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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Rock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포스트락 50선 (50위~4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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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래쉬메탈의 격류를 지나, 헤어메탈의 너울을 건넜고, 마침내 데스메탈의 용암을 뚫고 포스트락에 이르렀다. 조회수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패기가 심금을 울린다. 이만하면 임상이 필요한 단계다. 제정신이면 이런 특집을 못한다. 편집장이란 작자는 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내가 그의 친구라면 멱살을 잡고 물었을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제발 좀 샤방하게 놀자. 마지막 충고다.

아무튼 우리는 포스트락에 도착했다. 락의 아롱이와 다롱이 같은 이런저런 하위장르중, 포스트락만큼 가마솥 같은 장르는 없을 것이다(아, AOR이 있군). “post”라는 접두사가 붙은 단어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 “~를 넘어선다”는 의미인지, “그 내부에서 외연을 넓힌다”는 의미인지, 이도 저도 아닌 제 3의 의미인지는 고민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포스트락(post rock) 또한 다르지 않다. 정말 “락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인지, 아님 “락의 테두리를 확대하려는 기획”인지에 대해선 정설이 없다. 하여, 포스트락이라는 명칭은 말 그대로 “쟁점”이다. 미지의 영역이다.

때문에, 이 특집은 태생적으로 “미완성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랬듯, “50장”이라는 수치가 적게 느껴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음반, 큰 변화를 내포한 음반, 다양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쳐낸 음반들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애썼다. 심지어, 술 마시고 회의하다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년의 다 큰 어른들이 “포스트락” 때문에 싸우는 장면은 슬펐다. 내 자신이 창피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순수하게 가여운 사람들이 또 있을까? 오해는 말자. “좋다”는 게 아니라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거다. 울 것 같으니 격려의 댓글은 정중히 사절한다.

그럼 다시금, 이 철없는 기획의 문을 연다. 부디, 즐겁게.

 

리뷰어 명단

이경준(이명 편집장)

빅쟈니확(이명 편집위원)

김학선(보다 편집장)

조일동(음악취향 Y 편집장)

정원석(대중음악평론가)

김종규(이명 편집위원)

김성대(음악취향 Y&파라노이드 필자)

서성덕(이명 편집위원)

이대희(이명 편집위원&프레시안 기자)

윤호준(음악취향 Y 필자)

임희윤(동아일보 음악기자)

정진영(이명 편집위원&헤럴드경제 기자)

이종민(이명 편집위원)

김봉환(벅스뮤직 컨텐츠팀)

 

#50. Lights & Motion [Chronicl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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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s & Motion은 스웨덴인 Christoffer Franzén가 모든 곡을 쓰고 연주하는 원맨 밴드의 이름이다. 데뷔 이래 그가 일관되게 천착해온 작업은 “사운드의 이미지화, 음향의 시각화”이고, 그 점에서 밴드 음악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형용사는 “시네마틱(cinematic)”이다. 물론, “시네마틱 포스트락”이 Lights & Motion의 등장으로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저 유명한 Explosions in the Sky의 성공 이후, 숱한 포스트락 밴드들이 그쪽 음악을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팀들은 턱없이 부족한 기량으로 선배의 업적에 흠결만을 남겼다. 하지만, Lights & Motion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와 구성으로도 빼어난 음반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특히, 세 번째 음반 [Chronicle]은 그 창작력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이다. ‘Fireflies’, ‘Glow’, ‘Particle Storm’ 등 대부분의 트랙들은 통상적인 팝 트랙처럼 짧은 러닝타임 속에, 임팩트 있는 순간을 박음질해 넣는다. 키보드의 역동적인 활용, 뒤를 받치는 오케스트레이션, 타이트한 편곡. 그 총합이 주조해내는 음악은 포스트락의 하드한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포인트로 자리한다. 그리고 가장 돋보이는 덕목인 절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치고 나가야겠다는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멈춰야 할 때를 정확하게 안다. 단언할 수 있는 건, 그 ‘한 끗 차이’가 A급과 B급의 차이를 만든다는 거다. 혹, 서정적인 포스트락을 좋아하는가? 그럼 들어라. 포스트락이 난해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필히 들어라. (이경준)

 

#49. Aerial M [Aerial M]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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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ial M은 David Pajo의 또 다른 이름이다.(그에게는 ‘M’, ‘Papa M’이라는 가명이 둘 더 있다) David Pajo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을 모두 다룰 줄 아는 팔방미인으로 Slint와 Tortoise, Stereolab 같은 포스트락 밴드들을 비롯, 2003년엔 Billy Corgan의 밴드 Zwan에서도 풀타임 멤버로 활약했다. 이 앨범은 그가 가진 장기들 중 기타리스트로서 재능을 풀어놓은 것으로, 수록된 거의 모든 곡들이 그리 난해하지 않아 포스트락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매우 친절하게 다가설 작품이다. 비트라고 해봤자 ‘Rachmaninoff’에서 들을 수 있는 깡마른 스네어 드럼 소리나 ‘Skrag Theme’가 내뱉는 어지러운 루프가 전부일 정도로, 이 앨범엔 David Pajo라는 뮤지션의 농익은 고독과 스산한 음악적 지향이 기타라는 악기를 빌어 아무렇지 않게 배어있다. 거칠고 힘이 넘치는 결벽형 포스트/매스락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다소 심심할 수 있겠지만 느슨한 ‘외유내강’의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주목해볼 만한 작품이다. 현란하고 파괴적인 실험 대신 택한 ‘Dazed and Awake’ 속 보편적인 정서가 그래서 나는 언제나 마음에 들었다. (김성대)

 

#48. Efterklang [Tripper]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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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출신이니 어쨌든 북유럽과 가깝기도 하다…고 하면 조금은 억지일지 모르지만, 이 코펜하겐 츨신의 밴드는 그래도 이제는 꽤 익숙해진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의 모습을 많이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차가운 분위기는 Sigur Rós와 Müm 같은 밴드들에 가깝지만, 글리치 비트나 일렉트로닉스의 사용은 그보다는 Björk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사실 쓰고 보니 Autechre가 더 적절한 듯싶다). 그렇다고 사실 그런 비트감이 음악에 중심에 있지는 않다. 오히려 Sigur Rós 류의 ‘점진적인’ 형태의 심포닉(Anima String Quartet의 공도 크다)과, 강렬하지는 않더라도 매끈하게 미끄러져 나가는 크루너 보컬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는 포스트락 특유의 ‘월-오브-사운드’가 체임버 뮤직을 명민하게 흡수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Collecting Shields’ 같은 곡들에서 청자는 그 두터운 사운드의 벽 사이의 (복잡하지는 않은)음들의 배열이 직관을 타고 흘러들어옴을 경험하게 된다. (빅자니확)

 

#47. Fuck Buttons [Tarot Spor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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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해 보이는 이름만큼이나 실제로 뒤틀린 음악을 들려주었던 데뷔작을 생각하면 [Tarot Sport]는 신기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앨범이다. 기괴하게 뒤틀린 외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노이즈는 전작의 다이나믹을 어느 정도 내려놓으면서(일단 기타 노이즈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좀 더 반복적이지만 명확한 공간감을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 가장 유명한 곡일 ‘Surf Solar’의 그루브조차 스테이지에 어울리는 댄서블 그루브보다는 Aphex Twin 등이 어느 방구석에서 구상했을 법한 류의 그루브에 가깝다. 말하자면 [Street Horrrsing]에 비한다면야 이 앨범은 딱히 혁신적이라거나, 실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그렇지만 앨범의 장점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 일견 팝적이면서도 노이즈와 일렉트로니카를 버무린 포스트락의 ‘모범’에 가까운 음악을 싣고 있었다는 점이다. 밴드는 반복 가운데 급격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크레센도를 양가적인 감정을 실어서 표현할 줄 알았고, ‘락킹’하지는 않았지만 디스코 비트를 통해 리듬감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나름의 친절을 보여주었다. 하긴, 그렇게 친절한 양반들이었으니 David Foster도 아니면서 올림픽 개막식에 곡을 내밀 수 있었겠지. (빅쟈니확)

 

#46. The For Carnation [The For Carnation]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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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얼터너티브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얼터너티브 이후를 준비하던 Slint의 Brian McMahan은 새 밴드 The For Carnation의 동명 정규 데뷔작으로 진정 바라던 사운드를 완성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소리는 슬로코어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느릿하다. 무겁게 가라앉은 베이스와 대비되며 광활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기타 사운드는, 은연중에 귀를 파고드는 노이즈와 함께 기괴한 분위기를 증폭하며 청자의 주의를 곧바로 잡아챈다. 앨범이 미국 포스트락의 중심지였던 켄터키 루이빌에서 나왔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 역시 Brian McMahan의 기타가 주도하는 음산한 멜로디 라인이다. 한편 ‘A Tribute to’에 사용된 퍼커션과 기묘한 효과음에서는 동시대 영국 트립합의 기운을 옅게 느낄 여지도 있다. [The For Carnation]은 Mogwai, Mono 등 서정적이며 광폭한 감정의 진동을 주도하는 사운드로 포스트락 폭발을 이끈 밴드의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기분 나쁘게 이질적이며, 인내심을 시험하는 양 천천히 굴러가는 사운드는 고스 락, 트립합, 슬로코어 등 1990년대 이후 다양하게 분화한 각 대중음악 장르의 하부 스타일과 밀접하게 맞닿았으면서도 완전히 독자적인 자기 영역을 확보했다. (이대희)

 

#45. Battles [Mirrore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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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선형대수학을 풀다가 친구들과 패싸움을 하는 ‘굿 윌 헌팅’의 맷 데이먼, 그리고 King Crimson과 Squarepusher를 동시에 좋아하는 나 자신. 전자는 매스락이라는 짓궂은 장르 명 때문에 떠오른 엉뚱한 생각이었으나 후자는 기막힌 음악적 통섭을 목도한 자의 감격이었다. [Mirrored]는 이래저래 두루 환대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험적 리듬 놀이와 전기 충만한 락 기타의 커다란 그늘 아래를 들여다보면 ‘Race: In’의 예쁜 백 보컬, ‘Atlas’의 단순 무결한 드럼, ‘비창’ 교향곡 4악장처럼 사그라지는 ‘Tonto’, 앱스트랙트 힙합에 근접하는 ‘Leyendecker’와 ‘Snare Hangar’ 등등 잔재미가 가득하고, 장-단-장-단을 반복하는 트랙의 호흡도 일품이며, 결정적으로 세련된 뮤직비디오 두 편을 옆구리에 차고 나왔다. 알파고가 음악까지 손댄다면 아마 이 앨범부터 학습한다고 덤빌 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또 해본다. (윤호준)

 

#44. Jaga Jazzist [What We Must]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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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Godspeed You! Black Emperor’라 칭해도 부족함 없을 슈퍼밴드 Jaga Jazzist의 디스코그래피에서 [What We Must]는 조금 이질적 작품이다. (이 분야 적잖은 밴드가 그러하지만) 쉽게 한 장르로 구속할 수 없는 이 밴드는, 그래도 굳이 설명을 붙이자면 재즈, 익스페리먼틀, 일렉트로니카 등의 단어와 조금 더 가깝게 여겨졌다. 그간 밴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멜로디를 순간 활용하는 즉흥성으로 정체성을 강화했다. [What We Must]는 특히 앨범 초반부에서 이런 작법과 방향성을 달리한다. 곡의 주요 테마가 되는 멜로디는 확실히 살아있고, 분열적인 접근법은 크게 줄어들었다. ‘All I Know Is Tonight’은 Sigur Rós의 팝 버전이라 칭해도 무리 없을 정도다. 이들 후기 작품의 모티프라 여겨도 될 법한 ‘Stardust Hotel’을 지나면, 차가움과 서정미가 공존하는 ‘Oslo Skyline’이 앨범의 절정 ‘Mikado’, ‘I Have a Ghost, Now What?’을 향해 치닫는다. 이들 곡은 순간을 잡아채는 멜로디와 서정적 화음으로 앨범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더구나 이들 곡은 이색적인 전반부와 달리, 그간 쌓아온 밴드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What We Must]는 밴드의 다른 작품과 조금 결을 달리하며 출발하지만, 이 밴드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먼저 접하면 좋을 대표작이자 입문작으로 손색없다. (이대희)

 

#43. Set Fire to Flames [Sings Reign Rebuilde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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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이나 되는 대편성의 밴드…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Michael Moya와 Roger Tellier-Craig의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사실 멤버의 절반 정도는 다 Godspeed You! Black Emperor에서 활동을 했으니 더욱 그렇고, 앨범에서 가장 먼저 받는 인상도 [Slow Riot for New Zero Kanada]와 가깝다. 그런 면에서는 본영과는 엄연히 다른 개성을 보여주던 Godspeed You! Black Emperor의 다른 프로젝트들에 비해서는 평이하게 느껴지지만, 이 멤버들의 프로젝트들 중 가장 자유로운 전개를 보여주면서 앰비언트적이면서 분위기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Set Fore to Flames일 것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묘사될 수 있는 포스트락 앨범은 꽤 많은 편이지만, 이 앨범만큼 다양한 감정의 파고와 분위기의 명암을 담고 있는 앨범은 확실히 거의 없다. 그리고, ‘There is No Dance in Frequency and Balance’ 등에서 우리는 포스트락의 전형적인 문법을 이 밴드가 어떻게 뒤틀어 가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어둡고 혼돈스럽지만, 밝고 재기 넘친다. (빅쟈니확)

 

#42. Rodan [Rusty]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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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0년대 후반. 막 형성되고 있었던 켄터키 루이빌 씬은 향후 미국 포스트락 씬을 견인하게 될 예정이었다. 1991년 Slint의 [Spiderland]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하드코어와 노이즈락이 만났고,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이 참전했으며, 멜로디는 복잡하고 수학적으로 분절된 리듬에 자리를 물려주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 “매스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스트락의 주요한 하위분야가 되었다. 켄터키 루이빌 출신 매스락 밴드 Rodan의 이 음반을 “장르의 고전”이라고 호명하는 건, 결코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다. 씬 황금기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격정, 멜랑콜리가 버무려진 [Rusty]는 당시 미국 포스트락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다이내믹하고 음울한 순간으로 남았다.

Jeff Mueller와 Jason Noble이 주도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기타와 거친 보컬의 폭풍은 트랙 사이에서 굽이치며 파도를 이룬다. 음은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는 것 같이 튕겨져 나가고, 보컬은 들려지기 싫다는 듯 자신의 자취를 지우며, 베이시스트 Tara Jane O’Neil의 기이한 보컬은 이 “발푸르기스의 밤”을 불태우는 비밀 연료로 작동한다. 아니, 너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접속곡처럼 이어지는 오프닝의 두 곡 ‘Bible Silver Corner’과 ‘Shiner’를 접하는 그 순간부터 몰입은 예고되어 있는 것이니까. 밴드는 1년 후 그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June of 44, Rachel’s 같은 굵직한 밴드들은 이들이 없었다면 세상에 태어났을 리 만무했다. (이경준)

 

#41. Sigur Rós [Untitled]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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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을 꺼내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일은 늘 난감하다. 우리는 이 앨범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Round Brackets(둥근 괄호)? Blank(빈)? Untitled(제목이 없는)? 이 앨범의 제목이 여자의 음부를 표현했다는 ‘썰’도 있지만 그냥 넘기자. 심지어 수록곡의 제목도 없다. 앨범의 속지조차 텅 비어있다. 가사 또한 Sigur Rós가 만든 언어 ‘Vonlenska(희망어)’로 쓰인 “You xylo. You xylo no fi lo. You so”만이 무수히 쪼개져 반복될 뿐이다. 의미? 당연히 알 수 없다.

Sigur Rós가 이 앨범에 담아낸 음악을 정의하고 설명하려고 드는 일은 언제나 실패이다. 우리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은 한정돼 있는데,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그 영역 너머에서 부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표현으로 이 앨범에 대해 무언가를 끼적이려 시도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고서는 가슴 속에 차오른 벅찬 감정을 해소할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거운 현악 세션과 키보드 연주 사이로 들려오는 신비로운 목소리가 매혹적인 ‘Untitled#1(Vaka)’, 멜로디가 반복되고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쌓이는 동안 어느새 환상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Untitled #3(Samskeyti)’, 실로폰이 결코 애들이 연주하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천상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멋진 악기란 걸 증명해주는 ‘Untitled #4 (Njosnavelin)’ 등 이 앨범이 들려주는 음악은 그야말로 공감각적이다.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이 공감각적인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를 테니, 이 앨범에 대한 감상은 온전히 청자 자신의 몫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듣는 장소와 계절, 시간,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독하게 여백이 많은 이 앨범은 Sigur Rós의 가장 친절하면서도 불친절한 작품이다. 그래서 마법 같다. (정진영)

 

 

About 이명 박 (104 Articles)
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2 Comments on Post Rock 특집: 우리가 꼭 들어야 할 포스트락 50선 (50위~41위)

  1. 와 여성팬들 다시 모이는 소리가 들리네요~ 😉 눈이 번쩍 뜨이는 기획!
    한 장씩 감상해바야지..^^

  2. 감사합니다. 첫 앨범부터 취향저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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