔링을 지향하는 미국 중심의 포스트락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서성덕)

 

#12. Don Caballero [Don Caballero 2]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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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된 5, 7, 11박과 안어울림음, 노이즈 조각들이 떠내려 와 형성된 기암성(奇巖城).

후기 King Crimson을 연상시키는 변박 리프, 변덕스러운 진행이 긴 드론 노이즈로 마무리되는 11분 넘는 곡 ‘Please Tokio, Please THIS IS TOKIO’는 압권. 포스트락보다 매스락 쪽이 어울린다. 장르 이름은 사실 무색하다.

저음 라인과 하모닉스, 노이즈를 교배시키는 리프들은 변태적이다. 기타가 이들을 끝없이 늘어놓으며 리듬 악기처럼 구는 가운데 분방한 드럼이 되레 리드 악기 역할을 떠맡고 있다. Damon Che의 강력하면서 유려한 드럼 연주에 초점을 맞추고 들으면 단음 리프 중심의 악곡 너머에 있는 입체감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야 가끔 들으면 되지만…. 이 팀 제정신 아니다. (임희윤)

 

#11. Explosions in The Sky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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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TS는 가장 팝적이고 대중적인 포스트락 밴드 중 하나다. 이 계열 팀들 중에서는 Sigur Rós와 함께 국내에서의 인기와 인지도도 제일 높은 편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유려한 사운드스케이프는 포스트락 초심자들도 큰 부담 없이 흡수할 만하다. 음악이 영화와 광고에 가장 많이 쓰이는 팀이기도 하다. 이름과 음악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북유럽 밴드일까?’했지만 사실 텍사스 주 오스틴출신이다. 당시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ETIS는 대표작인 3집에서 전매특허인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소리피라미드 쌓기의 진수를 들려준다. 기타 아르페지오가 선사하는 아름다움, 잘 계산된 구성의 드라마틱함이 어우러져 황홀한 청각경험을 선사한다. ‘이 연주에 Sigur Rós의 Jónsi같은 멋진 보컬이 얹혔으면 어땠을까?’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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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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