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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pions: Return to Forever

전갈형님들에게 망작이란 있을 수가 없지

2013년을 끝으로 해산을 고하는 듯 했던 Scorpions가 은퇴를 철회했다. 음… 옆 동네 어딘가에서 많이 보던 광경이긴 하다. 어쨌든 이들의 복귀의사는 확실하다. 타이틀부터 ‘영원으로의 회귀’가 아닌가. [Return to Forever]는 이들의 통산 18번째 스튜디오작이다. 이로써 밴드는 독일 하노버에서 1965년 결성(이게 얼마나 오래 전 이야기나면, 이제는 진짜 군내 풀풀나는 옛 사건이 되어버린 프랑스 68혁명보다 먼저다. 심지어 베트남전이 이들의 데뷔와 거의 동시에 발발했다)된 후, 적어도 3~4년을 주기로 1장의 음반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온 아티스트로 기록되었다. 물론 개근이 곧바로 음악성에 대한 개런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Scorpions 정도면 ‘망작이 없는(있더라도 커리어 대비 극소수) 밴드’라는 점은 록 팬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는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더 확실해질 테지만.

만약 여전히 Scorpions의 음악이 팬층을 거느릴 수 있다면, 그것은 전반적인 곡의 완성도, 발라드와 강렬한 트랙들의 설득력 있는 배치, 밴드의 표상 Klaus Meine의 페이소스 짙은 음색, 치밀하고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Rudolf Schenker와 Matthias Jabs의 기타 플레이를 꼽을 것이다. 다 옳은 소리고, 이번 음반에서도 이러한 점들은 ‘재확인된 사실’이 되어 드러난다.

첫인상을 좌우할 오프닝 트랙 ‘Going Out With a Bang’부터 그러하다. 이거 완전 아메리칸 하드락의 향기다. 철저하게 ‘공연용’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림수가 들어간 트랙인데, 이런 스타일도 이질감 없이 소화해낸다는 것은 확실히 보통 내공으로는 쉬운 게 아니다. 사운드의 공백을 잘 활용했던 밴드이지만 이제는 두껍게 사운드를 만드는데, 이어 등장하는 ‘We Built This House’, ‘Rock My Car’를 들어보면 이런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확실히 촘촘하고 조밀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호오는 갈릴 수 있는데 과거 전성기 공간감으로 가득한 트랙들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 어울리는 외피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멜로딕 하드락 밴드들의 곡을 듣는 것 같은 ‘Rollin’ Home’, ‘Hard Rockin’ the Place’는 비교대상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인상이 남긴 하지만, 실황으로 만나게 되면 얼마든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법한 트랙들이다.

당신 말이 맞다. Scorpions 사운드의 중핵을 형성하는 슬로 템포의 곡들을 빠뜨릴 수 없다. 여전히 적재적소에 배열된 발라드들은 단순한 ‘포인트’ 그 이상으로 작동하는데, 특히 ‘House of Cards’는 Klaus Meine만이 소화할 수 있는 ‘찡함’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트랙이다. 이어서 개인적으로 음반 최고의 트랙으로 꼽고 싶은 ‘Eye of the Storm’이 흐른다. 이 곡은 Scorpions가 곡을 허투루 만들지 않는 밴드라는 걸 그대로 드러내지 않나(필러를 양산하는 모 밴드는 반성과 자각이 필요하다). 지금껏 발표했던 그 유수한 발라드 중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으면서도, 밴드만의 브랜드가 고스란히 박혀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엔딩곡 ‘Gypsy Life’는 또 어떤가. 본인들은 하기 싫어 죽겠는데 억지로 연주하면 장사도 안 되고 재미도 없는 걸 멤버들은 안다(모 밴드야, 각성해!). 팬들만큼 무서운 친구이자 적은 없으니까.

개인적으로는 AC/DC의 신작보다(물론 음악은 다르지만) 더 좋게 들었던 음반이다. 그럼 정리해보자. [Return to Forever]는 약간의 현대적 감성을 품은 채,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되도록 집중한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큰 기대만 품지 말자.

3 Stars (3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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