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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Chris Cornell 1964-2017

아니 1964년생이 왜 벌써 가시는 겁니까

Chris Cornell의 부고를 어느 해외 메탈 웹진에서 접했다. 잠깐이지만 Chris Cornell의 이름을 메탈 웹진에서 발견했다는 게 뭔가 의외다 싶었지만 막상 손가락 빨며 생각해 보면 그리 신기할 일도 아니다. 확실히 Soundgarden이나 Alice in Chains는 그 시절 시애틀 밴드들 중에서는 가장 메탈 팬들의 귀를 잡아끌 만한 밴드였다. 이 정도 레벨의 밴드들 사이에서 호오는 수준보다는 취향의 문제다. 아무래도 퇴폐적이면서 제대로 약 냄새 나는 분위기를 선호했던 이라면 후자를, 좀 더 정통적인 스타일을 원했던 이라면 전자를 선호했을 것이다. 푼돈 모아서 구한 Black Sabbath를 즐겨 듣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 귀에는 [Badmotorfinger]가 [Facelift]보다 더 익숙하게 들렸고, 곧 ‘Jejus Christ Pose’가 취향의 한켠을 파고들었다. 밴드 본인들이야 그루브에 방점을 찍은 곡이라 했다지만 메탈바보에 가까운 시절을 지나는 이에게는 묵직하면서도 적절하게 달려 주는 리프가 귀에 박혔고, 카랑카랑한 Chris Cornell의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자 이걸 메탈이 아니라 왜 그런지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Badmotorfinger]를 포함한 Soundgarden의 앨범들은 메탈이나 그런지, 어느 한 쪽으로만 얘기할 만한 앨범은 아니었다. 그런지도, 메탈도, Led Zeppelin풍 하드락도, 펑크도 있었다. 하긴 그게 Soundgarden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생각한다. Layne Staley의 걸출함 탓도 있겠지만 뭘 해도 약 냄새가 풍겨나던 Alice in Chains나, 고통받는 자아를 통해 평론가들(이나 다른 호사가들)에게 넘쳐나는 얘깃거리를 제공하던 Nirvana, 아예 [Vitalogy]부터는 내놓고 다른 길을 걸어갔던 Pearl Jam에 비해 Soundgarden은 확실히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한 밴드였다. Chris Cornell의 다재다능한 보컬은 분명히 그 중심에 있었다고 기억한다. ‘Jejus Christ Pose’에서의 메탈 보컬리스트는 ‘Uncovered’에서는 관조적이면서도 소울풀한 스타일을 소화했고, ‘Rusty Cage’에서는 미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듯한 ‘아메리칸 스타일’ 쾌남아를 재현했다.

그럼에도 Chris Cornell이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던 그 순간은 Temple of the Dog에서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Temple of the Dog을 Soundgarden의 성취에 비교한다면야 소수의 Pearl Jam 빠돌이가 아니면 모두 Soundgarden의 손을 들어 주겠지만, 이 11분짜리 ‘프로그레시브 그런지'(그냥 하는 표현이긴 하다)에서 곡을 가지고 노는 Cornell의 보컬은 그가 참여한 이후의 어느 앨범에서도 다시 만나볼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Chris Cornell의 이름만 믿고 그런지 앨범을 구입했던 어느 메탈바보가 스스로 생각해도 의외일 정도로 만족했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 음반에 묻어 있다. 감히 추억을 얘기할 수 있었던 어느 보컬리스트의 사망인지라 더욱 입맛이 쓰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매우.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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