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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 Saints: Revolution Saints

AOR 클래식의 탄생

AOR/멜로딕락 필드에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베테랑 셋이 뭉쳤다. Journey의 드러머 Deen Castronovo, Night Ranger의 Jack Blades, 얼마 전까지 Whitesnake의 리드기타를 잡았던 Doug Aldrich 까지. 이들이 새로운 AOR 프로젝트 Revolution Saints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슈퍼밴드’라 부르는 모양이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본디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부족’하기 마련이지만, 섣부른 편견을 갖진 말도록 하자. 음악가는 음악으로 말하는 법이고, 작품은 스스로 말하는 법 아닌가.

최근 몇 년 사이 나를 감동시켰던 이 계열 아티스트들을 떠올려본다. 우선 H.E.A.T가 나와야겠고, Work of Art와 White Widdow, Houston의 음반들이 근소한 차이로 하단부를 구성하는 것 같다. 미처 거론하지 못한 밴드의 몇몇 곡들은 탁월할 정도로 멜로디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1급 밴드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원래 ‘수작’이 되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싱글의 매력은 당연한 거고, 음반으로 들었을 때 흐름도 매끄러워야 할 것이다. 게다가 세월의 부식작용도 견뎌내야 한다. 그 점에서 앞서 언급했던 밴드의 음반(들)은 향후 10년 후에 꺼내 들어도, 충분히 ‘classic’의 반열에 올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이 자리에서 나는 그 리스트에 [Revolution Saints]를 추가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그만큼 내실 있는 앨범이라는 이야기다. 오프닝 트랙 ‘Back on My Trail’을 플레이하는 순간, 답은 이미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ourney의 공연에서 놀라운 보컬 실력을 선보였던 Deen의 목소리는 “난 드러머이고, 노래 부르는 게 어색하다”는 자신의 말이 ‘겸손 그 자체’였음을 입증한다. 하이피치와 미들피치를 자유롭게 오가는 그의 보컬을 들으면 그가 왜 무대 뒤편에만 자리할 수 없는 위인인지 납득되고도 남는다. 다음 곡, 완벽한 AOR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업템포 싱글 ‘Turn Back Time’은 4분이라는 타이트한 시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있는지 예시하는데 Deen과 Jack의 환상적인 보컬 듀오가 서로를 잠식하지 않은 채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Doug의 과장 없는 솔로가 뒤를 받치며 플롯을 단단하게 한다. Journey의 전성기가 재림한 듯하다.

환희의 순간은 연장된다. 현 Journey의 프런트맨 Arnel Pineda가 보컬을 지원하는 발라드 ‘You’re Not Alone’은 담백한 편곡을 통해 인위적인 감정이입의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멤버들의 곡쓰기가 얼마나 노련한지를 증거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밴드의 이런 송라이팅 재능은 Journey의 캡틴 Neal Schon이 참여한 ‘Way to the Sun’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과도한 떼창이나, 진부한 전개방식을 택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리스너의 정서와 합일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곡이다.

이 즐거운 AOR 연회장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곡은 ‘Dream On’이다. Eclipse와 W.E.T.의 Erik Mårtensson을 비롯, 여러 인물들이 송라이팅을 함께 한 이 곡은 AOR 팬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바로 그 지점’을 미리 읽었기라도 한 것처럼 정확히 관통한다. 밤의 도로를 질주하는 듯한 드라이브감, 적절한 코러스, 속도를 늦추지 않는 긴장감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멤버들의 인터플레이는 이 지점에서 가히 극점을 형성한다. 모든 곡을 열거할 순 없지만 이어 진행되는 킬링 발라드 ‘Don’t Walk Away’에도 주목해보자. 1980년대 전형적인 메탈 발라드 작법을 취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모던’한 분위기에서 오히려 신선함을 안기는 트랙이다. 게다가 꽂힌다.

Journey에 설렜고, Survivor에 매혹된 적 있었고, 만일 지금까지 이런 음악을 들을 용의가 있다면 [Revolution Saints]는 단언컨대 ‘베스트 초이스’가 될 것이다. 멜로디, 리듬, 코러스, 배열 그 어느 것 하나 낭비된 것이 없는 치밀한 앨범이 탄생했다. 2015년 최고의 AOR은 Revolution Saints 선에서 정리된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음반일지도 모르겠다.

(4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2 Comments on Revolution Saints: Revolution Saints

  1. 딘 카스트로노버 노래 잘하네요..
    드럼만 치기엔 아깝습니다..

    잭 블레이즈 속주하며…
    넘치는 옛날 감성..이라기엔..
    딱 제 중고딩 시절 좋아했던 AOR의 느낌…
    생각해보니 옛날이네요..

    베테랑들 음악은 이젠 센세이션한 무언가는없어도..
    어지간하면 기본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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