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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Ian “Lemmy” Kilmister 1945-2015

Born to Lose, Live to Win


 
Lemmy가 죽었다. 덕분에 락큰롤이 죽었다는 식의 탄식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Motörhead의 최장수 멤버가 되어 버린 Phil Campbell은 이미 Motörhead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Motörhead는 2015년에도 [Bad Magic]을 발표했고, 앨범은 (그 이전의 밴드의 모든 앨범들이 그랬듯이)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밴드의 회고작 같은 것이 아니라, Motörhead의 음악이 현재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짐을 확인해 주고 있었다. Motörhead의 음악은 물론 메탈 팬들에게 가장 널리 받아들여졌겠지만, Motörhead의 음악은 메탈, 펑크, 등등 이전에 뜨거운 매력이 넘쳐나는 락큰롤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그 중심에는 Lemmy가 있었다. 그러니 락큰롤이 죽어버렸다고 한들 이해 못 할 바는 아닐 게다.

그렇지만 Lemmy는 그 수많은 락큰롤 송가의 주인공이면서, 수많은 락큰롤의 거물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일관되면서도 ‘쿨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었다. Motörhead라는 밴드의 음악이 앨범마다 약간의 변화(또는 발전)를 보이기는 했지만 얼마나 꾸준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부연의 필요가 없다. 사실 Motörhead의 많은 곡들이 송가의 반열에 오른 데에는 그런 점도 기여했을 것이다. Motörhead와, Motörhead의 음악을 들어 온 팬들은 함께 나이들어 가면서 취향, 또는 그 이상의 것을 공유했다. Lemmy도 함께 나이를 먹었지만, 스테이지 매너나 특유의 애티튜드, 화끈한 락큰롤 등, 피부 위의 감출 수 없을 세월의 흔적을 제외하면 그는 그대로였다. 항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원하는 방식대로 현재를 살아간다. 심지어 결혼도 하지 않고, 락스타의 전설이 되려는지 화려한 여성편력을 과시하기까지 한다. 주치의가 잭다니엘을 끊으라고 하니 대신 보드카를 마신다. 따지고 보면 쿨하기 그지없는 불멸의 락스타의 전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후회를 하지 않는다. 그건 무의미한 일이다. 후회는 항상 너무 늦은 시점에 하게 된다.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이니까. 안 그런가? 자신의 삶을 살았을 뿐이다. 바꿀 수 있었다고 생각해 봐야 소용없다.”

 
그러고 보니 Lemmy는 항상 그대로였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Motörhead의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만이 그대로일 뿐 나머지는 많이 변했다. 시간은 많은 경우에 고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고약함을 감내하자니 Motörhead의 음악마저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다시 찾아보면 Motörhead는 항상 신작을 발표했었고, Lemmy는 그 쿨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이고 있었다. Lemmy가 노동계급의 피로한 일상을 알고 있었던 때문인지 신나는 락큰롤 가운데 때로는 의도치 않게 위로를 받기도 한다. 힘든 일상 속에 함께 분노하기도 하고(‘No Class’),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그리 괘념치 말라는 말이 들리기도 하고(‘Metropolis’), 고되지만 이제 이길 때가 됐다는 격려를 발견하기도 한다(‘Live to Win’). 히어로치고는 많이 친숙한 히어로였던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작년부터 악화된 그의 건강상태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그를 신에서 인간으로 격하시켰지만, 동시에 Lemmy는 좀 더 친숙한 존재가 되기도 했다. 우리와 비슷한.
 
 

 
그렇게 최고의 락스타이면서도, 최고의 락큰롤을 연주했고, 최고로 오랜 시간을 공감하며 공유했던 이가 한켠으로 비켜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암페타민과 잭다니엘을 즐기긴 했지만 술이나 약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었고, 항상 스스로를 관리하면서 견디기 어려울 스케줄을 소화하던 이 부지런한 히어로를 보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은, 이미 많은 스타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음에도 거의 없다. Lemmy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그러고 보면 락큰롤이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쿨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우리와 비슷하고, 겁나게 부지런하게 인생을 살았던 히어로였기 때문일 것이다. 간지럽게 글쓰는 데는 생각도 없고 소질도 없는데(무엇보다 이 글의 조악함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굳이 간지럽게 글을 썼던 이유는 거기에 있다. 명복을 빈다. 좋은 곳에서 매일매일 잭다니엘과 암페타민 많이 하면서 저녁에는 화끈하게 공연 한번 하고, 밤에는 미녀들과 생산적인 시간 보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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