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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srÿche: Condition Hüman

Geoff Tate가 문제였던 거구나


Queensrÿche는 그 자체로 뛰어난 파워 메탈 밴드이기도 했고, Dream Theater보다도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있어 먼저 언급되어야 할 밴드였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다른 어느 밴드보다도 극적인 몰락을 경험했다. 그나마 [Promised Land]까지는 주목을 모을 수 있었지만, 얼터너티브 물을 먹다가 얹힌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는 [Hear in the Now Frontier]부터는 많은 이들은 이 밴드를 90년대에 적응하지 못한 메탈 밴드의 전형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밴드는 이후에도 나름대로 꾸준하게 앨범을 발표해 왔지만, 앨범들이 가져오는 논쟁들은 과연 Chris DeGarmo의 부재와 Geoff Tate의 (언제부턴가부터)기복 없는 삽질 중 어느 쪽이 밴드에 더 악영향을 미쳤는가와 같은 것들이었다. 얄궂게도 밴드는 송사를 통해 자신들의 답을 내놓았다. Geoff와 나머지 멤버들은 Queensrÿche라는 이름의 사용을 두고 법정에서 만나게 되었고, 결국은 Geoff가 Queensrÿche라는 이름을 포기하는 결론을 내었다. 즉, 지금 Queensrÿche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밴드는, 길었던 부진의 원인이 Geoff Tate에게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Queensrÿche의 최상의 시기 또한 Geoff Tate 때문에 가능했던 시기였다. 밴드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Geoff Tate를 극복하면서도 Geoff Tate를 재현하는 기묘한 과제를 성취해야 했다.

새 보컬리스트인 Todd LaTorre가 참여하기 시작한 2013년작 [Queensrÿche]이 이러한 시도의 시작이었다. Todd의 보컬은 어쨌든 Geoff와는 달랐지만 분명히 Geoff를 의식한 스타일의 노래를 들려주었고(이만큼 비슷한 양반도 찾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곡들 또한 확실히 [Empire]를 의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간만에 이런 스타일로 돌아와서인지 밴드는 젊은 시절보다는 그런 사운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10분이 넘어가던 ‘Suite Sister Mary’ 같은 곡을 만들었던 밴드가 만든 앨범은 가장 긴 곡이 4분 30초를 넘지 못했고, 러닝타임도 35분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며, ‘When Dreams Go to Die’나 ‘In This Light’ 정도를 제외하면 예전의 드라마틱함을 재현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좀 더 단순한 구조와 팝적인 리프가 중심이 된 평이한 하드락에 가까운 사운드가 주류일 것이다. 일단 기나긴 삽질에 지쳤던 Queensrÿche의 팬들은 이 정도만으로도 2013년작에 찬사를 보내줄 수 있었지만, 어쨌든 앨범은 빈 공간을 많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Condition Hüman]이 나왔다. 밴드는 2013년작을 내고 좀 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앨범을 시작하는 ‘Arrow of Time’과 ‘Guardian’은 분명히 ‘Revolutiuon Calling’을 의식하고 있는 오프닝이다. Todd도 전작에 비해서는 확실히 고음역을 구사하고 있고(이 양반 원래 Crimson Glory에 있던 사람이었다), 때로는 Geoff Tate가 아니라 거의 Jeff Scott Soto를 연상할 법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Selfish Lives’ 같은 명백히 [Empire]를 따라가는 스타일의 곡들도 끼어 있다. 다시금 Queensrÿche를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앨범이 나온 셈이다. 그렇다고 사실 이 앨범이 밴드의 80년대 잘 나가던 모습을 재현했다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그루브나 분위기에서는 80년대 ‘파워 메탈’에 가깝던 Queensrÿche의 모습보다는 모던 프로그레시브의 이름이 적절할 것이다. 심지어, ‘Guardian’에서도 [Operation : Mindcrime]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그루브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Crowbar 등과 작업했던 프로듀서인 Chris Harris의 손이 닿은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로서는 ‘Hourglass’ 같은 곡의 뉴 메탈 풍 리프는 못내 불만이다.

그렇지만 이 앨범은 정말 간만에 Queensrÿche의 좋았던 시절의 ‘드라마틱’을 재현하고 있는 앨범이다. ‘모던해진’ 면모가 없지 않지만, 원래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밴드의 리듬 파트는 이번에도 여전히 Todd의 보컬과 Michael Wilton의 기타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덕분에 꽤 굴곡 심한 리듬 가운데에서도 앨범이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가운데, DeGarmo에 가려져 있었지만 Wilton은 이 앨범에서 자신도 충분히 인상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 ‘Bulletproof’나 ‘Just Us’ 같은 발라드에서 밴드가 보여주는 파워풀한 코러스와 솔로잉은 Queensrÿche가 원래 뛰어난 발라드를 만들어내던 밴드였음을 다시 상기시킨다. Todd LaTorre가 Geoff Tate를 대체할 최적의 인물이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솔직히 근래의 Geoff Tate보다는 Todd의 보컬이 젊은 시절의 Geoff의 보컬에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기묘하게도.

Queensrÿche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새로운 모습에서 예전의 매력들을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 앨범이 [Empire] 이후 밴드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Dedicated to Chaos] 이후 라이센스가 되고 있지 않으니 많은 이들이 Queensrÿche의 흑역사를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셈인데, 그 기억을 일신할 때도 되었다. 물론, 가장 반가운 점은 이들이 드디어 다시 ‘제대로’ 메탈 밴드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안 싸우고 오래 갔으면 좋겠다.

(3.5 / 5)
 
덧붙임:
Geoff Tate는 Queensrÿche라는 이름은 쓰지 못하지만, Operation:Mindcrime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밴드를 결성해서 역시 금년에 [The Key]라는 앨범을 발매했다. 사견이지만, Geoff Tate는 [Hear in the Now Frontier] 이후 멀쩡한 앨범에서 노래를 불렀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앨범도 마찬가지다.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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