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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z Ortolani: Cannibal Holocaust

[카니발 홀로코스트(Cannibal Holocaust)]는 한국 개봉 당시 관객들이 중간에 관람을 포기하고 대거 퇴장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던 악명 높은 영화다. 개인적으로도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만,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의 완성도나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의 측면에서는 (비위가 감당할 수만 있다면) 한번쯤 볼만한 의미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물론 음악 때문이다. 일찍이 [몬도 가네(Mondo Cane)]를 통해 명성을 알렸던 Riz Ortolani가 담당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적나라하고 잔인한 화면의 시각적 충격을 더욱 무시무시하게 배가시키는 최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관객들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영화관을 뛰쳐나간 건 아마도 이 음악이 유발하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시각적 화면과 청각적 음향의 이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카니발 홀로코스트] 사운드트랙은 실로 걸작이다.

가장 잊을 수 없는 트랙은 바로 영화의 오프닝 자막과 함께 흘러나오는 ‘Cannibal Holocaust (Main Theme)’다.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한 이 곡은 영화의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철저하게 감춘다. 마치 “당신들은 이제 곧 화면으로 끔찍한 악몽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마음껏 평온을 즐겨라”라는 듯이 말이다. 이후 실로 충격적인 화면과 어지러운 음악의 악몽 같은 카오스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다시 ‘Cannibal Holocaust (End Titles)’가 반복해서 흘러나온다. 그야말로 훌륭한 수미쌍관이다.

Riz Ortolani는 잘 알려진 [몬도 가네]와 [카니발 홀로코스트] 외에도 무려 백여편에 가까운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 앨범을 남긴 이탈리아 영화 음악의 숨은 거장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작년 1월 23일에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그는 떠났어도 훌륭한 음악은 이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늦었지만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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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이태훈 (4 Articles)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락매거진 파라노이드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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