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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Phil “Philthy Animal” Taylor 1954-2015

더블베이스 드럼을 기억하겠습니다

Phil “Philthy Animal” Taylor가 세상을 떠났다. Motörhead의 첫 드러머는 Lucas Fox였지만, ‘Lost Johnny’만을 남기고 떠난 양반이니만큼 Phil이 밴드의 첫 드러머였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Fast” Eddie Clark를 Lemmy에게 소개해 준 것도 Phil이었으니, 연주를 떠나서도 Motörhead는 Phil에게 성공의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셈이다. Lemmy가 늘상 강조했듯이 뿌리를 어디까지나 락큰롤에 두고 있었던 Motörhead는, 이후의 좀 더 메탈릭해지는 앨범에 비해서 초창기에는 확실히 좀 더 락큰롤에 가까운 사운드를 연주했고, 그럼에도 기존의 하드락 밴드들에 비해서는 더 거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단적인 예는 데뷔작의 ‘Motörhead’일 것이다. Lemmy가 Hawkwind 시절에도 연주했던 곡이지만 Motörhead의 연주는 Hawkwind와도 확실히 차이가 있고(확실히 Lemmy는 Hawkwind에서 잘릴 만 했지 싶다), 그 차이에는 Phil의 드럼도 확실히 기여하는 바가 있다.

Motörhead – Motörhead

그렇지만 Phil은 물론, Motörhead를 오늘날의 위치에 있게 한 것은 이후의 좀 더 메탈적인, 이후의 스래쉬메탈을 예기하는 사운드일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예는 아무래도(Metallica 덕에) ‘Overkill’일 것이다. 그렇지만 Metallica가 다른 스래쉬 밴드보다 특별히 더 Motörhead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아닐 게다. ‘Big 4’ 공연에서 Metallica, Megadeth, Anthrax, Slayer가 함께 연주한 곡이 ‘Overkill’이었던 건 의미심장하다. 특히 이 곡의 더블베이스 드럼은 Phil이 스래쉬메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문제가 있다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James Hetfield보다는 다른 양반이 메인으로 노래를 불렀으면 더 좋았겠다는 점이다만… 제일 잘 팔리는 밴드는 어쨌든 Metallica다. 뭐 어쩌랴.

Big 4(Slayer, Megadeth, Metallica, Anthrax) – Overkill

그렇지만 Phil이라고 해서 평생 달리는 음악만을 해 온 것은 아니었다. Phil은 [Another Perfect Day]를 발표하고 Motörhead를 나온 뒤, 기타 실력만큼은 Motörhead의 누구보다도 나았을지 모르는 Brian Robertson, MSG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던 Chris Glen과 함께 Operator를 결성했다. Robin McAuley가 마이크를 잡았던 이 밴드는 당연히 Motörhead와 스타일이 같을 수가 없었고, Brian이 곧 밴드를 떠난 뒤 밴드명을 GMT로 바꾸고 활동을 계속했다(GMT는 Glen-McAuley-Taylor의 약자이다). 물론 활동을 계속했다기엔 오래지 않아 망해버린 게 문제기는 하지만… 청량한 키보드가 인상적인 이 밴드의 드럼을 Phil이 연주했다는 점은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의외일지 모르나, 80년대에는 이런 음악이 전혀 의외스럽지 않았다. 하이바 쓰고 코러스까지 넣어주는 Phil의 얼굴은 어쨌든 즐거워 보인다.

GMT – War Games

얼마 전까지도 Phil Taylor는 나름의 활동을 계속해 왔다. 물론 그 중 잘 알려진 것은 별로 없지만… 공식적으로 발매된 중 (내가 아는 한에서)가장 마지막에 나온 앨범은 Chris Holmes의 솔로 앨범 [Nothing to Lose]일 것이다. 쓰고 보니 Chris Holmes야 말로 더 기억 속에 파묻혀 있던 인물이지 싶은데(W.A.S.P.의 그 분 맞음), W.A.S.P. 이후에도 나름 활동을 계속해 온 양반임을 생각하면 그것도 좀 안타까운 일이다. 멋대가리 없는 뮤직비디오지만 연주는 그래도 날카로움이 살아 있는 편인데, 잘 나가던 시절보다는 좀 느슨해진 감이 없잖은 기타에 비해서 Phil의 드럼은 좀 더 ‘카랑카랑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Chris Holmes는 금년에도 솔로작 [Shitting Bricks]를 발표했다.

Chris Holmes – Way to Be

난 그래도 Lemmy-Eddie-Phil 시절의 Motörhead를 상징하는 곡은 ‘Ace of Spades’라고 생각한다. Würzel이 세상을 떠난 지 4년만에 Phil을 보내려니 약간은 입맛이 쓰다. 다시금 고인의 명복을 빈다.

Motörhead – Ace of Spades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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