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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David Bowie 1947-2016

 

David Bowie가 우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마 영원히 이 행성엔 오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세 글자가 유독 무겁다. 수많은 보도와 추모의 물결 속에서 이제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사실이 되었다. 이제 그를 역사 속 인물로 안치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누른다.

끝없는 전진, 그리고 변화. 그의 일대기를 아주 간략히 압축한 표현이다. 글램락과 하드락, 소울과 펑크(funk), 아트락과 전자음악, 뉴웨이브까지. 사실 헤비메탈 정도를 제외한다면 인류가 만들어낸 음악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음악은 없다. 알려진 것처럼 David가 항상 모든 장르를 개척했던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한발 정도 뒤쳐졌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특유의 예술가 기질과 스타 본능, 정교한 세공 솜씨는 그를 항상 최전선의 위치로 끌어당겼다. 언제나 마지막에 미소짓는 자는 바로 그였다.

공상과학에 대한 집착, 때로는 자폐적이고 때로는 개방적이었던 음악적 태도,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상상력은 이 기괴한 나르시스트를 그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때로 그것들이 발휘한 힘은 아티스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지금 다시, 그의 가장 짜릿했던 순간 중 하나였던 ‘베를린 3부작’을 감상하고 있다.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음악을 1970년대에 선사했던 사람이 잠시나마 우리와 같은 땅을 밟고 있었다는 건, 이제 돌이켜볼 때 축복이었다.

2016년 1월 8일, 그의 스튜디오 25집 [Blackstar]가 나온 날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이 불세출의 락 스타는 먼 길을 떠났다. 사인은 간암. David가 큰 병에 걸렸고 꽤 오랜 기간 투병해왔다는 건 그가 죽고 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죽음조차도 철저하게 그답다. 그를 죽기 바로 직전까지 작업에 몰두하게 했던 그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아직 [Blackstar]를 열지 못했다. 이 감정의 파고가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가 연출한 또 하나의 단막극이 아닐까. 커튼이 젖혀지고, 박수 소리가 들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저 남자는 다시 무대 위에 툭 떨어질 것만 같다. 어이, 친구들. 놀랐음? 다 각본이야.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Space Oddity / from [Space Oddity] (1969)

David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고 이 곡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극적인 음악은 안타깝게도 이 곡은 어릴 적 보던, 우주를 지배하던 만화영화의 주인공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지면 아무 대책 없는, 인간끼리의 교류가 없어지면 더 이상 살기 힘든 인간의 근원적인 소외와 고립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이후 등장한, 우주인을 다룬 수많은 곡들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관을 담고 있는 것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BBC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이 음악을 사용한 것은 아이러니 이상의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현지운)

 

Changes / from [Hunky Dory] (1971)

다양한 시도들에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Bowie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팝 튠을 만들 줄 아는 뮤지션이었다. 개성적인 보컬이나 은근히 정교하게 배치된 가사들, Rick Wakeman의 건반이 곡에 또다른 아우라를 부여하는 건 분명하지만, 결국 친근한 음악적 스타일을 초현실적인 감각과 버무려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는 능력이 ‘Changes’를 Bowie의 가장 회자되는 곡들 중 하나로 만들었다. [Hunky Dory]에 하드락 트랙이 없는 게 항상 못내 불만이긴 하지만(물론 개인적인 얘기임) 이런 튠에 직면하면 그런 볼멘소리를 할 수가 없다. (빅쟈니확)

 

Moonage Daydream / from [Ziggy Stardust] (1972)

당초 Arnold Corns의 싱글로 녹음되었던 이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것은 Ziggy Stardust와 The Spiders from Mars였다. Mick Ronson이 갈겨대는 파워 코드 오프닝에 환기된 주의는 곧 자연스러운 그루브와 코러스를 머금은 드라마틱함에 마주한다. Ziggy Stardust 이야기가 대범하게 뱉어냈던 거대하면서도 흥미로운 거짓말이었다면, 그 거짓말의 한가운데에 있는 캐릭터를 거나하게 소개하는 셈이다. Arnold Corns에서의 조금은 재미없는 아이돌 캐릭터는 Ziggy Stardust를 만나면서 초현실적이면서도 후광을 업은 락스타가 되었다. 지금, 우리가 Bowie에게서 가장 먼저 기억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빅쟈니확)

 

Ziggy Stardust / from [Ziggy Stardust] (1972)

이 기타의 리프를 들으니 그 때 그 아련한 시절에 아주 잠깐 들렀다 오는 기분이다. 특히 “He Played it Left Hand but Made it Too Far” 부분은 가사를 전혀 개의치 않고 듣던 시절에 외계어로 흥얼거리던 멜로디였다. 곡도 곡이지만 이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David은 스스로 캐릭터를 창조해 청각만으로 시각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뮤지션들이 이런 역발상의 콘셉트로도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와 TV가 시각의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 동안, 그리고 MTV가 등장하기 전까지 음악계는 David가 만들어 놓은 이 문법으로 그 틈새를 돌파해 나갔다. (현지운)

 

Can You Hear Me / from [Young Americans] (1975)

흑인음악에 심취했을 때 만든 레코드 [Young Americans]는 분열과 모순으로 점철된 David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가장 온건’한 성향의 음반으로 들릴 법하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성향 또한 David Bowie의 이력 중 “유별난 몇 지점”이었다는 걸 감안해둘 필요가 있다. 그는 장르 사이를 헤엄쳤고, 대륙을 오갔으며, 어느 순간 일관성이라는 암묵적인 기준마저 해치워 버렸다. 그 기록 중 하나인 [Young Americans]가 간과할 수 없는 작품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끈적끈적한 소울과 펑크(funk)의 음표들이 음반을 누비는 가운데, 앨범의 후반부에 붙박인 싱글 ‘Can You Hear Me’가 전달했던 짜릿함을 기억한다. 당장에라도 깨어질 것 같은 Bowie의 목소리, 절절하게 한 구석을 파고드는 David Sanborn의 색소폰, 풍부한 크림층처럼 볼륨감을 형성하는 코러스. Bowie의 1970년대는 손만 대면 뭔가가 피어오르는 연금술과도 같았다. (이경준)

 

Wild is the Wind / from [Station to Station] (1976)

주지하다시피, 이건 Bowie의 오리지널이 아니다. 그러나 간혹 원곡을 묻어버리는 커버 앞에 전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Eva Cassidy의 ‘Fields of Gold’가 그랬고, Jeff Buckley의 ‘Hallelujah’가 그랬다. 절창이나 분위기, 연주, 호흡 그 모든 것들이 더 나은 리메이크를 만든다. 그 전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 곡을 우선순위로 꼽고야 말 것이다. 어둠 속 세계로부터 빛을 갈구하는 듯한 Bowie의 읊조림은 냉랭하고 창백하게 리스너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그야말로, 이것은 위대한 소울이다. 위대한 발라드다. 위대한 재해석이다. 위대한 노래다.

플라스틱 소울시대의 기운을 마지막으로 간직한 채, 음반은 앞으로 펼쳐질 이 미치광이 피에로의 또 다른 변신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경준)

 

A New Career in a New Town / from [Low] (1977)

속칭 ‘베를린 3부작’은 그 커리어 자체가 ‘인간 실험실’ 이었던, David Bowie의 역사 속에서도 가장 혁신적이었던 순간으로 기록된다. 그 중에서도 3부작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Low]를 빼놓을 수 없다. 저 멀리에 위치한 프랑스의 스튜디오 샤토 데르비유. 그곳에서 David Bowie와 음반의 공동 프로듀서 Tony Visconti는 가장 혁신적이었던 독일 전자음악의 탐미주의를 적극적으로 펼쳐 보인다. Kraftwerk 스타일이었고, Neu! 스타일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은 David Bowie의 스타일이 되었다. ‘Sound and Vision’, ‘What in the World’와 같은 위대한 곡들이 자리한 가운데, 나는 고등학교 때 들었던 ‘A New Career in a New Town’을 특히 잊을 수 없다. 반복적인 리프가 우주를 회전하는 가운데, Bowie는 3분이라는 짧은 구간 동안 인류가 상상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경준)

 

Heroes / from [Heroes] (1977)

발매 당시에는 이전만큼의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이후 이 곡은 ‘Rebel Rebel’ 다음으로 많이 커버된 Bowie의 작품이 되었다. Bowie와 Brian Eno는 Neu!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Hero’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은 덕분에 Neu! 풍의 낙관주의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그 외에는, ‘Joe the Lion’ 같은 곡을 참고). Bowie는 신나는 락큰롤을 많이 만들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낙관주의를 보여주는 예는 생각해 보면 거의 없다. Robert Fripp의 예리하면서도 거친 질감의 연주와 Bowie의 좀 더 ‘격렬한’ 보컬은 [Heroes]가 앨범 후반의 진중한 앰비언트 트랙들에도 불구하고 Bowie의 앨범들 중 가장 화끈한 앨범의 하나로 꼽히게 만들어 주었다. (빅쟈니확)

 

Let’s Dance / from [Let’s Dance] (1983)

David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Tonight]부터 시작된다. 그 때 크게 히트한 곡이 ‘Blue Jean’이여서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약간 댄스필 나는 곡을 부르는 팝 가수정도로만 인식했다. 하지만 [Tonight]에 매료된 나는 이전 곡들을 찾기 시작했고 라디오에서 ‘Let’s Dance’와 ‘China Girl’을 들은 뒤로는 무슨 드래곤볼 찾듯 구할 방법을 강구한 끝에 친척을 통해 일본의 지인에게서 David의 음반들을 얻었고 이 앨범도 그 중 하나다. 지금은 그때의 희열을 느낄 수 없을 만치 시간이 흘렀지만 그 기분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라 믿는다. 이 곡의 프로듀서를 맡은 Nile Rodgers가 말했듯이 이 곡은 기존의 디스코에 기댄 댄스곡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곡이다. 무엇보다도 남의 것을 흡수해도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흡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준다. (현지운)

 

The Heart’s Filthy Lesson / from [Outside] (1995)

Bowie의 인더스트리얼 시도는 일견 이색적이기도 했으나, 사실 단초는 이미 Tin Machine에서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색적인 외피를 잠시 들춰내 본다면 80년대의 모습보다는 보다 초창기의 모습에 다가간 면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Bowie가 제시한 이미지는 Ziggy Stardust가 보여준 ‘기괴함’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Bowie가 보여준 캐릭터 중 Ziggy Stardust를 제외한다면,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였을 것이다. 되짚어 본다면, Bowie가 보여준 90년대형 고쓰의 재해석일지도 모르겠다. (빅쟈니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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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2 Comments on R.I.P. David Bowie 1947-2016

  1. 늘 젊고..강렬한..
    영생을 누릴 것만 같은 이미지였기에…
    죽음의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필자들 저마다의 보위에 대한 개인적 추억을 통해,
    모니터 너머로 그리운 감성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2. Space Oddity 들으며 댓글 남깁니다.
    갑작스러웠던 신해철의 죽음 만큼이나 음악팬들의 상실감이 큰 듯 합니다.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던 뮤지션이라 그의 앞에선 세월이라던지 죽음이란것이 참 낯선 이미지였는데, 참 안타깝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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